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는 이와 같은 분위기 가운데서 자라났다. 책상, 책장, 옷장, 침대가 세트로 구비되고, 재봉틀로 손수 만든 아기자기한 무늬의 커튼이 방 창문에 걸려있는 ‘내 방’이 있었다. 주부인 어머니는 삭막한 베란다를 화분과 나무가 가득 들어차 있는 실내 정원으로 꾸몄고, 때론 벽돌과 비닐로 물이 솟아나는 실내 분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낡은 거실 장 위에 손수 잘라낸 ‘장식 시트’를 붙여 새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지금은 촌스러움의 상징이 된 ‘꽃무늬 벽지’가 폭풍처럼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일 테다. 화려한 꽃무늬 벽지는 90년대 이후로 대부분의 집을 장악했다.
밀레니얼은 집 꾸미기가 일상이 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같은 구조의 아파트에 사는 본인의 집과 친구의 집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며 자랐다. 직접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잡지에서, TV 프로그램에서, 드라마에서 꾸며진 집의 이미지들을 접했다. 집이라는 공간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두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모 세대를 통해 경험하며 알게 된 것이다. 과거 세대에게 아파트가 투자의 대상, 재산과 계급의 상징이었다면, 아파트 키드 밀레니얼에게는 그에 더해 나와 가족의 일상이 이뤄지고, 사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꾸며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커졌다. 이와 같은 기억과 경험을 품고 어른이 된 밀레니얼은 집과 인테리어에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을까?
디지털 네이티브의 집 꾸미기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린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일상처럼 이용하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서 사진과 글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지금 먹고 있는 음식, 커피 한 잔, 파란 하늘 사진을 한 문장의 감상과 해시태그를 덧붙여 전시한다. 전시 행위는 본인이 살고 있는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비껴가지 않는다. 2020년 11월 2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스타그램 게시물은 약 430만 건에 달한다.
SNS뿐 아니라 유튜브의 동영상, ‘오늘의집’, ‘하우스앱’, ‘집꾸미기’, ‘원룸만들기’ 등 인테리어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밀레니얼은 이러한 플랫폼에서 정보를 얻고, 쇼핑하고, 본인의 주거 공간을 꾸미며 그 결과물을 그곳에 다시 공유한다. 과거에는 소수의 주거 공간과 그 안의 변화를 TV나 잡지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현관문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개인의 사적 공간을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인테리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로 2020년 8월 기준 누적 거래액 6000억 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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