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이다. 그때 네 살이던 딸이 버스 정류장 옆면에 붙은 커다란 광고판으로 걸어가더니, 양손을 사진에 대고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넓혔다 줄였다를 반복했다. 아빠 스마트폰에서 손가락으로 사진을 늘리고 줄이며 크던 아이가 직관적인 ‘디지털 마인드’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진에도 적용하는 모습이었다. 딸은 조금 더 크더니 아빠 스마트폰 바탕 화면에 자기가 쓰는 앱을 모은 폴더를 스스로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눌러 움직이다가 방법을 금세 깨달은 것이다.
이메일과 미니홈피가 조금씩 유행하던 우리나라의 초기 인터넷 시절을 기억한다. 게임 한 판 하려고, 동영상 하나 다운받으려고, 천천히 늘어나는 파란색 로딩 바(loading bar)를 애타게 기다리던 구식 시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부모님 세대는 어려워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20대 후배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가 됐다. 문제는 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계속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의 30~40대와 10대는 훗날 전혀 다른 세상에 살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을 하며 스마트폰을 익힌 세대와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세대는 주변을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대는 조만간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온다. 지금의 어른들과 10대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소비 중심으로 성장한 지금의 10대를 타깃 고객층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지금 1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세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