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늘 국제 뉴스의 주요 지면에 등장한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도 깊이 연관되어 있고, 국제 정세에 영향도 크다. 그러나 산발적인 사건들의 의미를 읽기는 어려웠다. 나와 관련이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중동 이슈에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다.
중동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시아파 맹주 이란, 수니파 맹주 사우디’ 같은 표현은 반복되지만, 이것이 지금 일어나는 사건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가령 2020년 9월 ‘이스라엘이 UAE, 바레인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는 뉴스가 왜 뜬금없이 이란, 사우디와 관련된 소식인지 알기는 어렵다. 이 사건은 11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비밀리에 직접 만난 일과도 이어진다. 그러나 맥락을 모른다면 두 가지가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보일 것이다.
두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와 이란의 라이벌 관계, 최근 이란의 영향력 확장 행보, UAE와 바레인의 사우디에 대한 의존도, 이란과 미국의 대립,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불편한 관계까지 알아야 한다. 종교적·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속에서 최근 이란은 세를 확장하고 있고, 사우디는 이를 견제하려 한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는 점과 이슬람 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동시에 고려해 전략을 택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대립 구도 속에 이런 행보를 지원하고 있다.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중동을 오해하는 이유기도 하다. 국가 간 역학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사건만 본다면 ‘늘 분쟁이 일어나는 곳’,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맥락을 알 때, 사건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바뀐다. 저자는 라이벌 구도를 쉽고 상세히 설명하면서 중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내러티브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중동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다. 국가들은 결국 안보를 위해 투쟁한다.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국가 내에서 반정부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옳든 그르든 국가나 집단의 행동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의 역학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에 촉발된다. 중동의 사건들을 이해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를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시작점이다.
소희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