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저분하다. 인간은 가는 곳마다 쓰레기를 남기고 다른 누군가가 치우기를 바란다. 심지어 우주에서도 그렇다. 궤도를 돌고 있는 잔해들의 문제, 그 잔해들이 작동 중인 값비싼 위성들과 충돌해 손상을 입히는 부수적인 위험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문제는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현재 궤도에 있는 직경 1센티미터 이상의 잔해물 수는 100만 개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2만 개 정도는 지구에서 활발하게 추적되고 있다. 산업 기구인 우주 데이터 협회(Space Data Association)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전문가 다니엘 올트로지(Daniel Oltrogge)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 파편들이 작동 중인 위성과 충돌할 뻔했던 횟수는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다.
단기적으로 위성의 소유자들은 우주선에 적절한 추진 장치가 장착되어 있는 한, 문자 그대로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올트로지의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 AGI에서 일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의 일부는 발사되는 위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버진 그룹(Virgin Group) 자회사이자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인 버진 오비트(Virgin Orbit)는 1월 17일 개조된 보잉 747-400에서 발사된 로켓을 사용해 10개의 위성을 궤도로 보낼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매년 지구 궤도를 도는 다수의 거대한 잔해 덩어리가 점점 부서지고 있다는 것이다. 절반가량은 남은 로켓 연료의 점화, 오래된 배터리와 가압 탱크의 폭발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나머지는 충돌의 결과다.
최종 결말은 궤도에서의 연쇄 충돌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의 캐릭터를 위험에 처하게 했던 연쇄 충돌의 허구 버전과는 달리, 실제 버전은 느리게 가속되고 있다. 여전히 시간은 있다. 그러나 곧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위성의 보험료는 오르고, 추적과 충돌 방지 시스템에 대한 지출은 증가하며, 어떤 궤도는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드롭 샷(Drop shots)
궤도의 쓰레기들 간 연쇄 충돌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우주에서 불필요한 물체들의 일부를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재진입 마찰열로 태워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물체를 완전히 치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커다란 잔해 일부를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확한 규모는 추산되는 중이다. 일본 항공우주탐사국(JAXA)의 야마모토 도루(Yamamoto Toru)는 매년 제거해야 하는 잔해의 수가 3개에서 7개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공 연구 기관인 미 항공우주연구소(The Aerospace Corporation)의 테드 무엘하우프트(Ted Muelhaupt)는 10여 개로 추산한다. 충분히 없앨 수 있을 법한 적은 규모다. 문제는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행 연습을 계획하고 있다.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이 3월의 리허설을 주도하고 있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Baikonur Cosmodrome)에서 엘사디(ELSA-d)라 명명된 위성의 발사를 추진한다. 이 위성은 서비서(servicer)라 불리는 175킬로그램의 모선과 철금속 도킹 플레이트, 모형 목표물의 역할을 할 17킬로그램의 팟(pod, 분리체)으로 구성된다. 계획대로 된다면 위성이 추진기에 의해 지구 대기권으로 보내져 불타기 전까지 서비서는 점점 높은 난이도로 세 차례 이어지는 시험에서 팟을 분리했다가 회수하게 된다.
첫 번째 시험에서 서비서는 스프링을 사용해 팟을 밀어낸 다음, 팟이 10미터 떨어졌을 때 다시 접근, 자기(magnetic) 헤드가 장착된 팔을 사용해 도킹 플레이트를 추적하고 팟을 끌어당긴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팟을 최소 100미터 떨어진 곳으로 밀어낸 뒤 접근하게 된다. 이때 반작용 바퀴와 자기 회전력 발전기가 움직이고 있는 세 축의 안으로 팟을 초당 0.5도의 속도로 밀어 넣는다.
이는 중요한 과정이다. 궤도를 도는 잔해 더미는 보통 비슷한 방식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궤도에서 쓰레기를 제거하는 임무는 회전하는 잔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팟 표면의 표식은 서비서가 목표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을 돕는다. 8개의 추진기를 활용하는 서비서는 센서로 표식을 인식할 때까지 스스로 이동한 다음 정지한다. 서비서의 움직임이 하강하는 팟의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했을 때, 자기 헤드가 임무 수행을 위해 펼쳐지면 서비서가 정지할 수 있다.
세 번째 수집 시험에서 서비서는 우선 추진기를 사용해 팟으로부터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러난다. 팟을 센서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 밖에 두는 것이다. 그다음 실제로 우주 폐기물을 추적하는 상황과 동일하게 팟의 위치를 수색해 나간다.
하지만 모든 기술적 기량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잔해물의 수거는 모형의 경우보다 훨씬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애스트로스케일의 팟과는 달리 신속히 수거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우주선은 거의 없다. 게다가 수거할 필요성이 큰 잔해물들은 위험할 정도로 무겁다. 하강하는 거대한 잔해를 수집하려다 계산을 잘못한 우주선이 파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오히려 악화된다.
문제 파악
폐기된 일본 로켓을 궤도에서 제거하려는 JAXA의 계획인 상업 궤도 잔해 제거 시범(Commercial Removal of Debris Demonstration)에서도 이러한 난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JAXA가 시험 대상으로 선택한 잔해물을 포착할 수 있는 우주선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그 잔해물을 가까이에서 조사하기 위한 정찰선이 발사되어야 한다. JAXA는 이 임무를 위해 애스트로스케일과 계약하고 2년 내 아드라스제이(ADRAS-J)라는 정찰선을 발사하기로 했다. 톤 단위의 무게가 나가는 로켓의 움직임과 특징을 측정하기 위해 아드라스제이는 로켓에 수 미터 이내로 접근할 것이다. 아드라스제이가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면 후속 임무를 통해 폐기물을 수거할 우주선이 설계될 것이다.
