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무기력하지는 않은/ 미국 기업 공개/ 1월 1일~8월 19일 (단위: 10억 달러)/ 테크 기업(파란색)/ 기타(하늘색)/ 출처: 딜로직
현재의 넘치는 활기는 매달 수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상장했던 세기 전환기의 ‘닷컴 버블’ 수준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뜨거웠던 1990년대 말 이후로 테크 주식들을 관찰해 왔고, 현재는 자문 기업인 클래스브이 그룹(Class V Group)에서 스타트업들의 IPO를 돕고 있는 리세 바이어(Lise Buyer)는 “비이성적인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양상이 감지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험 관련 테크 기업인 덕크릭(Duck Creek)은 8월 14일 상장하면서 공모가에 비해 50퍼센트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마감했다. 그보다 한 주 앞서 상장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빅커머스(BigCommerce)는 200퍼센트 이상으로 주가가 터졌다.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대기업들의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합리성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상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완벽하게 합리적이다.
첫째는 금융 시장 자체와 관련이 있다. 비상장 기업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었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판데믹 이전에 몇몇 유니콘들의 상장이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치거나(리프트와 우버) 무산된 이후로(위워크) 거품이 있는 스타트업들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최저 수준에 달한 금리는 공적 자본(public capital)의 수익 추구를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로 주식 시장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투자 은행이자 IPO 관련 주요 주관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로렌 커밍스(Lauren Cummings)는 말한다. 벤처 캐피털(VC) 기업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의 브라이언 파인스타인(Brian Feinstein)도 동의한다. “공공 투자자(public investor)들의 수요는 끝이 없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이런 분위기가 사그라들기 전에 갈증을 해소하려 한다. 많은 기업들은 차량 호출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과 위워크의 대혼란 여파로 묵혀 뒀던 상장 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판데믹이 수많은 테크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타트업 상장 욕구의 두 번째 이유다.
알파벳(Alphabet)의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대형 플랫폼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자가 격리 상태의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기업들은 원격 근무를 가능하게 해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돈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9일에는 애플의 시가 총액이 일시적으로 2조 달러(2375조 원)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미국 기업 사상 최초였다. 최근에 상장한 많은 기업들을 포함해 이들처럼 크지 않은 테크 기업들도 판데믹의 혜택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