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팔로우된 해시태그는 #공스타그램이었다. 주로 10대들이 ‘공부 인증샷’을 올리는 해시태그다. 태그된 게시물은 그날 한 공부 내용과 시간 등을 적고 취향대로 꾸민 다이어리 페이지나,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찍은 인증샷 등이다. 오늘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측정하고 전국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앱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를 캡처한 사진도 종종 보인다. 유튜브에서는 ‘공부 브이로그’도 흔하다. 10대 수험생이나 20대 초반 대학생, 공시생 등이 유튜브에서 공부하는 모습, 그날 공부한 시간을 구독자들과 공유한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채팅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Z세대와 가까운 밀레니얼 세대로서도 이런 ‘랜선 공부’는 꽤 충격적이다. 밀레니얼인 나는 10대 내내 핸드폰을 달고 살았고, 버디버디나 싸이월드, 포털 사이트 카페 같은 온라인 소통에도 익숙했지만 스마트폰은 고등학생 때에야 나왔고 그마저도 공부 때문에 사용한 경우는 많지 않았던 세대다. 즉 공부와 스마트폰은 공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익숙하고 재밌는 일이지만 공부에 방해가 되는 시간 낭비에 가까웠고, 그래서 부모님 몰래 컴퓨터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몰컴’ 같은 말도 있었다. 공부 인증샷을 SNS에 올리고, 공부 브이로그를 만드는 것이 밀레니얼에게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며 ‘등짝’을 맞을 일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주로 10대 후반, 20대 초반인 Z세대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부 방식은 저자가 말하는 Z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통한 연결은 일상적인 삶의 조건이고, 그래서 공부나 일 등에 방해가 된다, 아니다를 논할 만한 일이 아니다. 또 이들은 X세대 부모와 함께 성장기에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현실적인 성향과 경제관념을 장착했다. 교육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다른 세대만큼 대학 진학을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진학을 선택했다면 온라인과 SNS를 보조 수단 삼아 열심히 노력한다. 다른 분야를 선택한 Z세대도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하는 일이나 학습을 온라인 세계와의 구분 없이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오프라인은 원래 존재하던 세상, 온라인은 새롭게 생겨난 세계라는 밀레니얼 세대까지의 인식은 Z세대에서부터 달라졌다. Z세대를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나아가 조직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과 사회가 그토록 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이유다. 랜선 공부, 일상적으로 켜놓는 영상 통화, 취향을 중심으로 한 SNS 소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과 생각보다 보수적인 경제관념까지. Z세대를 관찰한 여러 연구와 보도가 중계하는 현상들을 단편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들의 행동과 생각은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Z세대의 성장 과정, 다른 세대와의 상호 작용이 만든 특징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현상을 관통하는 한 가지 줄기가 보인다. 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역과 정체성의 구분이 필요 없는 세상을 살아 온 세대라는 점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계는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사라진, Z세대의 세계다. 저자의 비유처럼 이 세계에서 나고 자란 Z세대는 오프라인 세계에서 온 이민자인 우리를 달라진 세상에 더 빠르게 적응하게 해줄 수 있다. 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의 문제만은 아니다.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소희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