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고 싶지만 남들만큼은 하고 싶어
최근 국내 인테리어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꽤 괜찮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대부분 업종이 어렵지만, 인테리어 수요는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람들은 예전보다 집 꾸미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로 이사를 가기보다 살던 집을 수리하는 경우도 많다. 세를 줬던 집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를 찾기도 한다. 코로나 여파로 늘어난 상점들의 개·폐업도 역설적으로 인테리어 수요를 부른다. 실제로 가구 업체 한샘은 올해 3분기 매출 5149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25퍼센트 늘었다.
[1] 꼭 우리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집콕’ 덕분에 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20~30퍼센트 늘고, 온라인 판매도 100퍼센트 이상 성장하는 등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했다.
[2] 필자가 운영하는 BIMD 건축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코로나 확산 초기를 넘기고 상반기가 지나면서는 꾸준히 작업 의뢰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 인테리어 예산은 빠듯해졌다. 역시 코로나 탓이다. 반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원하는 클라이언트는 급증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갖가지 정보를 접하고 이른바 ‘랜선 집들이’를 경험하며 시야가 넓어진 덕분이다. 물론, 부족한 예산으로 눈에 띄는 인테리어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인테리어 수준은 투입 예산에 정비례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색다른 디자인의 이른바 ‘가성비’ 인테리어를 추구해야만 하는 요즘 상황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는 일종의 기회다. 단순한 공사를 넘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도 있고, 결과물에 따라 호평과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 할수록, 클라이언트의 요구 속에 세워진 장벽을 보게 된다. 남들과 다르게 꾸미고 싶지만, 남들이 하는 방식을 완전히 떨쳐 내지 못하는 고정 관념, 소위 인테리어의 ‘국룰(‘국민 룰’의 줄임말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고정 관념은 건설사에서 시작해 타성에 젖은 인테리어 업자에게로 이어진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