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즈니스가 가격과 이용자 편리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스마트폰 앱으로 거의 모든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요즘 소비자들은 서비스 이용이 불편하면 경쟁사로 즉시 옮기고, 최저가를 비교해 가장 싼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판매자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을 앞세워 북미권과 유럽의 도서 시장을 석권했다. 아마존은 도서 정가의 50~60퍼센트 가격에 책을 판매한다. 결제도 간편하다. 사고 싶은 책을 담은 뒤 카드 정보와 주소를 입력하면 끝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북샵은 가격도 편리함도 아닌 지역 서점을 사랑하는 소비자의 마음으로 아마존에 맞서고 있다. 책을 추천받고, 독서 토론이 열리고, 주민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독립 서점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북샵의 경쟁력이다. 북샵 플랫폼 내의 서점별 페이지에서 책이 팔리면 수익은 전부 독립 서점에 돌아간다. 서점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기꺼이 아마존보다 비싼 가격에 책을 산다.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하면서도 지역 서점을 후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북샵은 론칭 1년만에 1000개 이상의 서점과 제휴를 맺고 일일 매출 20만 달러(2억 2070만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는 지역 서점을 아끼는 마음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진정성이 있다. 북샵은 독립 서점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목표에 걸맞게 플랫폼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북샵 자체 페이지의 도서 판매 수익도 서점과 나눈다. 벤처 투자도 반려했다. 투자자의 기대 충족을 위해 수십 배의 이윤을 좇다 보면 애초의 목적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정관에는 타 플랫폼에 기업 매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했고, 영국 지사의 지분을 일부 포기하기까지 했다. 북샵의 진정성에 저렴한 책을 찾아 아마존 웹페이지로 흩어졌던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다시 모이고 있다. 가격도, 편리함도 아닌 사회적 가치를 진정성 있게 추구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북샵이 증명하고 있다.

김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