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의 상호 작용은 사람간의 전화나 대화와 같은 아날로그 형식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체계화하고 자동화된다.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술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자동화된 표준을 수립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기록해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로 제공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사람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들은 일차적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의 업무 처리 내용을 결제할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보다 중요한 두 번째 역할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기업들은 여러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실패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기업 내에 데이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인 수동 워크플로우에서는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을 개발해 도입했어도 디지털 워크플로우 플랫폼 없이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협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수가 없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인공지능 도입의 중요한 선결 조건인 셈이다.
일상에 스며드는 인공지능 솔루션
인공지능이 기업의 일상에 통합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2018년 포브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회사 세 곳으로 나란히 꼽힌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ServiceNow)와 워크데이가 대표적이다.
[1] 이 회사들이 제공하는 기업 대상 솔루션은 실무는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인간 직원에게 감독의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세일즈포스는 영업, 마케팅, 고객 관리를 포함하는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에 필요한 업무를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워크플로우 플랫폼 위에서 표준화하고 자동화한다. 기업이 고객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분석해 고객 특성에 맞게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CRM이라고 한다. 인적 네트워크와 개별 영업 부서 중심으로 진행됐던 고객 관리 업무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데이터 기반의 관리로 체계화된다.
CRM 분야는 디지털 워크플로우와 인공지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면 인공지능이 기업의 영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챗봇 기능으로 고객 대응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 매니저가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문제로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타나지 않는 고객을 줄이기 위해 예약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영업 매니저는 아인슈타인의 도움을 받아 노쇼 가능성이 높은 상위 5퍼센트의 예약 고객을 예측하고, 세일즈포스의 자동 이메일 워크플로우 혹은 챗봇 기능으로 연락을 자동화할 수 있다. 고객 매니저는 세일즈포스 시스템의 예측 결과를 승인하고, 챗봇의 결과를 모니터링해 노쇼 관리의 효율성을 증대한다.
서비스나우는 기업 내 IT 업무를 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원의 입사에 발맞춰 처리해야 할 IT 부서의 여러 업무가 자동화되는 것이다. 신규 입사 시 직원의 사내 계정이 생성되고, 직무를 위한 여러 사내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만약 기업이 이러한 과정에 별개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면, IT 부서는 각각의 시스템에서 일일이 별도의 접근 권한을 생성해야 한다. 직원의 업무가 변경돼 부서를 떠나는 경우, 계정 및 접근 권한을 변경하고 삭제하는 워크플로우도 필요하다. 이러한 계정 관리는 빈번히 이루어져야 하고 보안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반복되는 접근 권한 관련 요청을 살펴보고 처리하는 과정은 시간 소모가 크고 실수와 누락이 발생하기 쉬워 기업 보안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서비스나우는 이러한 IT 부서의 워크플로우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표준을 만들고 체계를 개선한다. 서비스나우의 솔루션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과 머신 러닝에 기반한 예측 지능(Predictive Intelligence), 챗봇 기술인 가상 지능(Virtual Intelligence)이라는 인공지능 개발 모듈이 내재돼 있어 IT 부서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개선할 수 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입사 시 제출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계정이 자동 생성되고 알맞은 접근 권한이 부여돼 IT 부서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
워크데이는
기업 내 인사 부서(HR, Human Resources) 업무를 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이 크고 비즈니스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인사 부서 업무와 워크플로우도 복잡해진다. 인사 정책을 적용하며 인사 부서 내부의 경험과 지식이 고르게 공유되지 않으면서 부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문제도 기업의 골칫거리다.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인사 부서의 업무 마찰을 줄이고, 정확도와 속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다. 인사 부서의 생산성은 다른 부서의 능률에도 영향을 주고 기업 전체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워크데이는 기업의 인사 워크플로우를 디지털로 혁신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인사 업무와 관련한 데이터가 꾸준히 누적되며 워크데이는 서비스의 초점을 인공지능으로 확장했다.
워크데이가 제공하는 프리즘(Prism)이라는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서비스는 시스템 내에서 꾸준히 직원의 역량을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 성과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직원의 성장을 파악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기업 내에서 직원의 능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낸다. 인사 부서는 인공지능이 제안한 내용을 검토해 기업 내 부서 이동 배치를 직원과 관련 부서에 제안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원의 성과 파악과 인력 배치 업무를 맡아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워크플로우의 도입으로 사무직 노동자는 기존의 소모적인 일에서 해방되는 동시에 사무실로 대표되는 기존의 일터에서도 해방된다. 인공지능은 인간 관리자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물리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방식은 이미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판데믹 이전에는 약 7퍼센트의 근로자가 원격 근무를 했다면, 판데믹 이후에는 42퍼센트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 기업들은 사무실 면적을 줄이고 있고,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가 점차 표준이 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며 기업들은 기존의 수동 워크플로우로는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판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위한 인프라를 도입해 업무 과정을 제도적으로 바꿔 놓았다. 앞으로 2~3년간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도 코로나19가 앞당긴 업무 환경 전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시적인 전환이 아닐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가르치는 인간 상사, 학습하는 인공지능
사무실에 주니어가 들어오면 보고 배울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도입된 인공지능도 보고 배울 자료가 필요하다. 인간 동료는 관련 문서를 읽고 사수에게 물어보며 학습하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보고 학습한다. 데이터를 이야기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난 20~30년간 이루어진 IT 기술의 보편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이제 컴퓨터를 쓰지 않고 일하는 기업은 없다.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사원증과 함께 제일 먼저 컴퓨터를 지급받게 되었고, 전산실은 기업 생산성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 되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전산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부산물을 만들었다. 바로 과거 업무의 기록인 데이터다. 데이터에는 직원들의 업무를 처리하며 사용한 직관과 결과가 녹아 있다. 직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결과가 누적된 데이터가 충분히 많이 모이면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인공지능은 머신 러닝으로 빅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다.
인사 부서의 인공지능이 출산 휴가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인간 직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산 휴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의 출산 휴가 일수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제가 임신을 하여 약 3개월 뒤에 출산 예정인데 휴가를 얼마나 쓸 수 있지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제가 곧 아기가 태어나는데, 정확한 복지 혜택을 알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도 가능하다. 인사 부서의 인간 직원이라면 맥락을 이해하고 같은 질문임을 파악하지만,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기계는 인간의 언어가 가진 다양성을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자연어 처리의 어려움은 데이터의 축적과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극복되고 있다. 인사 팀의 업무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의 모든 관련 질문과 인사 부서의 답변이 데이터로 남아 있다. 데이터가 점차 많아지면 인공지능은 모두 같은 답변을 받은 의미가 유사한 질문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유사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의 핵심은 데이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데이터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방대한 데이터가 인공지능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간의 일이다. 인공지능 도입의 배경에는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가 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적용되는 기술은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데이터를 다룰 때 단순한 정보의 저장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구성 방식과 요구 사항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데이터의 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