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규칙
완결

진정한 팬 1000명만 있다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그동안 콘텐츠를 공짜로 얻어 왔지만, 이제 그 역학 관계가 변하고 있다.

“거기 아래에 있는 당신들,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군.” 서머 솔시스(Summer Solesis)가 카메라를 내려다보면서 보는 이들을 조롱하고 있다. “당신들은 자그마치 295mm 사이즈인 나의 거대한 발에 맞설 수가 없어!” 자신의 전화기를 내려다보면서, 그녀는 보는 사람들을 짓밟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솔시스는 자신이 올린 동영상에 덧붙인 설명에서 스스로를 “내 집에 우글거리는 조그만 사람들을 없애는 더러운 발을 가진 거인”이라고 말한다. 동영상의 제작 퀄리티는 높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아래에 달린 댓글에서 스벤(Sven)이라는 팬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즐겁게 찌그러집니다”라며 열광하고 있다.

솔시스라는 가명을 쓰는 사람은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26세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지난 3월에 스스로 온라인의 “발 여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저희 엄마는 항상 제 발이 예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에서 과연 제 발이 정말로 예쁜지를 알아보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인터넷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만 명이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그녀는 런던에 있는 구독 플랫폼인 온리팬스(OnlyFans)에 합류했다. 전 세계에서 약 50명의 사람들이 매달 10달러를 내고 솔시스의 뉴스피드를 구독한다. 온리팬스의 몫인 20퍼센트를 제하고 나면, 이를 통해서 그녀는 매년 약 5000달러의 수익을 버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그녀는 각종 팁과 굿즈를 판매해서 그만큼의 수익을 더 벌고 있다. 굿즈의 종류에는 그녀가 착용했다가 세탁하지 않은 양말도 있다(가격은 하루 착용할 때마다 10달러다).

지난 10년 동안 핸드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카메라는 더욱 정교해졌고, 프로세서는 더욱 강력해졌으며, 네트워크는 더욱 빨라졌다. 다양한 앱들이 출시된 덕분에 품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라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다. 2010년에 출시된 인스타그램은 평범한 사진도 멋져 보이게 만들 수 있는 필터 기능을 제공했다. 틱톡에서는 동영상을 간단하게 편집할 수 있다. 지난 4월 페이스북은 아마추어 팟캐스트 진행자들을 겨냥한 녹음 도구를 공개했는데, 이는 인스타그램이 초보적인 사진가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은 사실상 무한하고, 콘텐츠를 자유롭게 배포하고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영상, 음악, 각종 농담, 불평 등은 물론이고 따로 분류하기도 힘들고 설령 타깃이 적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슈퍼스타 “인플루언서”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좋아요”를 받을 때의 짜릿함을 제외하고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올리는 게시글 옆의 공간을 광고용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연간 9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28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이곳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트위터는 3억 5000만 명의 사용자들이 무료로 게시하는 트윗들 사이에 플로그(flog, fake blog, 홍보용 가짜 계정) 광고를 배치함으로써 연간 34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삼히타 무코파드야이(Samhita Mukhopadhyay)는 최근에 올린 트윗에서,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마치 “최악의 무료 인턴십”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일구고 있는 농노(serf)들은 자신의 창작물이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 가고 있다. 그 덕분에 인터넷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둔 일부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솔시스가 인스타그램에서 온리팬스로 이적하면서 했던 것처럼, 신생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그들이 직접 만든 창작물로 거둔 가치를 되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블로거와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생각을 적는 공간을 서브스택(Substack)과 같은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로 옮겨 가고 있다. 아마추어 비디오 게임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다소 엉성한 창작 게임을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다. 트위치(Twitch)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많은 사람이 고수들의 플레이 장면을 돈을 내고 시청하고 있다. 참고로 트위치는 아마존이 소유하고 있다.

