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물과 전기, 학교가 있는 번잡한 도시로 이주하면서 빈곤을 탈출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다. 이들 중 다수가 일자리를 잃고 더 먼 지역으로 몸을 피했는데, 그런 지역은 생활비가 덜 들 뿐 일자리가 거의 없다. 인도의 공식 자료에서는 이렇게 이사를 한 사람들이 1000만 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다섯 배는 될 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세이프보다(SafeBoda)는 우간도의 수도 캄팔라에서 서비스되는 오토바이 호출 앱인데, 세이프보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버는) 운전자들의 40퍼센트가 봉쇄 조치로 인해 시골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한다. 대도시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경제 활동이 개선되고, 더 이상의 봉쇄 조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기 전까지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같은 곳에서는 감염 사례 증가에 대응해 새로운 규제들이 발표되고 있어, 언제쯤이면 그런 상태가 될지 불명확하다.
경제 위기는 이미 식량 위기로 돌변하고 있다. 피터 루탈로(Peter Lutalo)는 우간다 중부의 키보가(Kiboga)에서 잘나가는 술집을 운영했다. 그의 가족들은 주말이면 고기를 먹었고, 매일 밀크티를 마셨다. 하지만 정부가 술집에 폐쇄 명령을 내린 이후, 그들은 3주에 한 번 고기를 먹게 됐고, 차는 우유를 넣지 않고 마신다. 루탈로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충분한 음식을 확보할 수 없는 사람의 수가 판데믹의 영향으로 두 배로 늘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성인들의 건강을 해롭게 하고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의 수가 올해에만 1억 3000만 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기구들이 그 틈을 메운 것고 아니다. 안나 오바(Anna Obba)는 우간다의 비디비디(Bidibidi) 난민 캠프에서 교사로 일한다. 학교가 폐쇄되자 수입이 사라졌고, 아이들 교육에도 차질이 생겼다. 세계식량계획은 재정난을 이유로 지난 4월 난민 대상의 식량 배급을 30퍼센트 줄였다. 그 이후로 난민 캠프의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 식사를 하며 살고 있다.
교육의 붕괴는 장기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족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 지역으로 간 아이들은, 설령 그곳에 학교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 수준은 아마 더 악화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아프리카 39개 국가 중에서 학교가 전면 개방된 곳은 6개국에 불과하다. 그중 이번 달에 다시 학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12개국에 그친다. 케냐는 2021년까지 학교를 폐쇄했다. 교육을 1년 더 받을 때마다 연간 수입이 약 10퍼센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교육의 붕괴가 가난한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보건 의료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의료진들이 일터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진료소에 직원들이 부족한 상태다. 사람들 역시 진료소에 들르기를 불안해한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은 아이들의 백신 접종 비율이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면 접종이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홍역 같은 전염병은 백신 접종이 잠시라도 중단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경에 투여하는)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을 세 차례 모두 접종한 아이들은 올해 전 세계에서 67퍼센트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84퍼센트였다.
일부 사람들은 봉쇄 조치가 완화된 이후 경제가 다시 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베트남은 전쟁으로 국토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경제 개혁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IMF의 추산에 따르면 1990~2015년 사이에 베트남의 1인당 실질 GDP는 세 배 증가했다. 하루 1.9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의 비율은 1980년대에는 60퍼센트였지만, 코로나가 닥치기 직전에는 5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들이 단기간에 베트남과 비슷한 성장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올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불경기에 빠질 것이다. IMF는 이 지역의 GDP가 올해 3.2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는 3.4퍼센트 성장을 보이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G20 국가 중 지난봄 경제가 가장 크게 위축되었던 인도의 GDP는 올해 4.5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줄어든 부분을 만회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는 말한다. “역사적으로 성장이 이루어지면 빈곤도 그에 따라 함께 줄어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물음표들이 존재합니다.”
호전의 조짐도 몇 가지 있다. 세계은행이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실시한 전화 설문 조사에 따르면, 판데믹 이전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응답자의 87퍼센트가 직전 주에 최소 1시간은 일을 했다고 답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고용이 거의 판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성장세로 돌아오는 것은 지속적이지도 고르지도 않을 것이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 그들은 대부분 젊고, 그래서 코로나에 덜 취약한 편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아프리카 인구 중 65세 이상은 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15세 이하는 40퍼센트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러스보다는 굶주림이 먼저 그들을 죽일 가능성이 크다.
