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가 하는 일이다. 소셜 미디어는 새로운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어떤 생각들이 퍼져 나가는 속도를 빠르게 하며, 사람은 물론이고 어떤 생각이 영향력을 얻을 수 있는 범위를 더욱 확대시킨다. 그러나 기성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사들 역시 온라인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CNN은 영어 뉴스 웹사이트 가운데에서는 BBC에 이어서 세계에서 방문자가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세 번째는 뉴욕타임스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해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을 두고 불만을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이처럼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지구의 거의 모든 나라에 걸쳐서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뉴욕타임스를 읽는다. 그중 520만 명은 디지털 구독자들인데, 이들 중 5분의 1은 미국 외부에 존재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언론 매체들은 미국의 언론사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참고한다. 킹스칼리지런던(KCL)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의 언론에서 “문화 전쟁(culture wars)”
[1]에 대해서 언급하는 현상이 4년마다 반복되는데, 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주기와 맞물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표현의 사용량이 급증했다. “영국이 문화 전쟁이라는 용어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입니다.” KCL 정책연구소의 소장인 바비 더피(Bobby Duffy)의 말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왜 큐어넌이라는 이름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회의론이라는 표현이 미국식 어휘의 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BLM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의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들은 또한 미국의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소셜 미디어를 팔로우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을 예로 들어 보자. 홍콩에서의 시위는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 냈지만,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시위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화웨이의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알리바바에서 쇼핑하는 것에 흥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인터넷 서비스인 틱톡(TikTok)은 정작 중국 내에서는 더우인(Douyin)이라는 별도의 버전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만리방벽(great firewall)은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 주지만, 중국의 아이디어가 외부로 뻗어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버지니아에 있는 미국 해병대대학교(Marine Corps University)의 전략 연구 교수인 크레이그 헤이든(Craig Hayden)은 미국 정치가 가진 개방성으로 인해서, 미국식 상징과 표상을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미국의 거리에서 발생한 시위를 보여 주는 동영상은 미국이 가진 전 세계적인 위상에 흠집을 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워싱턴이나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소요를 지켜보면서,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이런 종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의 역동적인 특징이 그들의 움직임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헤이든 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인종 갈등에 대해서라면 다른 어떤 나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리트윗(retweet)하지는 않습니다.”
엉클 샘(US)의 디지털 확성기
소셜 미디어 시대에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강력한 전파력을 갖게 되면서, 이제는 머나먼 이국에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미니애폴리스나 시애틀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상파울루에 있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에 있는 대학 교정에서 시작된 논쟁은 (영국의) 올드(old) 잉글랜드의 거실까지 옮겨갈 수 있다. 인터넷은 원래 전 세계에 정보를 흐르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그 알고리즘은 단지 미국의 목소리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