철을 포함하지 않는 목표물의 수집에는 자석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작살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방법일 수 있다. 2019년의 시험에서 유럽의 항공 우주 기업인 에어버스(Airbus)는 작살을 위성으로부터 1.5미터 떨어진 패널에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이는 초기 단계의 예비 실험에 불과했다. 목표물인 패널이 위성에서 뻗어 나온 부분에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작살은 빗나가거나, 튕겨져 나오거나, 더 심각하게는 목표물의 일부를 부러뜨려 우주의 쓰레기장에 또 다른 잔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그물을 쏘는 것이다. 2018년 에어버스는 이 아이디어를 시험했다. 그물을 던진 우주선에서 7미터 떨어진 ‘초소형 위성(cubesat)’을 포획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물이 우주선에 묶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물을 궤도에서 제거할 수는 없었다. 궤도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밧줄을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에어버스는 그물 포획 예비 실험에서 밧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우주에서의 검투가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애스트로스케일의 COO인 크리스 블랙커비(Chris Blackerby)는 목표물의 페어링-커넥터 링(fairing-connector ring, 로켓 상단을 탑재물의 덮개와 연결하는 원통)을 단단히 잡을 수 있는 로봇 팔이 온전한 형태로 유지될 수만 있다면 이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 모든 단계가 성공한다면, JAXA의 잔해 제거 시범은 마지막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바로 안전한 재진입이다. 고속으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수집선과 수집된 잔해물 복합체의 많은 조각들이 마찰로 인한 용해와 충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무작위로 재진입할 때의 인명 사상률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1995년에 정하고 이후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채택한 허용 가능 위험 수준인 1만 분의 1을 초과할 것이다. 따라서 그 복합체는 태평양과 같은 무인 지역을 목표로 하강해야 한다.
궤도에서 순환하는 잔해를 실제로 청소해 내는 첫 번째 지역은 유럽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스위스 기업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와 함께 2013년 이후로 지구 근처를 순환하고 있는 로켓 잔해물 100킬로그램을 수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임무는 2025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클리어스페이스는 로봇 팔 4개가 장착된 수집기를 사용한다. 작살이나 그물망과 달리 반복적으로 수집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어스페이스의 뤽 피게(Luc Piguet) 사장은 클리어스페이스의 우주선이 목표 잔해물을 확보하고 하강을 위해 충분히 감속하기 전, 목표물 근처에서 최소 9개월의 시험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라
제대로 된 우주 청소의 시대는 아직 멀었다. 기술적 장애물 외에도 많은 비용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재진입 과정을 통제하려면 연료, 대형 추진기, 그리고 지상 제어 센터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궤도로부터 쓰레기를 제거하는 비용에 수백만 달러, 2000만 달러(200억 7000만 원) 이상이 추가될 수 있다. 피게 사장은 향후 비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클리어스페이스가 수행할 임무의 비용은 1억 2200만 달러(1346억 2700만 원)에 이를 것이다.
비용이 감소하든 그렇지 않든, “누가 지불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우주 쓰레기 문제는 ‘공유지의 비극’의 교과서적 예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이지만, 혼자서 문제 해결의 짐을 짊어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은 대개 외부, 주로 정부가 맡아야 하는 일이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특별 발사세(launch tax) 도입이다. 청소 작업에 투입되는 비용을 세금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좀 더 창의적인 제안은 무엘하우프트가 ‘공병 보증금 제도’라 부르는 것이다. 궤도에 올린 각각의 우주선에 대한 보증금을 지불한 뒤, 소유주들이 임무 종료 후에도 장비를 궤도에서 수거하지 못하면 그 작업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수행하고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처음부터 탈궤도 기능을 위성에 탑재하도록 장려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주 청소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미국 버몬트주 미들버리칼리지의 아킬 라오(Akhil Rao)가 제안한 세 번째 방법은 궤도에 있는 모든 상업 위성에 대해 궤도 이용료로 알려진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또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계획들에 대한 지지는 커지고 있지만, 발사 시설을 갖춘 국가들 간의 국제 협약, 느슨한 규칙에 의존하는 비참여 국가들이 협약을 약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집행 구조는 모두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또 있다. 한때 프랑스 공군의 공동 우주 사령관이었던 장-다니엘 테스테(Jean-Daniel Testé)는 궤도 청소를 위해 개발된 장비가 위성을 무력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제적 ‘우주 헌병대’의 부재 속에서 프랑스 적대국들의 로봇 공학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가 자국의 군사 및 정보 위성을 방어하기 위한 우주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테스테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플로랑스 파를리(Florence Parly) 프랑스 국방장관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많은 정보를 밝히고 있다. 그녀는 프랑스가 우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감시’와 ‘능동적 방어’ 목적의 우주선을 발사할 것이라 예상한다. 후자는 강력한 레이저로 무장할 가능성이 높다. 파를리에 따르면, 프랑스의 우주선들은 (궤도 청소 기능으로 위성을 무력화하려는) 위협적인 우주선들을 해체시키는 대신 ‘눈을 가리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