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아마존은 창립 9500일을 맞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아마존의 매일은 ‘첫날(Day 1)’이다. 1994년 설립 이후로 그는 언제나 아마존이 혈기 왕성한 스타트업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적극적으로 혁신하고 거침없이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 아마존은 경쟁 기업들에게는 두려움을,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는 1초마다 대략 1만 1000달러 상당의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가 작년에 배송한 주문량은 35억 건이다. 지구 전체 인구 두 명 중 한 명에게 배송한 셈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낮 시간에는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밤에는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아마존은 지난해에 2800억 달러(336조 53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 아마존은 그저 편리한 것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형광색의 조끼를 입은 배송 노동자들이 문간에 슬그머니 놓고 사라지는 스마일 마크가 있는 갈색의 포장 상자는, 판데믹으로 폐쇄된 사회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배송 서비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환경이 없었다면 오프라인 매장과 사무실이 문을 닫은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오락거리가 없었더라도 견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온라인 생활로 가는 트렌드를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가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촉발한 수요는 아마존을 2025년까지 거뜬히 움직이게 만들 겁니다.” 벤처 캐피털 기업 세콰이어캐피털(Sequoia Capital) 회장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의 말이다.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두 배가 늘어 7340억 달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아마존의 주식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118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1조 달러 기업들은 25~35배다.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중개인들은 고객들에게 아마존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팔지 말고, 갖고 있지 않다면 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 상거래와 클라우드 부문 모두에서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처우는 물론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독립적인 업체들에 대한 공정성 문제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나라의 정치인들은 아마존을 쪼개고 싶어 한다. 아마존을 쪼개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일부 투자자들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베조스는 “둘째 날(Day 2)”을 “정체, 그 다음에는 무관심,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극심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추락”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1] 둘째 날의 여명은 아직 밝지 않았다. 하지만 첫째 날의 정오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최고의 위치
아마존처럼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의 세계에 동시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기업은 없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들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Prime) 서비스에 가입한 1억 5000만 명의 고객들은 주문한 제품을 즉시 배송받을 수 있다. 프라임 비디오와 영화를 무료로 스트리밍하는 것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정액 요금제로 당일 배송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은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진다. 그들의 물류 시스템은 다른 기업들의 주문을 처리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2018년 아마존 플랫폼을 통한 매출의 58퍼센트를 차지한 것은 ‘제3 업체’의 매출이었다.
거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수억 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요구와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다른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광고주들이 사랑하는 종류의 데이터 말이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현재 110억 달러(13조 220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7퍼센트의 점유율에 해당한다. 구글(38퍼센트)과 페이스북(22퍼센트)을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시작은 2003년 두 명의 엔지니어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웹사이트와 물류 시스템을 온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아마존의 자체 IT 인프라를 다른 기업들에게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이었다. 이 제안은 당시 베조스의 기술 고문이었던 앤디 재시(Andy Jassy)의 관심을 얻었다. 재시는 현재 AWS의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이 사업 부문으로 아마존은 단순한 온라인 기술 사용자가 아닌, 매우 거대한 규모와 만만찮은 기술력을 갖춘 어엿한 개발업체로서의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AWS가 막대한 현금을 벌어 주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AWS는 350억 달러(42조 59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영업 이익은 92억 달러(11조 5556억 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