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비책/ 일본/ 15~64세 여성 노동 인구 참여율(단위: %)/ 이주 노동자의 수(단위: 백만 명)/ 출처: 일본 후생 노동성, 세계은행
비평가들은 아베의 경제 정책에 많은 단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전까지, 그의 재임 기간은 외부의 충격에서 대부분 자유로웠다. 가장 큰 위기는 자초한 것이었다.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삼았던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은 시기가 좋지 않았고, 두 번 모두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아베 정부는 8년이라는 재임 기간 동안 1.1퍼센트라는 미미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약속했던 2퍼센트보다 낮은 수치였다. 많은 기업들은 증가한 수익을 그냥 깔고 앉아 있었다. 여성들은 더 많은 일자리를 얻었지만, 충분히 많은 여성이 승진하지는 못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평균 임금은 하락했다.
소비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채는 막대한 수준이다. 현재 GDP의 238퍼센트에 달한다.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지만, 시장은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더미는 미래 세대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이게 공짜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다 많은 세금 또는 더욱 적은 (공공)서비스라는 형태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전직 일본은행 관료의 말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다. 그러나 국민은 아베의 대처에 불만을 갖고 있다. 중앙 정부는 확산을 억제하는 조치들을 빠르게 취하지 못했고, 도쿄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등 지역의 지도자들이 상황을 주도하게 됐다. 일련의 부패 스캔들도 그의 입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사임 발표 직전 아베 정부 지지율은 34퍼센트로, 재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임 발표 연설에서 아베는 헌법을 개정하지도 못 했고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지도 못 했다며 한탄했다. 많은 일본인들은 그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노력보다는 2차 세계 대전이 남긴 유산을 뒤집어 놓으려는 자신의 야망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후임자는 아마도 오랜 전투를 이어서 치르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 첫 번째가 과제가 될 것이다. 올해 2분기 일본 경제는 7.8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아베가 총리에 취임했던 2012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기업들의 뒤를 받쳐 주고 소비자들에게 현금을 줬다. 기업 파산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고통스러운 구조 조정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도쿄대의 호시 다케오(星岳雄)는 말한다.
캐시 마쓰이는 일본에 “생산성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행 세법과 노동 시장은 스타트업 창업과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 정부는 구식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집계하기 위해 팩스를 사용한다고 해도 일본인들은 놀라지 않았다. “우리는 비효율성과 중복성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한 정부 경제 자문 위원의 말이다.
하지만 차기 총리는 외교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해양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서로 대립하고 있다. 아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 주었던 인내심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결코 발휘할 수 없었다. 일본은 2011년의 참사 이후 원자로를 폐쇄하고 석탄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기후 위기 문제에서 뒤처졌다.
자민당은 오는 9월 14일에 당 소속 국회의원과 일부 지역 대표 투표로 차기 총재를 선출한다.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위해 주요 파벌들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 장관을 지지해 왔다. 만약 그가 승리한다면, 내년 9월까지로 예정된 아베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전당 대회가 개최될 것이고, 더 많은 후보가 선거에 나설 것이다.
일본 북부 아키타현 시골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가는 (과로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도) 근면하다는 명성과 함께 관료들에 대한 장악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향은 아베보다는 덜 민족주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 많은 이민과 보다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해 왔다. 2013년에는 아베 총리에게 논란이 많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지 말고 경제에 더욱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스가는 세계 무대 경험이 거의 없다. 그는 일본의 국민이나 자민당의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당내에는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쉴라 스미스(Sheila Smith)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불길한 것은 장기 집권 총리의 뒤를 이은 총리들은 대체로 재임 기간이 짧고 인기가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