1995년 여름, 일밖에 모르는 깡마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지하실에서 아내와 함께 책들을 상자에 포장하고 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마 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거물일 것이다. 그는 이제 취미로 우주 탐사와 신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워런 버핏으로부터는 찬사를, 도널드 트럼프로부터는 괴롭힘을 당하는 근육질의 이혼남이 되었다. 베조스가 창업한 아마존은 더 이상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기업 가치 1조 3000억 달러(1565조 원)에 달하는 거대 디지털 기업이다.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랑하고, 정치인들은 아마존을 싫어하고, 투자자 및 경쟁자들은 아마존의 생각에 반대되는 방향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판데믹이 촉진한 디지털 분야의 급성장은 전자 상거래와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아마존이 미국과 유럽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2화 참조).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베조스 회장은 다른 부업들은 전부 제쳐 두고, 경영의 일선으로 복귀했다. 표면적으로는 더 없이 좋은 시기인 것 같지만, 세계 4위 기업 가치의 아마존도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해묵은 사회적 합의, 재정적인 팽창, 그리고 다시 힘을 키우고 있는 경쟁자들이다.
현재의 디지털 강세는 소비자들이 화장지와 파스타를 대량으로 주문하는 온라인 버전의 ‘사재기’ 현상과 함께 시작되었다. 아마존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퍼센트 증가했다. 4월 중순에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금 수표를 받아 든 미국인들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상품을 쓸어 담았다. 경쟁업체인 이베이(eBay)와 코스트코(Costco)는 5월에 온라인 거래가 급증했다고 말한다. 소비 수요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베조스는 다시 한 번 매일 재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아마존은 17만 5000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보호 장갑 3400만 개를 구입했다. 화물기는 12대를 새로 임대하면서 82대로 늘었다. 급증하는 전자 상거래를 뒷받침하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결제 시스템이라는 인프라다. 아마존은 이 부분에서도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은 1분기에 33퍼센트 증가했다.
한 가지 의문은 디지털 강세가 과연 가라앉을까 하는 점이다.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계산대에서 결제를 해야 하긴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의 강세가 어느 정도는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는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해왔던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집단이 온라인 쇼핑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60대의 ‘실버’ 소비자들이 디지털 결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상당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제이크루(J. Crew)와 니먼마커스(Neiman Marcus)를 포함한 수십 개의 업체들이 채무 불이행 상태이거나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해 전자 상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창고 관리 기업들의 주식은 쇼핑몰 상가를 소유한 업체들보다도 48퍼센트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모든 일들은 베조스가 지난 몇 년 동안 주주들에게 보내 온 편지에 쓰여 있었던 시나리오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많은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이 보내는 편지처럼 베조스의 편지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아마존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관련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영구적인 선순환의 구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서적 판매에서 전자 상거래로 도약하고, 그 다음에는 제3의 소매업체들을 위한 클라우드와 물류 부문으로 확장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스스로를 방대한 신규 산업체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가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이나 음성 어시스턴트인 알렉사와 같은 특급 서비스에 대해서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부문의 강세로 아마존이 거침없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전망은 월스트리트에서도 이러한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17일 아마존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텍사스 서부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베조스는 아마존이 마주한 까다로운 문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해묵은 사회적 합의에 대한 내용부터 시작해 보자. 아마존에 대해 제기되는 일부 비판은 단순한 오해다. 예를 들면, 검색 부문의 구글과는 달리, 아마존은 독점 기업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마존은 미국 전자 상거래 시장의 40퍼센트를, 그리고 전체 소매 부문 매출에서는 6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마존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거의 없다. 소위 ‘아마존 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신규 물류 창고와 배송 부문의 일자리가 오프라인 매장의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으며, 이 기업의 미국 내 최저 시급은 15달러로 소매업종에서도 평균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아마존의 전략은 고용 시장에서 거대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일으킬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물류 창고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아마존의 노동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13개주의 법무장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지털 만물상과도 같은 아마존의 역할로 인한 이해의 충돌 문제도 있다. 아마존의 플랫폼은 제3자 판매업체들과 자신들의 상품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는가? 현재 미국 의회와 유럽 연합(EU)이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민감한 데이터를 경쟁 관계에 있는 거대 대기업의 웹서비스(AWS)에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편안하게 생각할 것인가?
아마존의 두 번째 문제는 팽창에 관한 것이다. 베조스가 여러 산업으로 계속해서 확장을 해 나가면서, 자산을 가볍게 취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을 취했던 아마존은 이제는 옛 소비에트 연방의 트랙터 공장보다도 더욱 무거운 재무제표를 갖게 되었다. 현재 아마존은 임대 자산을 포함해서 1040억 달러에 달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 이는 구식 경제 모델의 라이벌인 월마트의 1190억 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규모다. 그 결과 AWS를 제외한 부문의 수익률은 형편없는 상황이다. 판데믹으로 전자 상거래 부문에서는 이윤율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베조스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및 구독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아마존이 단순히 부분의 합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그의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 상거래 부분 이윤율이 떨어지면서 아마존으로서는 AWS를 따로 떼어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AWS를 분사하는 것이 규제 당국의 부담도 덜고 AWS를 좀 더 자유롭게 해주는 선택이 되겠지만, 아마존으로서는 다른 모든 부문에 현금을 가져다 주는 돈줄을 놓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베조스의 마지막 걱정거리는 바로 경쟁이다. 그는 자신이 경쟁자들이 아닌 고객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오랫동안 말해 왔지만, 이번 판데믹을 계기로 다른 경쟁자들이 어떻게 활력을 얻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월마트, 타겟(Target), 코스트코의 디지털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독립적인 디지털 기업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쇼피파이(Shopify)나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유피에스(UPS)와 같은 아마존과 비슷한 업종들만을 모아서 주식 시장을 따로 하나 만든다면, 올해 그들의 실적은 아마존을 능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더 많은 지역들에서는 아마존이 아닌 현지의 강자들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인도의 지오(Jio), 동남아시아의 쇼피(Shopee)가 있다. 중국은 알리바바(Alibaba)와 징둥(JD.com), 그리고 핀둬둬(Pinduoduo)와 같은 거침없는 신예들이 장악하고 있다.
모방은 자본주의의 가장 진실한 형태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찬사를 받는 기업으로서 그들에게는 풀어야 할 여러 개의 퍼즐이 놓여 있다. 만약 아마존이 포퓰리즘 시대의 정치인들에 대한 유화책으로 임금을 올린다면, 그들은 저비용의 우위를 잃게 될 것이다. 만약 규제 당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AWS를 분사시킨다면, 남은 부문들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격을 올린다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온라인으로 시청을 하고, 온라인으로 책을 읽을 것이라는 베조스 회장의 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을 경영하는 일이 더 수월해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일일이 상자를 포장하는 번거로움은 덜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