이런 신생 업체들은 이제껏 자신이 무료 봉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과 같은 기존의 강자들이 보상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문적인 크리에이터들도 도와주고 있는데, 한때는 중간 에이전트에게 의지했던 그들이 대중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렇게 콘텐츠가 풍부하게 넘쳐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들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서비스를 통해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영상이나 게시글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에, 사용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만든 창작물 중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 주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이나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기술 분야를 다루는 뉴스레터인 스트래트처리(Stratechery)의 발행자인 벤 톰슨(Ben Thompson)이 썼던 것처럼,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또 하나의 결과는 “희귀한 자원의 분배를 통제하는 기업들로부터 풍부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통제하는 기업으로 가치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벤 톰슨은 이런 기업들을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고 부른다. 그러한 플랫폼은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통해서 한 편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해 주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들은 그러한 규칙에 적응해서 스스로를 상품화해야 한다. 이처럼 공급이 풍부한 세계에서는 콘텐츠 제공자들이 마치 우버(Uber)의 운전자들이 그런 것처럼 거의 아무런 협상력도 없이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1]


그런데 이런 모델에서 뭔가가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의 양이 더욱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들 사이에서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사인 아틀리에 벤처스(Atelier Ventures)의 설립자 리 진(Li Jin)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들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작업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서브스택(Substack)은 뉴스레터로 거두는 구독료의 90퍼센트를 필자들에게 지급한다. 이를 통해서 최상위 10명의 필자들은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트위치는 게임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사용자들에게 구독료의 절반 이상을 지급하며, 여기에 더해 광고 수익의 일부와 함께 사용자들의 성과를 “격려”하는 현금도 지급한다. 4만여 명의 유명인들이 팬들에게 개인 맞춤형 동영상을 판매하는 플랫폼인 카메오(Cameo)는 그들이 거둔 수익의 75퍼센트를 창작자들에게 건넨다. 미국 시트콤 〈더 오피스(The Office)〉에 출연한 배우인 브라이언 바움가트너(Brian Baumgartner)는 지난해 100만 달러 이상을 벌면서 카메오에서 최고의 수익을 거둔 사람이 되었다. 소셜 오디오 앱인 클럽하우스(Clubhouse)는 팁을 허용하고, 유망한 진행자를 양성하기 위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은 티켓이나 구독과 같은 기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에 대응해서 한때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거의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던 기존 플랫폼들도 서서히 지갑을 열고 있다. 벤처 투자사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조시 콘스틴(Josh Constine)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들이 플랫폼에 있는 그런 콘텐츠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단순한 홍보용 허브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즉, 사용자들이 수익을 거두고 있는 다른 플랫폼에 게시한 콘텐츠를 광고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트위터도 서브스택의 필자들이나 클럽하우스의 진행자들을 위한 홍보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트위터는 현재 두 기업 모두를 물리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월 트위터는 뉴스레터 기업인 레뷔(Revue)를 인수했으며, 자신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서브스택의 절반에 불과한 5퍼센트로 낮추었다. 5월 3일에는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스페이스(Spaces)까지 여기에 합류했다. 스페이스에서는 조만간 진행자가 주최하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할 수 있게끔 허용할 예정이다. 