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계를 쌓고 유지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위로받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면서 커뮤니티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문토, 트레바리부터 취향관, 안전가옥까지,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와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커뮤니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체성 기반의 주거 커뮤니티인 논스(Nonce)의 하시은 CEO는 커뮤니티가 마을과 도시가 되고 심지어 가족보다 더 강력한 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취향보다는 ‘타고난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함께 살도록 하는 것이 논스의 목표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 삶에 대한 향상심으로 가득 찬 혁신가들을 한 공간에 큐레이션한 것은 또 다른 혁신가를 논스에 불러오는 선순환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이미 논스 안에서만 30개가 넘는 서비스가 탄생했다. 스타트업의 오너부터 고등학생까지 논스에 모인 이들은 일과 여가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논스의 꿈은 커뮤니티를 마을과 도시로 키워 내는 것이다.
논스의 구성원들은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논스에 산다”고, “누구와 사느냐”고 물으면 “논스와 산다”고 답한다. 입주자들에게 논스는 집이나 가족이라는 단어, 지명이나 주소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유한 삶의 방식인 셈이다. 기존의 개념을 벗어난 관계와 주거 방식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변화는 더욱 쉬워지고 빨라진다. 같이 일할 사람은 링크드인에서, 함께 사랑을 나눌 상대는 데이팅 앱에서 찾는 시대다. ‘아랍의 봄’처럼 트위터에서 만난 이들이 정치적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좇아 흩어졌던 사람들은 다시 모이고 있다. 정체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시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박지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