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시공한 우물 천장과 중앙등, 아트월(아래) ©BIMD
레시피 2; 없어도 되는 것은 제거하라
업계 종사자다 보니 주변에서 “그 집 인테리어 좋더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짚는 경우는 드물다. “전반적인 느낌이 좋았다”고만 느끼는 것이다. 좋은 인테리어는 뭘까. 유행을 잘 따른 인테리어일까, 아니면 고급 자재를 많이 쓴 인테리어일까. 특이하면 좋은 걸까. 나는 좋은 인테리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불필요한 것을 없앤 인테리어.’
없어도 될 요소 중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많은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우물 천장’과 ‘아트월(art-wall)’이다. 우물 천장은 층고가 높아 보이도록 천장을 10센티미터 정도 위쪽으로 파고 들어가게 만든 형태를 말한다. 아트월은 현관에서 마주 보이는 벽, 혹은 TV가 설치되는 거실 벽면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감을 하여 강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별다른 디자인적인 고민과 입주자 동의 없이 우물 천장과 아트월을 습관처럼 만든다는 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도 다 하니까 한다”며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우물 천장과 아트월을 고민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다. “괜히 좋아 보인다”, “남들도 하니까”라는 이유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는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건설사나 전 거주자가 시공한 우물 천장과 아트월을 살리지 않고 없앤다는 점이다. 실생활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식에 불과한 데다가, 일단 만들면 변화를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없어도 되는 것’들은 많다. 각종 가벽, 두껍고 투박한 몰딩, 걸레받이(바닥과 벽면 경계에 덧붙이는 목재 마감) 등이다. 무조건 있어야 하는 요소는 없다. 타성에 젖은 건설사와 인테리어 업체의 방식에서 탈피할수록 좋은 인테리어에 가까워진다. 건축가들은 “좋은 인테리어는 지움의 미학”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안 해도 될 인테리어를 하면 오히려 분위기를 망가뜨리기 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시도를 할 여유가 사라진다. 없애야 채울 수 있다. 고정하지 않아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레시피 3; 전체 구성을 고민하라
요즘 대부분 클라이언트들은 원하는 방향과 콘셉트를 사전에 준비해서 보여 준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네이버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수집한 다양한 조명이나 가구, 마감재 등 특색 있는 개별 요소들의 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결과물 위주의 개별 사진을 찾다 보면 정작 중요한 디자인적인 콘셉트를 놓치기 쉽다. 사진에서처럼 한두 곳만 예뻐 보이는 것만으로 전체적인 인테리어 느낌이 좋아지기는 힘들다. 오히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본 요소들이 먼저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 이후에 개인 취향에 맞춰 개성 넘치는 요소를 추가해야 공간의 조형성을 완성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전반적인 공간 배치를 말하는 ‘레이아웃(layout)’을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레이아웃은 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직결된다. 몇 명이 어떤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사는지에 따라 레이아웃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큰 거실을 가운데에 놓고 화장실과 방이 둘러싼 형태는 건설사가 정한 규칙일 뿐이다.
각 공간의 레이아웃도 마찬가지다. 가령, 부엌 한쪽 벽면만 꽉 채운 싱크대와 수납장이 정답일까? 지은 지 20년이 넘은 작은 아파트에서 자녀 2명을 키우며 살던 부부가 있었다. 요리할 일과 수납 물품도 많았지만, 부엌은 좁고 ‘국룰’에 맞춰 벽면 하나를 메운 수납공간은 부족했다. 부부는 ‘일(一)’ 자로 설치된 싱크대와 수납장을 ‘기역(ㄱ)’ 자로 꺾고 늘리길 바랐다. 하지만 부엌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부엌에서 베란다로 통하는 양쪽 미닫이문의 한 쪽을 가벽으로 막고, 남은 한 쪽을 여닫이문으로 바꿨다. 그렇게 만든 자리에 조리 시설과 수납장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었다. 가족의 생활 방식에 맞게 좁은 부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앞서 말한 우물 천장이나 아트월과는 성격이 다르다.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최적의 인테리어를 거주자와 구성원, 디자이너가 함께 고민한 결과다. 좋은 인테리어는 의도와 목적대로 설계해서 나와야 한다. 특히 아파트 같이 정해진 모양의 공간일수록 생활 방식과 환경에 맞춘 아이디어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집의 레이아웃을 바꾸기는 어렵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수십 년간 보고 생각했던 고정 관념도 그렇지만, 건설사가 만들어 놓은 틀을 개인 취향대로 변형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대부분은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레이아웃을 바꾸지 않더라도, 인테리어 마감 단계에서 조금만 신경 써도 ‘국룰’에서 탈출해 쾌적하고 개방된 집을 만들 수 있다.
레시피 4; 넓게, 깔끔하게, 고급스럽게
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공 방식 다섯 가지를 우선 추천하려고 한다. 독특하거나 특이한 방법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시에 클라이언트와 업체 모두 고정 관념 때문에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첫 번째 추천은 ‘천장 몰딩을 없애라’는 것이다. 벽에서 천장을 향해 천천히 올려다보자. 대부분의 집에서는 벽과 천장의 경계에서 시선이 ‘턱’하고 끊어질 것이다. 몰딩 때문이다. 몰딩은 테두리를 마감하는 하나의 방식인데, 거의 대부분 집에서 목재(요즘은 PVC 몰딩도 많이 사용한다)로 벽과 천장 사이를 몰딩 처리해 놓았다.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사례다. 몰딩은 미적 효과보다 벽과 천장에서 벽지가 만나는 경계선을 가리는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천장 몰딩을 붉게 하고 물결 무늬를 넣으며 강조하지만, 오히려 더 촌스러워 보이는 이유도 공급자 편의에 따른 작업이라는 데에 있다. 하지만 몰딩이 없으면 깔끔하고 시원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다. 사무실이나 카페가 더 넓고 쾌적해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면 몰딩 없는 천장이 큰 역할을 한다. 반대로 천장 몰딩이 취향에 맞는다면, 건설사와 인테리어 업체가 습관적으로 붙이는 표면이 굴곡진 이른바 ‘갈매기 몰딩’ 같은 흔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확실하게 화려한 형태의 몰딩을 선택해 장식적인 요소를 강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