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크룩생크(George Cruikshank)가 그린 1819년 영국 피터루 학살 ©Alamy Stock Photo
대부분의 사람에게 군중은 매혹적일 수 있다. 무리에 포함되고자 하는 욕망은 본능이다. 춤추고, 구호를 외치고, 축제를 열고, 코스튬을 입고, 노래하고, 행진하며 의례적인 축하를 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 역사는 인류 행동에 대한 최초의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노팅엄셔(Nottinghamshire)에서 1만 3000년 된 ‘콩가 춤(conga lines)’을 추는 여성들을 그린 동굴 벽화가 발견됐다. 고고학자 폴 페티트(Paul Pettitt)는 벽화가 다른 유럽 전역의 그림들과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유럽 대륙을 아우르는 구석기 시대 집단적 노래와 춤 문화의 일부를 표현했다는 뜻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는 2007년 저서 《거리에서 춤을(Dancing in the Streets)》에서 로빈 던바(Robin Dunbar)를 포함한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조명했는데, 춤과 음악을 창작하는 행위가 석기 시대의 가족들에게는 더 큰 집단에 합류해 함께 사냥하고, 포식자에게서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연결의 매개체였다고 결론지었다. 에런라이크는 집단적 기쁨의 의식이 인류 발전사에서 언어만큼이나 고유하다고 봤다. 최근 던바와 다른 인류학자들은 “낯선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 함께 노래하고 결속하는 능력은 현대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실험으로 보여 줬다.
사회와 종교계의 리더들은 오랫동안 군중의 힘에 집착해 왔다. 스스로를 미화하기 위해 군중의 에너지를 이용하려 하거나, 아니면 아예 조직을 이끄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군중을 길들이려고 했다. 에런라이크는 저서에서 무절제하게 춤을 추며 쾌락만을 추구하는 일부 신자를 근절하려는 중세 교회의 투쟁부터 보여 준다. 이후 몇 세기가 지나고 종교 개혁과 산업 혁명이 진행되면서 축제와 기념일, 스포츠 등 수많은 의식과 모임이 법으로 금지됐다. 사람들이 술에 취하는 등 이교도적이며 경건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피터 스털리브래스(Peter Stallybrass)와 앨런 화이트(Allon White)는 저서 《그로테스크와 시민의 형성(The Politics and Poetics of Transgression)》에서 “17세기에서 20세기 사이 유럽에서 대중적인 축제를 금지하려는 수천 건의 법률이 제정됐다”고 했다.
군중 심리와 집단행동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는 산업화된 도시들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과 같은 사상가들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두고 ‘군중은 항상 폭도가 되기 직전의 존재’라는 생각을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선동된 군중들이 집단 광기 속에서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바뀌어 선량한 시민들까지 휩쓸 수 있다는 것이다. 르 봉은 “인간은 조직화된 군중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문명의 사다리에서 몇 단계 내려가게 된다”고 했다.
영국 킬대학(Keele University)의 사회 심리학 교수 클리포드 스토트(Clifford Stott)는 “르 봉 시대 이후 군중 심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중은 폭도가 되기 직전의 존재’라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영국 전역에서 일어난 폭동에 대한 언론 보도는 르 봉과 같은 19세기 초기 군중 심리학자들의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보도를 보면, 폭동은 문명사회를 향한 병적인 침입이었다. 일부 선동가가 안정되고 만족스럽게 살던 대다수에게 퍼뜨린 전염병과도 같았다. 특히 언론은 블랙베리(BlackBerry) 메신저를 통해 시위를 조율한다고 알려진 정체불명의 ‘범죄 조직’에 초점을 맞췄다. 3만 명으로 추산된 참가자들은 ‘흉악한 폭력배’로 묘사했다. ‘폭도’, ‘동물’.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거침없었다. “폭도들의 지배(Rule of the mob)”, “욥이 지배한다(Yob은 Boy의 철자를 뒤집은 것으로, 비뚤어진 영국 청소년 문화를 일컫는다)”, “타오르는 얼간이들(Flaming morons)”. 일부 진보 세력은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에게 “약탈자(looters)들을 사격해라. 물대포를 쏴라”는 등 군대 파견까지 요구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