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세력들의 일부는 기술 대기업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출신이 아니다. 디즈니의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말 론칭 이후 전 세계에서 95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의 10배 가까이 빠른 속도다. 월마트의 다년간에 걸친 온라인 시장 투자는 판데믹 기간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베스트바이(Best Buy), 홈디포(Home Depot), 타깃(Target) 같은 기타 오프라인 매장 소매업체들도 디지털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설립 14년이 지난 캐나다 기업 쇼피파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15년 70분의 1에서 현재 10분의 1로 커졌다. 쇼피파이의 시가 총액은 지난 2년 동안 일곱 배 상승해 1500억 달러(168조 원)에 이른다.
새로워진 경쟁 문법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미국 내 5대 대기업들 사이에 겹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사이의 경쟁 구도보다 훨씬 더 거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의 기술 기업들에 투자하는 대형 자산 관리사 베일리기포드(Baillie Gifford)의 제임스 앤더슨(James Anderson)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거물들이 보여 주는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정신”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번스타인(Bernstein) 증권의 마크 시뮬릭(Mark Shmulik)은 현대 컴퓨터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불 대수(Boolean algebra)
[1]를 언급하면서, 기술 대기업들이 “또는(or)”으로 분리된 세계로부터 “그리고(and)”로 연결되는 세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확실히 각자의 시스템이 서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이폰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구글의 검색 엔진 및 지메일(Gmail)이나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많은 앱의 애플 앱스토어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의 최대 광고주 중 한 곳은 바로 아마존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서피스 듀오(Surface Duo) 스마트폰의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있다.
5대 기업의 고위 간부들과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은 최근에는 서로를 저격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존경한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폐기했다. 해당 광고는 구글이 타깃 광고를 하려고 사용자의 이메일을 들여다봤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관계자들은 구글의 엔지니어들과 나델라의 친분이 이러한 결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나델라는 또 검색 분야에서 구글을 앞서려는 시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경쟁의 시초
기술 대기업들이 서로를 겨냥해 단행한 기습의 상당수는 쓰디쓴 결과로 끝을 맺었다. 2010년대 초반, 이들 대기업 모두는 휴대 기기 제조에 공을 들였다. 아마존의 파이어 폰(Fire Phone)을 기억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준(Zune)을 선보였지만 결코 아이팟(iPod)이 될 수 없었고, 빙(Bing)은 아직도 (‘구글링’ 같은) 동사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구글 맵(Google Map)으로 위치 탐색을 하고 애플의 지도 앱은 외면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일찍이 이커머스 분야를 겨냥해 선보인 기프트(Gifts)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양말 한 켤레의 출시만큼이나 미지근했다.
실제로 미국의 5대 거물들은 시가 총액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에 가까운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이었던 비즈니스로 매출의 상당 부분,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 부문에서 알파벳은 매출의 80퍼센트를, 페이스북은 98퍼센트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에 애플이 거둔 수익의 무려 80퍼센트는 매끈한 기기(주로 아이폰) 덕분에 올린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에, 아마존은 온라인 스토어에 의존한다. 물론 아마존은 (비교적 미미하기는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부분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기는 하다.
과거에는 의존도가 더 높았다. 아이폰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하면서,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결제, 금융,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부문에서 거둔 수익의 비중은 5년 전의 두 배인 20퍼센트다. 서비스 가운데 일부,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음악 스트리밍 등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나 프라임 뮤직(Prime Music) 서비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동영상 전문 서비스나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음악 전문 서비스와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커머스 수익 비중은 2015년의 87퍼센트에 비해 감소한 72퍼센트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현재 매출액의 10분의 1은 클라우드로, 6퍼센트는 디지털 광고로 올리고 있다. 알파벳이 지난해 광고 부문으로 올린 매출액의 비중은 2015년에 비해 10퍼센트포인트 낮았다.
주력 분야에서 빠져나간 비율은 더 광범위한 분야의 신규 벤처 사업들이 채우고 있다. 빅5 기업들의 경로를 방해하는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매출액의 거의 5분의 2를 서로 겹치는 분야의 비즈니스에서 얻고 있다. 2015년의 5분의 1에서 상승한 수치다(표3 참조). 번스타인이 기술 분야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 메시징 서비스, 화상 회의 등 대략 20여 개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기술 대기업 모두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