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업 생태계에서는 실제로 혁신이 급속히 자라날 수 있다. 하지만 구조를 갖춘 제품 개발을 방해할 여지도 있다. 구조를 갖춘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지속적인 협업과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서비스가 그렇다. 기업 고객들은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자신들의 요구에 일관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구글은 둘 다 아니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구글은 알로(Allo)와 버즈(Buzz)부터 행아웃(Hangouts)과 미트(Meet)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메시징 도구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러나 슬랙(Slack)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와 유사한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최근 들어서야 개발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몸통은 있는데 고객 서비스의 뼈대가 없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고 제프리스(Jefferies) 은행의 브렌트 틸(Brent Thill)은 말한다. 그 결과, 구글은 현재 고객 서비스를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추구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에 뒤처져 있다.
알파벳의 조직 구조가 잘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해지고 있다. 몇 년 전 구글을 떠났다가 돌아온 한 직원은 수만 명의 직원들이 있는데도 구글은 작은 회사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구글에는 상근 노동자 12만 명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하지만 급여는 더 적은) 임시직 또는 계약직 직원들이 있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만들어 놓은 특수한 규칙들이 그들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 임원들은 위원회의 내부 승진 결정이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정치적인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한다. 1000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끔찍할 정도로 많은 퇴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정치적 긴장감도 조성된다. 2016년 이후로 이 회사의 의식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내부적인 메시지 도구들을 활용해 조직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이민 정책부터 구내식당 육류 불매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며 관리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맹렬한 속도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는 알파벳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자유주의적 성향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동의하는 국가”가 아니다.
2017년에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데이모어(James Damore)가 내부의 메일링 리스트에 있는 메모를 하나 공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기술 업계에서 젠더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의 일부가 생물학적인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메모가 언론에 유출된 이후 그는 해고됐지만, 많은 내부 관계자들은 피차이를 포함한 관리자들이 논쟁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논쟁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는 “신상 털기(doxxing)”를 당한 활동가 직원들을 돕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상황은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한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내부 정보 유출이 폭증했다. 내부 청원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활동가 직원들은 펜타곤과의 AI 계약 갱신과 중국판 검색 엔진의 검열 버전 적용 계획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그해 말 성희롱으로 고발된 최고위층 임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별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2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파업을 벌였다.
“그 파업으로 래리의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한 구글 직원의 말이다. 이는 엔지니어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창업자의 목표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이후 두 창업자는 자신들의 창조물로부터 더욱 거리를 뒀다. 그들은 TGIF 미팅 참석을 중단했다. 지난해 피차이가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은 많은 의미에서 형식적인 것이었다.
브린과 페이지, 슈미트가 알파벳의 최대 개인 주주로 남아있기는 했지만(주식 지분율은 13.1퍼센트, 의결권은 56.7퍼센트), 전직 고위 임원은 이 회사가 현재 다른 형태의 삼두 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피차이 외의 두 명은 국제 관계 부문 수석 부사장인 켄트 워커(Kent Walker)와 모건스탠리에서 데려온 최고 재무 관리자인 루스 포랏(Ruth Porat)이다. 브린과 페이지는 기술 전문가였고 슈미트는 기술 전문 관리자였다면, 새로운 팀은 그저 관리자들일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월 피차이가 알파벳의 수장으로서 첫 번째의 분기 결산 보고를 하면서 분명해졌다. 이때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유튜브의 매출을 공개해 애널리스트들을 기쁘게 했다(2019년 매출은 150억 달러(17조 8395억 원)로, 전년도에 비해서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피차이는 자사주 매입을 가속화했다. 2019년 4분기에 61억 달러(7조 2547억 원)였던 매입 규모는 지난 3월까지 석 달 동안 85억 달러(10조 1091억 원)로 늘었다. “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더 이상 가장 미움받는 거대 기술 기업이 아닙니다.” 제프리스 은행의 브렌트 틸의 말이다.
알파벳은 기타 투자 부문 관리 측면에서도 주주 친화적인 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웨이모와 같은 일부 계열사들은 외부의 투자자들을 유치하려 해왔다. 웨이모가 언젠가는 분사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행보다. 사이버 보안에서 혁명을 일으키기를 희망하는 크로니클(Chronicle)이나 싱크 탱크 직소(Jigsaw)와 같은 다른 부문은 구글에 다시 편입되었다. 하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행 풍력 터빈을 개발하고 있는 마카니(Makani) 같은 부문은 폐업하거나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무한대를 넘어
피차이의 대대적인 관리직 개편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5년 전 그가 구글의 대표가 된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는 클라우드 부문 투자를 늘렸고 2018년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Oracle)의 고위 임원을 지냈던 토머스 쿠리안을 채용해서 클라우드 부문의 운영을 맡겼다. 피차이의 진화하는 경영 철학에 보조를 맞춰서 쿠리안은 전임자였던 다이앤 그린(Diane Greene)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앞서 일했던 회사는 물론 독일계 라이벌 기업인 에스에이피(SAP) 출신들을 고용하면서, 팀을 하향식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변화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전문적인 온라인 서비스 패키지인 지스위트(G Suite)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문은 매년 50퍼센트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알파벳 전체의 8퍼센트인 130억 달러(15조 458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쿠리안의 재정적인 성공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내부자들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작은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상당수의 직원들은 구글 클라우드 사업부의 하향식 접근법이 조직 전체에 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윗선에서 마감일과 함께 업무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는 구글의 문화와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앞서 언급한 파업이 끝난 후, 관리층은 몇 가지 변화를 적용했다. “우리가 더 작았을 때는 하나의 팀이 되어 하나의 제품을 만들었고, 사업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기업에서 모든 것을 낱낱이 공유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켄트 워커가 지난해 11월에 내부 뉴스레터에 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TGIF 미팅은 현재 한 달에 한 번만 열리고 있으며, 비즈니스와 관련한 질문만 받는다. 내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메일링 리스트는 관리되고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게시 글은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직원들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민감한 문서에 접근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노동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살해 사건 이후, 많은 구글러들은 최고위층이 (이와 관련해서)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다양성을 갖추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알파벳은 “과소 대표(underrepresent) 그룹의 리더십 대표성(leadership representation)”을 앞으로 5년 동안 30퍼센트까지 높이겠다고 서약했다. 지난 6월,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피차이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이 서한에서 직원들은 미국 전역의 경찰에 대한 기술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