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함 너머의 치열함, 치열함 이면의 진심
유니콘 핀테크 기업 토스가 성장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2월 1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Fintech: behind the simplicity)’는 약 2주 만에 조회 수 94만 회를 훌쩍 넘기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을 본 구독자들은 ‘넷플릭스급이다’, ‘토스가 영상 회사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성장 과정과 서비스의 본질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이례적인 ‘인기’ 이면에는 완성도 높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한 커뮤니케이션 팀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팀 리더인 윤기열, 영상 콘텐츠 PD 장소니아는 토스의 다큐멘터리가 홍보물이 아닌 고유한 콘텐츠로서 선택받기를 바란다. 고객과의 소통 창구인 동시에 ‘믿고 보는’ 콘텐츠 제작 팀이 되는 것이 토스 커뮤니케이션 팀의 목표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토스 커뮤니케이션 팀을 만났다.
핀테크 기업이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었다. 왜 다큐멘터리였나?
윤기열(이하 윤): 토스는 모바일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융 회사와는 다르다. 사용자 대부분은 토스라는 회사에 직접 방문할 일이 없다. 지점에 직접 방문해서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모바일 앱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장소니아(이하 장):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마인드로 토스에서 일하는지 궁금해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영상의 형태를 고민하다 다큐멘터리를 택하게 됐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장르 아닌가. 이미지를 만들어 내거나 덧입히기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면, 없는 그대로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가장 고민했던 점은 뭔가? 집중해서 봐 줬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장: 다큐멘터리 제목인 ‘간편함을 넘어’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토스가 얼마나 열심히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지난해 부정 결제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 만큼 신뢰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것도 고민 지점이었다. 두 가지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주제가 ‘진심’이더라. 영상에는 토스가 잘했던 일보다 실패했던 경험들이 더 많이 담겨 있다. 하루아침에 간편한 IT 기술이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의 편리함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이 있고, 고민의 핵심에 진심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얼마나 걸렸나?
장: 지난해 5월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자고 기획서를 제출한 뒤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7개월 정도가 걸렸다. 보통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면 열 달 이상은 걸리는데 적은 인원으로 짧은 기간에 해낸 거다.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가 아닌데도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 스타트업이고 유니콘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모든 의사 결정이 빠르게 진행돼서 좋았다.
첫 장면이 흑백 뉴스 영상이다. 첨단 기술 기업인 토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 아닌가.
장: 이번에 사용한 뉴스 영상은 은행 업무에 타자기와 지폐 계산기가 쓰이면서 일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몇십 년 전 일어난, 나름의 혁신이었을 거다. 언뜻 상반돼 보일 수 있지만 토스가 일으킨 혁신인 ‘간편한 금융 서비스’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자연스럽게 토스를 떠올리기를 기대한 장면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장: 팀원들 인터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수줍어하다가도 막상 카메라 앞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하니 눈빛과 표정, 목소리 톤, 손짓까지 모두 강렬해졌다. 뭉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큐멘터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 요소다.
회사 안팎의 반응은 어땠나?
윤: 팀원들은 토스의 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콘텐츠라고 생각을 하더라. 외부 반응도 다양했다. 감사하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는데 뭔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열정적으로 일하는 팀의 모습과 문화가 보기 좋다는 이야기였다. 토스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반가웠다. 사용자 목소리를 담아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커뮤니케이션도 새로워져야 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이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팀이 하는 일을 새롭게 정의한 것 같다.
윤: 새로운 정의라는 표현은 너무 거창하다. 토스팀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회사가 커지면서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사용자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언론 대상 홍보에 주력했던 커뮤니케이션 팀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틀 안에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대외 홍보, 고객들과 직접적인 소통, 토스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 만들기까지 모두 담길 수 있다고 본다.
질문을 바꿔 보겠다. 토스 커뮤니케이션 팀이 하는 일은 뭔가.
윤: 사용자가 토스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팀이 하는 일의 핵심이다. 토스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끊임없이 알리며 소통해야 한다. 토스의 브랜드 미디어인 ‘토스피드’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토스피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윤: 토스의 다양한 서비스와 토스팀에 대해 알리는 채널로 시작했다. 지금은 금융과 생활 등의 콘텐츠를 다루는 브랜드 미디어로 진화하길 꿈꾼다. 월 방문자 규모가 수십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는 에디터들의 개성을 살린 오리지널 콘텐츠도 많이 만들 계획이다.
토스 커뮤니케이션 팀의 강점을 소개한다면?
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제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경계가 없다. 홍보 담당은 홍보만, 영상 담당은 영상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팀원이 브랜드 자체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토스 커뮤니케이션 팀은 이 작업이 잘 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발전해 가고 있다.
토스가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무엇인가?
윤: 토스는 수없이 도전하며 혁신을 이뤄 낸 회사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좋다 이런 의미는 아니다. 토스의 문화와 맞고 핵심을 가장 오해 없이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싶다는 뜻이다. 토스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르다, 역시 토스다 하는 평가를 받고 싶다.
커뮤니케이션 팀의 성과 측정 기준이 궁금하다.
윤: 토스가 앞서 나가는 서비스를 지향하는 기업이니까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얼마나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 얼마나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실행하고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냐가 중요한 지표다. 회사에 대한 평판 관리도 빠뜨릴 수 없다. 달성해야 하는 수치가 꼭 있다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도구로 회사의 대내외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팀원들이 새로운 생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을까?
윤: 스스로 전문성과 방향성이 있는 분들을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리더가 일방적으로 지시해서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기회를 보장해 주려고 한다. 리더로서 저의 역할은 팀원 각자가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게 돕고, 시너지를 내서 회사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다. 팀원들도 토스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루기를 원한다.
믿고 ‘보는’ 토스
브랜디드 콘텐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인 홍보 콘텐츠와 어떤 점이 다른가?
윤: 브랜디드 콘텐츠는 화자가 브랜드인 콘텐츠다. 사람들에게 콘텐츠로서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토스의 첫 다큐멘터리가 홍보물이 아닌,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느껴지면 좋겠다. 금융이 생활과 맞닿아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장: 올해 영상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많이 낼 계획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바이 토스’, ‘오리지널 필름 바이 토스’라는 마크도 생겼다. 토스가 만드는 콘텐츠를 사람들이 믿고 봤으면 좋겠다. 기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 토스만이 알 수 있는 인사이트이나 팁, 미래에 대한 전망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신문, 방송을 통한 정보 발신이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내부에서 직접 발신하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 같다.
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빠르게 포착하고, 잘 어울리는 메시지 발신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토스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트렌드를 잘 반영한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른 기업들도 다큐 만들기에 나서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브랜디드 콘텐츠로서 각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윤: 투명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화제가 된 클럽하우스만 해도 사람들이 직접 소통에 열광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나. 기업의 서비스, 브랜드의 핵심을 트렌드에 맞게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 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미지나 광고, 홍보는 생명이 짧다.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고 진정성도 없다. 실제 모습과 다를 경우 더 큰 문제만 생긴다.
토스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콘텐츠가 궁금하다.
장: 이번에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토스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다. 올해는 토스 서비스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사용자들이 토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지 영상으로 담아 보려고 한다.
윤: 금융 자체, 금융의 역사와 개념에 관련한 콘텐츠도 생각 중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면 사용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독자들이 토스를 어떤 기업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나?
윤: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회사로 인식하면 좋겠다.
장: 영상은 담백하고 내용은 팩트 체크가 잘 되어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토스에서 나온 콘텐츠는 믿고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