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무게/ 2020년 3분기 기준 유럽의 국가별 정부 부채, GDP 대비 퍼센트/출처: 유로스탯
드라기는 또 국정 연설에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고 소득 세제의 종합적인 정비를 시작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여성 고용을 촉진하고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개혁 분야로는 사법 제도와 공공 행정 부문이 있다. 상당수는 브뤼셀의 EU 위원들을 기쁘게 할 개혁안들이다. 하지만 EU 위원들은 더 긴급한 이탈리아의 대규모 부채 해결 방안보다는 지출 계획에 초점을 맞춘 콘테 총리의 개혁안 초안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회복 기금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파올로 젠틸로니(Paolo Gentiloni) 유럽 집행 위원은 이탈리아의 총리 출신으로 이탈리아 개혁의 걸림돌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간의 공직 생활(과 골드만삭스에서의 근무) 후, 73세 드라기의 새로운 직업은 민주 정치로의 첫 진출이다. 하지만 ‘테크노크라트’라는 이름표는 시사하는 것만큼 많은 부분을 감추고 있다. 그는 유로화 위기 때 날카로운 정치적 본능을 발휘해 양적 완화의 시작을 비롯한 정책 전환의 토대를 마련했고, 독일연방은행(Bundesbank)의 옌스 바이트만(Jens Weidmann)과 같은 강경파 비판 세력을 압도했다. 독일 보수주의자들은 드라기의 온건성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그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2019년 드라기는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의 극찬 속에 퇴임하고 독일에서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공로 훈장(Germany’s Order of Merit)을 받았다. 그가 2월 25일 정상 회담에서 (원격으로) 만나게 될 유럽 정상들의 대부분은 그를 알고 있고, 또 존경한다. 한 독일 관료는 “드라기 같은 사람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아마도 짧게 끝날 가능성이 높은 드라기 정권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2023년 6월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서다).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는 이탈리아 정치에는 새로운 테스트가 될 것이다. 드라기 내각은 북부연맹과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자 이탈리아(Forza Italia)를 제외한 5성운동, 좌파 정당 세 곳의 대표들을 포함하는 통합 내각이다. 이번 주 의회에서 드라기는 “통합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5성운동 소속 의원들의 4분의 1은 첫 상원 신임 투표에서 드라기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관 임명과 스키장 폐쇄 문제
[1]를 놓고 벌써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