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종착지(destinaton).” 뉴욕타임스가 추구하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목표는 간결하고 확고하다. 이들은 단순히 ‘디지털 시장의 강자’를 넘어 언론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길 원한다. 뉴욕타임스의 체질 개선을 통한 언론 생태계의 체질 개선. <2020그룹 보고서>가 제시하는 궁극적 지향점일 것이다.
<2020그룹 보고서>는 뉴욕타임스의 세 번째 미래 보고서다. 2014년 혁신위원회가 만든 첫 혁신 보고서인 <혁신(Innovation)>은 사실 내부용으로 제작된 것이 유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버즈피드가 자신들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지목된 뉴욕타임스의 내부 보고서를 몰래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당시 보고서에선 너무 커져 버린 몸집 때문에 혁신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뉴욕타임스의 고민과 조급함이 읽혔다.
하지만 2012년 제작된 인터랙티브 기사 <스노우폴(snowfall)>이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뉴욕타임스는 천천히 고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와 겨룰 만한 덩치의 경쟁자들 정도나 ‘혁신’ 보고서를 폄하했지, 대부분의 언론에게 이는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가는 가이드라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외적인 평가에 자신감을 얻은 뉴욕타임스는 2015년 발행된 두 번째 미래 보고서에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Our Path Foward)>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뉴욕타임스는 2020년까지 디지털 수익을 8억 달러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등 목표를 수치화했다. 디지털 저널리즘의 사업 전망에 어느 정도 영점이 잡혔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해 나온 <2020그룹 보고서>와 함께 뉴욕타임스는 드디어 디지털 저널리즘을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지면의 위상을 디지털로 옮기겠다는 방침과 함께 인력 및 조직 개편 구상까지 담았다.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영점을 맞추며 분명한 목표치를 제시한 뒤 “자, 준비됐으니 이제 출발하자”라는 선언을 한 셈이다.
뉴욕타임스 스스로 밝혔듯 이번 보고서가 성명서(statement)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뉴스의 종착지’라는 메타포를 통해 자신들이 출항시킨 배가 혼란스러운 언론 시장에서 ‘노아의 방주’가 될 것임을 천명했다.
물론 항해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편집국 인력의 구조 조정을 언급한 이번 보고서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반발 기류도 나타났다. 디지털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이 과연 특정한 조직에게 독보적인 위치를 허락할지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 시선도 여전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는 “꿈을 그리는 사람은 점점 그 꿈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6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자로 일하며 체험했던 한국의 디지털 저널리즘은 “빠르게, 그리고 많이”였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여전히 양적인 부분의 디지털 저널리즘에 집착한다. 한국의 언론사가 빠르게 많이, 그리고 질적인 우수함까지 추구했다면 노아의 방주는 한국에서 출항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두가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에 안도는 했을지언정, 누구도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꿈꾸지 않은 탓에, 한국 언론 전체의 질은 떨어지고 말았다.
디지털 저널리즘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뉴욕타임스의 길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뉴욕타임스는 끝내 최강자로 군림하지 못하고 그저 선구자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최고와 가까운 위치에서도 ‘독보적이고 매혹적인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한다. 여전히 “구성원들도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도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관망하기만 할 것인가.
서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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