일에 굶주린 사람들
이 지역들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라면, 시골 지역으로의 대탈출을 감안할 때 아직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충분한 일거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진 기술은 6개월 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고, 그들은 그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낮다. 비슈와나트 캠블(Vishwanath Kamble)은 인도 뭄바이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350루피(5500원) 정도를 벌었다. 사무실들이 폐쇄되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줄면서, 그는 요즘 10루피(158원) 정도를 번다. 매일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그는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구글 지도의 데이터를 보면, 9월 중순에 뭄바이의 식당, 영화관, 쇼핑센터를 방문한 사람의 수는 지난 1월과 2월 초에 비해 70퍼센트 이상 줄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요원하다. “저도 무섭기는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일하러 가야만 합니다.” 뭄바이에서 가정부 일자리를 찾고 있는 문니 메흐라(Munni Mehra)의 말이다. 그녀의 남편은 요리사로 일하면서 매달 1만 루피(15만 8000원)를 벌고 있다. 하지만 메흐라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들은 인도의 북쪽 끝 지방인 우타라칸드(Uttarakhand)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동안 전 세계 비정규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온 하버드대학교의 마사 챈(Martha Chen)은 가사 노동자들이 중산층 고용주들의 생각에서 아이러니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중산층 고용주들이 가사 노동자를 다시 고용하면 위험에 처하는 건 (고용주인)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변변찮은 급여를 받는 청소부들은 코로나가 창궐하는 쇼핑몰이나 휴양 시설, 영화관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도시에서 꽃을 파는 라주(Raju)는 더 이상 사람들의 가정으로 꽃을 배달해 주지 못하고 있는데, 보안 요원들이 호화로운 아파트 단지에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기차가 운행되지 않으니 도매 시장에도 갈 수 없게 되었고, 결국 그는 지역의 공급업자들에게 더 비싼 돈을 주고 꽃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인도를 장악하면서 그의 수입은 월 1만 3000루피(20만 6000원)에서 7000루피(11만 1000원)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렇다고 가난한 국가들이 외국의 소비에 의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올해 초 유가가 급락하면서 나이지리아나 앙골라처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수입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UN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가난한 국가들의 3분의 2에서는 전체 상품 수출의 60퍼센트 이상을 원자재가 차지한다. 잠비아는 88퍼센트, 앙골라는 100퍼센트에 달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재 아프리카 동부의 사파리 관광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서의 휴양 일정을 예약하지 않고 있다. 케냐의 꽃이나 방글라데시의 의류 같은 품목에 대한 수요 역시 급감했다. 판데믹 상황이 진정되고 국경이 다시 열리면 이들 산업은 회복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한다.
당분간 그들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212개의 국가 및 영토에서 지난 6개월 동안 1179개의 사회적 보호 조치가 취해졌거나 시행될 예정이며, 수혜 대상이 2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국가들은 먹을거리를 나눠 주고 공과금을 면제해 주는 통상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시도하고 있다. 케냐 정부는 2만 6000명 이상의 케냐 젊은이들에게 임시직 일자리를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몬테네그로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해 최저 임금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책 입안자들은 현금 지급이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 형태라고 말해 왔는데, 실제로 현금 지급은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기술이 일조하고 있다. 필리핀은 새로운 신분증 시스템 도입에, 튀니지는 통합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이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다 신속하게 현금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은 휴대폰 데이터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의 위치를 알아낸 다음, 그들의 전자 지갑으로 직접 돈을 보내려고 한다. 또 7월에는 콩고 중앙은행도 오프라인 은행이든 온라인이든 특별 계좌를 개설해서 긴급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도 정부가 거액의 현금을 나눠 줄 수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 동안 가난한 국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에 1인당 평균 4달러를 지출했고,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부유한 국가들은 1인당 평균 695달러를 지출했다. 콩고 정부는 수도 킨샤사(Kinshasa)를 비롯한 코로나 영향이 심각한 지역에 있는 200만 명의 사람들에게만 5000만 달러를 나눠 줄 계획인데, 수혜자 1인당 25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렇지만 다른 국가의 정부들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6월 에티오피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이전의 3주 동안 정부의 도움을 받은 가정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도 인도의 여러 도시 주민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정부로부터 한 푼이라도 돈을 받은 사람은 응답자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러한 이전 지출(transfer payments)의 평균 액수는 수혜자들이 받는 월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외의 정부들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카르데나스(Cárdenas)는 멕시코 중부의 작은 도시인데, 이곳의 가난한 교외 지역인 카냘레스(Cañales)의 주민들은 지난 5월 주 정부로부터 식료품 패키지를 한 번 받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한다. 마르코 안토니오 곤잘레스 크루즈(Marco Antonio González Cruz)는 판데믹이 닥친 이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들의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말한다. “그들은 오직 선거에서 표를 원할 때만 찾아옵니다.” 좌파 포퓰리스트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은 2018년 집권 이후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연금 제도 확대, 젊은이들을 위한 수습 제도, 멕시코 내 여러 주에서 나무 심기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하지만 그는 한 세기 동안 멕시코가 마주한 최악의 불경기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대응책도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