리서치 기업인 번스타인(Bernstein)의 마크 시뮬릭(Mark Shmulik)은 다른 앱을 거치지 않고도 트위터에서 곧바로 뉴스레터에 가입하거나 음성 대화방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다른 스타트업 경쟁사들에 비해서 트위터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또한 크리에이터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그들은 유료 구독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고 팁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그들은 카메오와 비슷한 “슈퍼(Super)”라는 기능 및 서브스택과 유사한 뉴스레터 플랫폼을 시험하고 있으며, 트위치를 모방한 페이스북 게이밍(Facebook Gaming)에 가입하는 게이머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월간 1000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콘텐츠 제작자 수는 2020년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최근 플랫포머(Platformer) 뉴스레터의 발행자인 케이시 뉴튼(Casey Newto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모든 것들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저희는 소비적인 측면보다는 크리에이터의 측면에 실제로도 진심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많은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즉, 뉴스레터의 필자가 그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사람들의 목록을 갖게 함으로써 그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데려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의 친구들을 트위터로 데려갈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일반적인 동영상 게시자들에게 광고 수익의 55퍼센트를 지급해 왔던 유튜브는 “박수하기”라는 형태의 유료 팁 주기 등을 포함해서 새로운 기능들을 개발하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2020년 그들의 유료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의 수가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과 구독료로 지난 3년간 창작자들에게 300억 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소셜 플랫폼들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다. 짧은 분량의 동영상 앱인 틱톡은 지난해 “크리에이터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들은 이를 통해서 최초 3년간 사용자들에게 20억 달러 이상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Douyin·抖音)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서 1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또 다른 동영상 소셜 앱인 스냅챗(Snapchat)은 지난해 새로운 공유하기 기능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이들은 가장 인기가 많은 동영상 클립을 만든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일 1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도우위(Douyu·斗鱼)와 후야(Huya·虎牙直播)는 스트리밍을 하는 사용자들에게 지난해 각각 71억 위안(1조 2382억 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2019년보다 31퍼센트 증가한 금액이다. 세계 최대의 팟캐스트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애플은 아마추어 진행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다. 지난달 애플은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구독료를 책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구독료에서 애플은 첫해에는 30퍼센트를, 그다음부터는 15퍼센트의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스포티파이도 비슷한 발표를 했는데, 다만 (2023년부터 수수료를 5퍼센트만 책정함으로써)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플랫폼들이 이렇게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두고 싸움을 벌이면서, 이러한 분야에서의 협상력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인터넷 리서치 기업인 케피오스(Kepios)의 사이먼 켐프(Simon Kemp)는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을 상대로 플랫폼들이 협상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TV 방송국들이 드라마 〈프렌즈(Friends)〉 출연진들과 매 시즌마다 계약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많은 플랫폼들이 가장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 트위치는 최상위급의 방송 진행자들에게 지급하는 구독료의 비율이 (일반 크리에이터들보다)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브스택은 인기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필자들에게는 선금을 지불한다. 크리에이터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비율은 그들이 얼마나 쉽게 그곳을 떠날 수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서브스택의 필자 한 명이 보유한 메일링 리스트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상당히 간단하기 때문에, 서브스택은 필자들에게 수익의 90퍼센트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로블록스에서 활동하는 게임 제작자들은 그곳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수익은 대략 25퍼센트에 머물러 있다.

