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올라갔고, 누가 떨어졌나/ 삶에 대한 평가, 10점=가장 행복함/ 파란색-유럽, 노란색-아프리카, 붉은색-북아메리카, 하늘색-아시아, 남색-오세아니아, 분홍색-라틴아메리카/ 출처: 세계 행복 보고서
일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잘 버텨 냈다(표2 참조). 2020년 영국인들의 행복 지수는 급락한 반면, 독일은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로 행복한 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행복한 나라가 됐다. 영국은 판데믹 이후 장기간의 봉쇄를 겪었고, 인구 10만 명당 190명의 초과 사망률(excess-death, 통상적인 수준과 비교해 증가한 사망자의 수)을 기록했다. 독일의 초과 사망률은 10만 명당 7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독일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 비해 선전했다. 비록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난 2월, 독일의 타블로이드지 《빌트(Bild)》가 “친애하는 영국, 우리는 당신들이 부럽습니다(Liebe Briten, we beneiden you)”라고 공언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놀랍게도,
판데믹 이전 행복 지수 상위권에 있었던 나라들은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상위 3개국인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는 2017~2019년에도 상위 4위 안에 들었다. 세 나라 모두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 초과 사망률은 10만 명당 21명 미만이다. 아이슬란드의 초과 사망률은 마이너스다. 외딴 섬이라는 조건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계 행복 보고서의 가장 흥미로운 시사점은 코로나19와 행복 지수 사이의 몇몇 관련성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행복이 각국의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의 행복 지수를 유지하는 요인들이 판데믹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분석한다. 핵심은 신뢰다.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북유럽 각국과 뉴질랜드 등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의 국민은 제도와 낯선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웃이 분실된 지갑을 줍는다면 이를 주인에게 돌려줄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국가들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일부는 가난했다. 나머지 국가에는 제대로 된 통치가 없었다. 사스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고, 국경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컬럼비아대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부유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정치인들과 관계자들은 대중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도에 대한 부족한 신뢰와 개인주의의 결합은 상황이 절박해지기 전까지는 격리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
만약 신뢰가 코로나19 대응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행복의 광범위한 지역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남미에서의 행복 지수 하락과 동아시아에서의 상승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그리고 멕시코는 모두 2020년에 덜 행복해졌다. 한국의 행복 지수는 조금 떨어졌지만 중국, 일본, 대만은 더 행복해졌다. 존 헬리웰은 남미의 국가들이 2020년 이전에는 엉뚱한 종류의 행복을 누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전의 행복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긴밀한 사회적 관계로 인해 유지된 행복이라는 것이다. 2019년 세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국민들 가운데 이웃이 분실된 지갑을 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겨우 52퍼센트였다. 경찰이 돌려줄 것이라고 생각한 비율은 4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 어떤 지역보다도 낮은 수치다.
만연한 신뢰 부족은 남미 각국의 코로나 19에 대한 종합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평소에 매우 사교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힘든 일이다. 멕시코인들은 여유로운 금요일 점심과 일요일 가족 모임을 잃었다(일부는 강행하기도 했다). 상파울루 교외 지역 바루에리(Barueri)의 건설업자 에드밀슨 데 소우자 산토스(Edmilson de Souza Santos)는 “판데믹이 많은 것을 바꿨다”고 한탄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자체를 중단해야 해요.”
그리고 이제 엄청난 국가적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는 좋지 않았다. 미국은 50만 명 이상의 초과 사망을 겪었다. 그러나 갤럽 여론 조사는 2020년 미국인들의 행복 지수가 소폭 상승한 것을 발견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패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미국인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급증했다가 다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 이어진 감염 확산세와 사망은 행복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 아동에 대한 통제는 엄격하게 지켜졌지만, 성인에 대한 봉쇄 조치는 느슨한 편이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행복감을 유지했을 수 있다. 옥스퍼드대의 아비 아담스-프라슬(Abi Adams-Prassl)과 연구자들은 지난봄 1차 봉쇄 때 미국 여성들의 나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단적인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미국인들은 코로나19가 독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가짜 정보의 세계에서 살았다. 가짜 뉴스에 분노하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