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황금기/ 호주, 고등 교육 자금 출처, 2008년 자금을 100으로 삼았을 때의 지표/ 외국인 학생 수업료(파란색)/ 국내 학생과 정부 보조금을 포함한 기타 자금(하늘색)/ 피터 헐리, 니나 반 다이크, 〈고등 교육 부문의 호주 투자〉, 2020.
코로나19는 모든 대학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대학들처럼 재정적으로 유학생들에게 의존해 온 곳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00년 200만 명이던 유학생 규모는 이제 500만 명을 넘어섰다. 호주에선 해외에서 온 학생들이 대학 수입의 4분의 1에 기여했다(표 참조). 캐나다 상위 대학인 맥길대 과학대 수업료는 현지 학생이 2623캐나다달러(233만 원)인데 반해, 유학생 수업료는 4만 5656캐나다달러(4056만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이처럼 많은 대학들은 유학생의 최대 공급처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게다가 미국, 호주, 영국의 대학들은 보수 성향 정부에서 제기되는 대학 학위의 가치에 대한 회의론에 직면하고 있다. 어려운 질문에 익숙한 학계가 이제는 실존적인 질문을 맞닥뜨리고 있다.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문제는 대학 캠퍼스가 바이러스의 확산에 유리한 환경인 데다, 전 세계를 이동하는 학생들이 바이러스 전파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코넬대 연구진은 대학생들이 동급생 전체의 4퍼센트와 수업을 함께 듣지만, 서로 다른 수업을 듣기 때문에 동급생 전체의 87퍼센트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염병의 급격한 확산 가능성은 미 육군 기지 포트 베닝(Fort Benning) 신병들에게서도 확인됐다. 지난봄 640명의 신병이 도착했을 때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타난 사람은 4명에 불과했지만, 몇 주 만에 100명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66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 대학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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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교수들은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 《이코노미스트》의 확인 결과,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학장은 7월에 발송한 서한에서 교수들에게 대면 수업으로 학생을 가르치라고 압박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필수적인 교육 방식의 부담을 동료 교수진에 단순히 떠넘기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실제 미국 대학들은 2019~2020학년도 후반에는 대면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없다. 데이비슨대 대학 위기 이니셔티브(College Crisis Initiative)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 학기에 모든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거나, 대부분의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는 학교는 25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대학도 25퍼센트였다).
교수들이 대면 수업을 진행하려 해도 대다수 학생들은 그럴 수 없다. 인도 뭄바이 출신인 스물네 살 하르시타 바티아(Harshita Bhatia)는 7월 호주 국립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타국에서 경험할 온전한 캠퍼스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내년 2월로 입학을 미뤘다. 컨설팅 회사 Q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지불한 학비가 온라인 수업에만 쓰인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호주에선 대학생 비자 신청이 올 들어 3분의 1로 줄었다.
학생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엄격한 방역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유학생 비중이 13퍼센트였던 하버드대는 새 학기에 유학생의 40퍼센트가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배움을 이어 가고 있다. 캠퍼스에 있는 학생들은 사흘에 한 번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며 기숙사에 손님을 들이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영국 북부 볼턴대는 “코로나에 안전한” 캠퍼스를 목표로 세우고, 9월에 캠퍼스를 개방하기로 했다. 입실하는 학생들은 체온 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제공하고, 자전거 1000대를 구입해 빌려줄 계획이다.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리를 좋아하는 바이러스
학생들이 모이는 대강당보다 더 큰 위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규칙들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7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는 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남녀 사교 클럽 파티가 진원지였다. 당시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12명 이상 모이지 말 것, 모임은 야외에서 열 것, 최소 6피트 간격을 유지하면서 얼굴을 가릴 것을 강조했다. 감염 발생 이후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4만 명의 학생 가운데 3200명만 캠퍼스 안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기숙사 안에 있는 학생들조차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존스홉킨스대 영상은 강의를 위한 새 ‘캠퍼스 스튜디오’를 홍보하고 있다. 학생들이 각자의 방에서 안전하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런 줌(Zoom) 화상 수업은 장기적인 변화의 추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코세라(Coursera)와 같은 온라인 교육 사업자들은 2010년대 초반의 예상대로 고등 교육 부문에서 혁신을 이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연령층에 비즈니스 중심의 강의를 제공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지난 5년여 동안 점점 더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학위를 발급하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 프로그램 관리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에서 온전히 온라인으로만 학위를 딴 졸업생의 수는 2012년 5명 중 1명에서 지난해 3명 중 1명으로 늘었다.
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댄 테한(Dan Tehan) 호주 교육부 장관은 교육, 기계공학 등 국가 차원에서 우선순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과목의 단기 온라인 강의에 예산을 배정했다. 강의료는 1250~2500호주달러(106만~212만 원) 수준으로 6개월 동안 운영된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빠지는 것보다 공부에 빠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는 더 많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지메이슨대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온라인 교육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대면 강의를 선호한다. 컨설팅 회사 에듀벤처스의 리처드 개럿(Richard Garret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생 7명 중 1명만 온라인 학위를 받았다. 개럿은 또 유학생들은 다른 나라에서의 ‘문화적 몰입’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많은 학생들이 큰 도시에 끌린다. 미국에선 뉴욕대가 1만 9605명으로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유했고, 영국에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1만 96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님 집의 거실에서 참여하는 온라인 수업으로는 이 도시들을 경험할 수 없다. 일부 봉쇄된 상태의 도시라고 해도, 탐험과 로맨스의 모든 가능성은 도시 생활로만 누릴 수 있다.
이제 대학 경험에 대한 유학생들의 기대는 완전히 온라인이든, 완전히 비현실적이든 훨씬 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수업료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들레이드대는 수업료를 깎은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다. 학생이 등록을 확정한다는 전제로 ‘코로나19 해외 학비 환불’로 20퍼센트를 돌려준다. 영국의 대학들도 해외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장학금의 이름으로) 할인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할인 정책을 외부에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학생들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만큼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그리고 부모들)이 교육 서비스를 구입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 시안의 한 대학 카운슬러는 “모든 경험을 누리지 못하는데 코세라에서도 볼 수 있는 온라인 강의에 왜 5만~6만 달러(5900만~7100만 원)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학생들이라도 해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동할 비행편이 없어진 것이다. 영국의 볼턴대는 중국과 인도에서 학생들을 직접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0석 비행기를 30만 파운드(4억 6510만 원)에 전세 낼 수 있다”고 조지 홈스(George Holmes) 부총장은 말했다. 대리인들이 인도의 델리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도착 후 호텔이나 자가 격리 건물에 데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대학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입국 제한 조치가 학생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2월부터 모든 중국인들은 호주에 입국할 수 없다. 지역 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수백 명의 학생 무리들을 실어 나르려던 임시 계획은 폐기됐다. 캐나다는 3월 이전에 비자를 받지 못한 학생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인도 학생들 일부는 미국 입국이 허용됐지만 중국 학생들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인도인과 중국인 모두 2주 간의 자가 격리만 거치면 입국할 수 있다.
7월 트럼프 정부는 완전히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대학의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하버드대와 MIT 등 여러 대학들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었다. 그러나 7월 말엔 대면 수업이 전혀 없는 대학 신입생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대사관과 영사관은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쌓여 있는 비자 신청을 받아 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