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랩은 협업 툴 잔디를 서비스하는 7년 차 스타트업이다. 업무용 메신저로 시작해 채팅, 파일 전송과 코멘트, 일정 확인 등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본사와 대만, 말레이시아 법인이 있다. 전체 팀 규모는 35명 정도다. 본사에 약 30명, 나머지가 해외에 상주하고 있다. 토스랩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허윤경 HR 매니저를 만났다.
팀원의 조건
협업이 중요하지만, 협업만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할 멤버가 갖고 있었으면 하는 요소를 회사가 3년 차쯤 되었을 때 세부적으로 정리해 두었다. 크게는 일에 대한 책임감, 커뮤니케이션 능력, 긍정적인 마인드 세 가지다. 각 요소의 세부 사항도 있다. 책임감은 업무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목표 설정력,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지향력, 마무리를 하는 완결력으로 구성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필요한 세부 요소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잘 듣는 능력, 잘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함께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특성이다. 일도 잘하고, 소통도 잘하지만 왠지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일지 고민해 보니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더라. 그런 사람과는 함께 ‘으싸으싸’ 하면서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부 요소 일곱 가지가 토스랩의 인재상이고, 이것에 따라 지원자를 판단한다. 이 인재상은 팀 전체 워크숍을 하면서 만들었다. 네다섯 명으로 다섯 개 조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모아서 정리했다. 인재상을 세팅해 두니 채용에도 쓰이고, 멤버의 업무 피드백이나 조직 적합성 피드백 항목으로도 쓰이고, 새로운 조직 제도를 만들 때도 쓰이더라. ‘이런 멤버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면접에서 반드시 하는 질문
우리 인재상의 일곱 가지 요소를 면접에서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인사 업무를 하면서 채용 과정의 한두 시간 동안 지원자의 생각과 자질의 절반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와 의심 사이에서 기대에 가까우면 채용한다. 이런 전제하에, 일곱 가지 요소가 있다고 추정되는 사람을 찾는다.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부분은 ‘왜’다. 왜 토스랩인지, 왜 잔디 서비스인지, 왜 이 직무의 담당자인지를 묻는다. 지원자가 우리가 원하던 것과 상반된 캐릭터를 가졌더라도, 본인만의 이유가 명확하면 매력적으로 느낀다.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 지원한 것이 아니라 자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토스랩을, 이 직무를 선택했다는 점이 명확하면 설득력이 있더라.
비전에 대한 공감
면접 일정을 잡을 때부터 지원자에게 “이 자리는 우리가 당신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당신도 우리를 확인하고 인생을 맡길 만한 조직인지 평가해 달라”는 말씀을 꼭 드린다. 그리고 지원자가 우리 회사나 서비스에 대해 미리 얼마나 확인을 했는지, 우리를 평가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지를 본다. 실제 채용된 사람을 보면, 우리의 서비스를 확인해 보고 직무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본 분들이 직무 측면에서 매력적인 커리어를 가진 분들보다 회사에 더 잘 맞더라. 스펙과 상관없이 우리 팀에 관심을 갖고 있고,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분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더 쉽게 이해하고, 더 적극적으로 회사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 힘을 실어 준다.
정보 제공
서류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를 잔디에 초대한다. 실시간 협의가 가능하도록 채널을 열고, 자료를 많이 드린다. 회사 소개 자료, 블로그나 페이스북 링크 등이다. 본인이 찾아보는 노력을 해주면 고맙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한번 뵙고자 한 분이라면 드릴 수 있는 정보를 다 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블로그에 이런 톤으로 글을 쓴 걸 보니 나랑 안 맞아’ 같은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드리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다 보고서도 면접 자리에 온다면, 어느 정도는 우리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전제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잔디 채널이 열려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복장은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생각이 들면 바로 잔디로 물어볼 수 있다. 사람인 같은 채용 사이트에도 인사 담당자가 직접 질문에 답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지 않나? 지원자들은 실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다. 잔디 서비스를 미리 경험해 보는 의미도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테스트 업무를 해주실 분을 채용했는데, 지원자인데도 잔디 토픽에서 테스트를 하시더라.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감사했다.
채용의 기준
함께하고 싶은 동료, 멤버를 보는 기준은 초창기나 지금이나 유사한 편이다. 하지만 그때그때 필요로 했던 포지션에 따라,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초반에는 열정을 갖고 회사를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는 신입 멤버들을 많이 뽑았다면, 서비스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확확 치고 나가야 할 때부터는 경력직 비율을 늘리게 되었다. 하지만 큰 기준들은 변하지 않는다. 세일즈 분야에서 12년 차 정도의 시니어 멤버를 뽑을 때와 마케팅 분야에서 트렌디한 콘텐츠를 만들 준주니어급 마케터를 뽑을 때라고 해도 가장 큰 기준은 동일하다.
온보딩
글로벌 멤버 대상으로는 ‘잔디 온보딩 프로그램’이 있다. 해외 지사에 합류한 신입 멤버들을 국내 본사로 모셔서 진행한다. C레벨 멤버의 강의를 듣는다거나, 직무 프로세스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각 직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클래스를 연다. 유사한 시즌에 입사한 분들을 모아 일주일 정도 진행한다. 국내 멤버 대상으로는 ‘소프트 랜딩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OJT·On-the-Job Training) 프로그램이 있다.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한다. 회사의 연혁과 스토리를 CEO가 설명해 주고, COO가 잔디 서비스의 사업 분야를 공유하며, 프로덕트에 대해 CTO가 강의하고, 내가 인사 제도나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직무와 상관없이 우리 팀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왔었는지 과거, 현재, 미래를 짧은 시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회사의 이전 스토리나 다른 팀의 이야기를 알기가 쉽지 않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신규 멤버들이 익명으로 강의 콘텐츠를 평가한다. C레벨 세 분과 내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 (웃음)
동기 부여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와의 동기화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 잔디 서비스에 애정이 있는 분들은 리워드가 조금 아쉽더라도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함께하실 것이다. 우리가 멤버 유지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유와 공감이다. 연간 목표를 세울 때도 실시간으로 멤버와 공유하고, 이루어 가는 과정을 월별 전사 미팅을 통해 경영진이 보고한다. 연간 목표 중 이번 달 목표는 무엇이고, 얼마나 달성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 시작, 중간, 끝을 공유하는 셈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정보가 쌓이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몇억 달성이 목표래’라고 한 번 듣는 건 공유인데, 여러 번 들으면 ‘꼭 달성해야지’ 하고 공감하게 된다. 한배를 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평가와 보상
그 외에 동기 부여를 위한 다양한 제도도 있다. 업무 퍼포먼스와 조직 핏(fit)에 대한 피드백을 반기별로 하고 있다. 잔디 피딩(feeding)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인사 평가다. 6개월간의 업무 성과와 조직 인재상과의 부합 정도에 대해 동료와 리더의 피드백을 받는 기회다. 이를 토대로 다음 반기는 더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이 결과를 쌓아서 연간 연봉을 협의한다. 자신의 성과와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다. 잔디 피딩 결과가 직전 반기에 비해 월등히 성장한 분이 있다면 ‘반기별 잔디언’으로 선정해 특별 성과금을 드리는 제도도 운용한다. 우리는 리워드가 성과로부터 멀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반기별, 연간 잔디 피딩을 통한 포상 외에도 팀 차원의 특별한 성과가 있다면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리워드를 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로켓펀치 이상범 전략 이사 ; 일하기 좋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동기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