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경배를/ 미국 대통령 첫 번째 임기 지지율(%)/ 저점(하늘색), 평균(검은색), 고점(파란색)/ 출처: 갤럽
보기 드문 대통령 이상으로 보기 드문 시대가 찾아왔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유행은 12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아직 통제되지 않는 이 상황은 미국 선거일까지 비슷한 숫자의 목숨을 또 앗아 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장하는 경제 속에 대권을 이어 가길 원했고,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승리하기를 바랐다. 대신 그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과 실업, 파산으로 엉망이 된 나라에서 출마하게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제약은 전에 없던 유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례 없는 숫자의 미국인이 우편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작 우려를 들어 반대한 방식이다.
모든 재선은 재임자에 대한 대규모 국민 투표다. 이번엔 조금 다르다. 바이든은 합리적인 대통령처럼 보이면서도 당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트럼프처럼 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친숙하고 심심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면이 이런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여론 조사는 보여 준다. 불안한 시국에 위로가 되는 수치다. 평균적으로 바이든의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9퍼센트 포인트 가량 높은데, 이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벌렸던 격차를 충분히 웃도는 결과다. 그는 2016년 클린턴 후보가 패했던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같은 ‘파란 장벽(Blue Wall·민주당 지지가 견고한 지역)’ 지역에서 견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공화당 지지층이 두터운 애리조나, 조지아, 그리고 텍사스에서도 해볼 만한 지지율을 확보했다. 여론 조사와 경제 및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 산출하는 《이코노미스트》의 선거 예측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백악관에 머물 가능성을 10퍼센트로 내다보고 있다.
최고의 후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싸워 나갈 것이다. 바이든을 그의 아들 헌터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외교 정책을 악용한 족벌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지지율을 빼앗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로 탄핵까지 당했다.
[1] 그러나 바이든은 이런 책략의 타깃으로 삼기에는 강력한 인물이다. 2016년 당시의 클린턴보다 더 강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그를 이해하기 쉬운,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그의 애잔한 삶을 알고 있다. 바이든의 첫 번째 아내 네일라(Neilia)와 1살짜리 딸 나오미(Naomi)는 그가 1972년 처음 당선된 직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08년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을 때 이런 상실에 대해 감동적인 연설을 했던 장남 보(Beau)는 2015년 암으로 사망했다. 슬픔의 감정은 바이든에게 깊은 공감 능력을 심어 줬다.
그는 정책 측면에서도 공격받을 것이다. 바이든은 당내에서 항상 이념적으로 중도에 있었다. 그는 낙태권과 연방 차원의 학교 내 인종 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고, 가혹한 형사 처벌에 찬성했으며 금융 규제 완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중도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그도 그렇게 했다. 아마도 바이든은 정치적 바람에 따라 바뀌었을 것이다. 혹은 그는 오랫동안 고수한 입장을 재고할 만큼 훌륭한 의지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는 좀 더 급진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겉으로 볼 때 중도적인 고령의 의원이 여러 세대에 걸쳐 드러난 대담한 민주당 정책 공약을 이어 가는 것이다. 여기엔 의료 보험에 대한 공공 선택권과 탄소세(carbon tax) 등 기후 변화에 맞서려는 야심 찬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많은 급진파는 그를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프라이머리 유세 기간 급진파는 민간 의료 보험을 폐지하길 원했다. 오늘날 대다수는 경찰 관련 예산을 줄이길 원한다. 일부는 바이든이 이러한 대의명분을 놓고 진보로 돌아서는 데 실패한다면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경고 혹은 위협한다. 유색 인종 여성 그룹을 지지하는 ‘쉬 더 피플(She the People)’의 에이미 앨리슨(Aimee Allison)은 바이든에게 “상황을 직면하고 시위대를 지지자가 되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는 현재의 이 치명적인 (시위대와 바이든 사이의) 열정의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2018년 하원에서의 민주당 대승은 진보 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의석수를 안전하게 확보했지만, 이 승리를 이뤄 낸 것은 공화당 의석을 빼앗은 중도파였다. 당시 표를 줬던 유권자들은 현재 바이든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그 표심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페르소나는 온건하다. 그가 종종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대리인이 ‘시민 의식을 되돌리기 위해서’ 출마했다고 말했듯 품위 있고 위안을 주는 인물이다. 그 점이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팀을 이룬 바이든에게 많은 미국인들이 두 번이나 투표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