틱톡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의 인기는 추천 알고리즘의 변화에 따라서 요동을 치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대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먼 켐프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스타들과 실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유명인들과 만날 수 있는 다른 공간에 비해서 이용자들을 더욱 충성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프렌즈〉의 주인공들인) 제니퍼 애니스톤(Jennifer Aniston)과 그녀의 친구들은 일주일에 30분씩 시청자의 거실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틱톡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10대 소녀 찰리 더밀리오(Charli D’Amelio)는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 언제나 대기 중이다. 시청률 조사 업체인 안테나(Antenna)의 대표 라미즈 타세(Rameez Tase)는 최근에 자신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렇게 썼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지난 10년 동안 각자의 지지 기반을 다진 이후에, 이제는 애그리게이터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슈퍼 크리에이터 계층이 출현했다. 이들이 구축한 지지층은 워낙 강력하고 참여율도 좋기 때문에, 그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갈 것이다.”

 

거대한 무리의 사람들[2]


그런데 과연 팔로워 숫자가 보통인 크리에이터들은 어떨까? 일부 온라인 스타들은 거액을 벌지만, 롱테일(long tail)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아래 표 참조).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이 “100만 명의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예술 작업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활약하는 700만 명 이상의 뮤지션들 가운데 1년에 로열티로 5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은 약 0.2퍼센트에 불과하며, 1000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도 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로블록스에는 “체험”해 볼 수 있는 2000만 개의 게임이 있지만, 게임 개발사인 일렉트로닉아츠(Electronic Arts·EA)의 란 모(Ran Mo)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서 실행되는 모든 플레이의 거의 15퍼센트는 “브룩헤븐 RP(Brookhaven RP)”라는 단 하나의 게임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창의적인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인 패트리온(Patreon)에서 활동하는 20만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금액은 모두 10억 달러다. 이들 중 최상위 계층은 약 200만 달러를 벌지만, 나머지 98퍼센트는 미국의 연방 최저 임금인 월 1257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벌고 있다.
(위)로블록스에서 사용자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의 비율, 전체 횟수의 백분율(%) / (아래) 패트리온에서 후원자의 수와 수익 규모, 벌집 모양의 색이 진할수록 사람 수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온라인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주된 방법은 광고였다.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거대한 규모의 팔로워가 필요했다. 유튜브에서 시청 횟수가 100만 회라고 하더라도, 그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겨우 2000달러 정도만 벌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유형의 콘텐츠에서는 광고 단가가 더 낫다. 폰허브(PornHub)의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시청 횟수가 1000회가 될 때마다 평균 0.6달러를 번다고 한다. 시청 횟수가 100만 회라 하더라도 버는 돈은 600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광고를 통해서 슈퍼스타들은 더욱 부유해질 수 있지만, 발 여신과 같은 일반인이나 틈새를 공략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생계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구독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수익화 모델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런 현실이 바뀌고 있고, 중산층 크리에이터가 나타날 가능성도 생겨났다. 크레이그 모건(Craig Morgan)이 대표적이다. 그는 온라인 매체인 〈애슬레틱(Athletic)〉에서 일하던 스포츠 저널리스트였지만, 코로나19 판데믹의 영향으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자 친구 한 명이 그에게 뉴스레터를 써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에 서브스택에서 애리조나 코요테스 인사이더(AZ Coyotes Insider)가 처음으로 발행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서비스는 광범위한 대중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북미 아이스하키 프로리그(NHL)에 속한 애리조나 코요테스(Arizona Coyotes) 팀에 대한 상세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골키퍼인 달시 켐퍼(Darcy Kuemper)가 무릎 부상을 입은 것에서부터 수비수인 일리야 류부시킨(Ilya Lyubushkin)의 비자와 관련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구독 모델이 기반이었기 때문에, 광범위한 독자층은 필요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에서 연간 로열티 액수에 따른 아티스트 수 / 왼쪽 큰 박스부터 1000달러(18만 4500명), 5000달러(6만 7200명), 1만 달러(4만 2100명), 5만 달러(1만 3400명), 10만 달러(7800명), 50만 달러(1820명), 100만 달러 이상(870명)
10개월이 지난 현재 모건의 뉴스레터에 매달 최소 5달러를 지불하는 사람들은 1000명이 넘는다. 그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그들 중 18퍼센트는 자발적으로 더 많은 구독료를 내는데, 이로써 그는 예전에 〈애슬레틱〉에서 받던 급여와 비슷한 돈을 벌게 되었다. 모건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던져 주는 동료들이나 그에게 안전망이 되어 주던 편집자와 함께 일하던 시절이 그립기는 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저를 해고할 수 없습니다.”

기술 분야의 저술가인 케빈 켈리(Kevin Kelly)는 크리에이터가 무엇을 하더라도 매년 100달러를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진정한 팬들이 1000명만 있으면” 그 어떤 아티스트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2008년에 말했는데, 바로 모건이 생생한 사례다. 이에 대해 케빈 켈리는 “어떤 행운이 아니라 진정으로 생계를 꾸려야 한다면, 얼마든지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수익화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열성적인 팬들로부터 그러한 돈을 얻어 내기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스트리밍 수익 이외에도 중국의 헤이주 이스포츠(Heizhu Esports)와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 돈을 받고 조력자로 일하면서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디지털 창작물을 인증하는 기법 중의 하나인 NFT(non-fungible token)를 슈퍼 팬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보기도 한다. 아틀리에 벤처스의 리 진은 고가의 온라인 강좌를 거래하는 티처블(Teachable)이나 포디아(Podia)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진정한 팬을 100명만 확보해도 충분히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서 먹고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수록,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해온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과거에는 개인 필자가 절대로 넘어설 수 없었던 콘텐츠의 물리적인 배포라는 문제를 해결해 줬던 신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브스택의 상위 필자들 가운데는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nwald)[3]와 매튜 이글레시아스(Matthew Yglesias)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기존에 속해 있던 언론사에서 받던 급여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독자들이 기꺼이 지불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뉴스레터에서는 훨씬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 《뉴욕타임스》의 결정에서 볼 수 있듯, 일부 신문사들은 자사의 필진이 허락 없이 개인적인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의 폭군들은 일종의 농노라고 할 수 있는 필자들의 이름이 바이라인(byline)에 적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발행되는 모든 기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가치가 그 글을 쓴 사람이 아니라 신문사에 귀속되도록 하고 있다.

