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나는 재난에 관한 나의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A Paradise Built in Hell)》를 위해 니카라과(Nicaragua)의 시인이자 산디니스타(Sandinista, 니카라과의 반미, 반독재 무장 혁명 단체인 산디니스타 민족 해방 전선의 일원) 혁명가인 지오콘다 벨리(Gioconda Belli)를 인터뷰했다. 독재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을 준 1972년 마나과(Managua, 니카라과의 수도) 지진의 여파에 대해 그녀가 해준 이야기들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유, 그리고 스스로의 삶과 주체성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틀 후에 그 독재자가 통행 금지령과 계엄령을 내렸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억압까지 느끼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구가 흔들리기로 결정한 하룻밤에 당신의 삶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당신은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뭐? 나는 좋은 삶을 위해 내 목숨을 걸어 보고 싶다. 어차피 하룻밤 새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잘 살아 낼 수 없다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재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심오한 변화입니다.”
함께 경험한 재난 상황 속에서 죽음의 근접성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절실히 살게 하고, 삶의 작은 부분들에 덜 신경 쓰게 하며, 종종 시민 사회나 공익을 포함한 삶의 큰 부분에 더 전념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계속해서 발견했다.
우리가 모으고 쓰는 행위는 지구에 대한 일종의 전쟁이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 탄소 배출량은 급감했다.
이제껏 대부분 20세기 재난에 대해 썼지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흑사병과도 비교할 수 있다.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전멸시켰고, 영국에서는 전쟁세와 임금 제한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봉기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봉기는 결국 진압됐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 마찬가지로, 지난 3월 미국에서 통과된 긴급 법안을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병가와 관련한 새로운 권리를 얻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숙자 숙소 제공 등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던 많은 일들이 이뤄졌다.
아일랜드는 병원을 국유화했다. 아일랜드의 한 기자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던 사안이다. 캐나다는 실직자들을 위해 4개월 치의 기본 소득을 마련했다. 독일은 그보다 더 많은 기본 소득을 제공했다. 포르투갈은 판데믹 동안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들을 온전한 시민으로 대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우리는 강력한 노동 항쟁과 그 결과가 나타났다. 홀푸드(Whole Foods), 인스타카트(Instacart), 아마존(Amazon)의 노동자들은 판데믹 동안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강요하는 회사 방침에 항의했다. 덕분에 홀푸드는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직원들에게 2주간의 전액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 인스타카트는 직원과 손님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변화를 주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안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50만 명에 이르는 크로거(Kroger) 식료품점 직원들을 포함하여 일부 노동자들은 새로운 권리와 임금 인상을 얻었다. 15개 주 법무장관들은 아마존에 유급 병가 확대를 요구했다. 이러한 구체적 상황들은 우리 사회가 가졌던 재정 여건이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