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개척자들/ 미국, 자영업자를 제외한 상근 근로자의 재택근무 비중, %/ 출처: 미국 인구 센서스 마이크로 자료 제공 프로그램
그러나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재택근무는 사실 사무실 근무보다 더 효율적이며, 사무실의 황금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사무실은 많은 양의 서류를 다뤘을 때 만들어졌다. 사무실이 오랜 기간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는 재택근무가 적정 수준에 못 미쳤던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판데믹은 세계를 새롭고, 더 나은 평형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 거대한 충격에 해당한다.
시카고대의 브렌트 네이먼(Brent Neiman)은 지금까지 재택근무의 성장을 막아온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보와 관련되어 있다. 상사들이 사무실에서 무더기로 일하는 것이 필수적인지 아닌지 단순히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두 번째는 조정(co-ordination)과 관련되어 있다. 공급자나 고객들이 재택근무를 낯선 것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로 옮겨 가는 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판데믹은 그러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모든 기업들을 한 번에 재택근무로 전환시켰다. 대규모 이주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재택으로 옮겨 간 기업들을 의심스럽게 생각할 가능성은 낮다.
세 번째 요소는 투자와 관련된 것이다. 사무실에서 재택근무로 옮겨 가는 데 필요한 대규모의 고정 비용이 기업들의 시도를 막았을 수 있다. 설문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기업들은 직원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와 같은 장비에 큰 지출을 했다. 판데믹 초기의 예측에 비해 세계의 무역이 잘 견디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투자는 가계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많은 선진국에서 단독 주택 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크다. 이는 사람들이 재택 사무실로 쓸 추가 공간을 찾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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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택근무가 인기를 끌 것인지는 기업과 근로자의 합의에 달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무실 근무가 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기업들이 받아들이느냐다. 1970년대 이래 물리적 근접성(예를 들어 대면 상호 작용을 위해 직원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을 연구한 학자들은 근접성이 협력을 촉진하는지, 저해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이 논쟁은 대체로 사람들을 한 지붕 아래 모으는 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행동을 장려하는지 아니면 잡담을 조장하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2017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매튜 클로델(Matthew Claudel)과 동료들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는 MIT 연구자들의 논문 및 특허와 그들의 지리적 분포를 살피고 있다. 연구자들은 근접성과 협력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MIT의 건물들을 분석했을 때는 “중앙에 위치하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며 다학제적인 공간이 협력의 활발한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가설에 대한 미미한 통계적 증거밖에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근접성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사무실에 모여야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하버드, 스탠퍼드, 뉴욕대 경제학자들의 논문은 봉쇄하의 평균적인 근무 시간이 이전보다 50분 가까이 더 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근무 시간 이후에 이메일을 보낼 가능성도 더 높았다. 집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는 정도에 있어서도 사람에 따른 편차가 컸다. 노무 컨설팅 업체 리스맨(Leesman)은 판데믹 기간 중 세계 선진국의 10만 명이 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경험을 연구했는데, 재택근무 만족도는 집에 업무를 위한 책상과 사무실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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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월에 발표된 시카고대 브렌트 네이먼과 조나단 딩글(Jonathan Dingel)의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인력 중 약 40퍼센트 정도가 식탁에서도 충분히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직업군에서 일한다. 판데믹 상황의 실제 작업 환경에 대한 데이터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과 동료들의 논문은 미국의 데이터에 기반해 판데믹 이전에 고용된 이들 중 절반 정도가 5월에 재택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재택근무의 장점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콜 센터에 대한 니콜라스 블룸의 연구는 재택근무의 영향을 수개월간 평가한 몇 안 되는 연구 중 하나다. 블룸과 동료들은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가끔씩이라도 사무실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 대규모 원격 근무를 시도했던 일부 기업들은 결국 포기했다. 2013년 재택근무를 포기한 기술 기업 야후(Yahoo)도 그랬다. 그해 공개된 사내 보고서는 “최고의 결정과 통찰 중 일부는 복도와 카페테리아에서의 토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 그리고 즉흥적인 팀 회의에서 나온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