음반 레이블 역시 위기에 처한 또 하나의 중개인이다. 그들은 지금껏 주로 노래를 히트시키는 일을 맡아 왔고, 그 대가로 수익 일부를 계속해서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스포티파이에 매일 업로드되는 신곡은 6만 곡이 넘는데,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침실에서 작업하는 록스타들이 만드는 것이며, 이들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서 음원 유통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자신들을 “당신 주머니 속의 음반 레이블”이라고 말하는 음원 유통 플랫폼인 유나이티드마스터스(UnitedMasters)는 최근에 애플이 주도하는 벤처 캐피털 투자 라운드에서 50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스플라이스(Splice)와 같은 도구가 있어서 음원을 녹음하는 것도 더욱 쉬워졌다. 그리고 관련한 상품은 팬조이(Fanjoy)와 같은 기업이 관리한다.

그리고 자금 조달도 더욱 간단해지고 있다. 하이파이(HIFI)라는 스타트업은 아티스트들의 로열티 관리를 도와주고 있는데, 주기적으로 로열티를 지급하고 금액이 부족할 경우에는 그들을 대신해서 소액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캐럿(Karat)은 팔로워의 수에 따라서 크리에이터의 신용 한도를 늘려 주고 있다. 미디어리서치(MIDiA Research)의 계산에 의하면, 이러한 서비스들의 도움 덕분에 인디 뮤지션들은 지난해 전 세계 레코딩 음악(recorded music)[4] 부문 매출액의 5.1퍼센트를 가져갔는데, 이는 2015년의 1.7퍼센트에서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 3대 음반 레이블[5]이 차지한 수익의 비율은 71.1퍼센트에서 65.5퍼센트로 하락했다.

 

이미 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며[6]


번스타인의 마크 시뮬릭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상점을 거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처럼, 소셜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들이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런 플랫폼들은 점점 더 예전의 미디어 기업처럼 변해 가고 있다. 상품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콘텐츠를 큐레이팅하고 수수료를 받으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스택은 자신들이 지불하는 선금이 “편집 방향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결정”에 의해 책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필자들에게 멘토링과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고, 조만간 편집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유튜버들은 폭넓은 가이드라인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지만, 낙태 등을 포함해서 유튜브가 “논쟁적”인 주제라고 여기는 콘텐츠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다. 트위치는 스트리밍을 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편집과 관련한 문제를 관장하는 “감독위원회”는 지난 5월 5일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금지하기로 한 결정을 확정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정보가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휴대폰 회사와 콘텐츠에 대한 편집권을 가진 신문사 사이의 어떤 존재로 취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의 환심을 사고 보상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그들은 그 둘 사이에서 신문사의 형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1]
고린도후서 5:17
[2]
요한계시록 7:9
[3]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 등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스타 언론인이다.
[4]
영미권에서 음악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음악이 리스너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서 녹음한 음원을 듣는 레코딩 음악(recorded music)과 사람들 앞에서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live music)으로 분류한다. 레코딩 음악이라고 해서 단지 ‘음반’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 음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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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BMG, 유니버설 뮤직 그룹, 워너 뮤직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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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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