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카드와 노스스타가 손 회장의 금융 곡예에 대한 애호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면, 그린실(Greensill)의 흥망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들이 추구하는 생태계가 가진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사례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생태계를 경쟁 우위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기업들의 모든 설립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주최한다. 그런 방식의 생태계라면 기껏해야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매출을 신장시키고, 잠재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은 소프트뱅크가 약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그 생태계의 다른 부분을 우호적으로 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설령 그것이 소프트뱅크 이외에 그들 기업에게 투자한 이들이나 이해당사자가 명백하게 관심을 둔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소프트뱅크에게 있어서 그린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동원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렉스 그린실(Lex Greensill)은 기술을 활용해서 무능한 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사의 특별 공식에 잘 맞는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그린실은 소프트뱅크의 생태계를 위해서 사용될 수 있었다. 이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청구서를 발행했지만 고객으로부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우량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나면 그린실은 이러한 송장 담보 대출들을 모은 다음 다시 포장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은행이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3]나 기업 재무팀 등의 고객들에게 이러한 채권들로 구성한 펀드를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손 회장은 렉스 그린실을 “돈을 아는 친구(money guy)”라고 불렀다. 2019년 5월 초, 비전 펀드는 그린실에 14억 달러를 투자했고, 설립자인 렉스 그린실은 액면 상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지난해 초, 이 투자가 그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비전 펀드의 일부 기업들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는 파산한 미국의 건설 스타트업인 카테라(Katerra)와 같은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로 주택 건설을 저렴하고 빠르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인도의 호텔 그룹인 오요(Oyo)는 너무 빨리 확장을 시도했다. 위워크가 무너진 후, 잠재적인 대출 기관들은 비전 펀드 기업들의 상당수를 외면했다. 바로 그런 빈틈을 그린실이 채워줄 수 있었다. 그린실은 카테라와 오요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크레디트스위스의 고객들이 간접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당시 그렇게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새로이 증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는 소프트뱅크의 이익과는 맞지 않았다. 증자를 하면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소프트뱅크로서는 자신들의 지분을 재평가해야 하고, 이는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그린실을 수중에 둔 것이 결국은 유용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는 잠재적으로 이해가 상충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대출을 해준 회사(그린실)와 대출을 받은 회사(카레라 및 오요 등)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크레디트스위스의 펀드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다. 만약 그린실이 무너진다면, 그전까지는 자신들의 후원자였던 이들이 자신들 때문에 금융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소프트뱅크의 전직 임원은 당시의 상황이 복잡했지만 이해의 충돌은 어떻게든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사자 중의 한 곳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현재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모든 잠재적인 갈등은 SBIA의 정책에 따라서 적절하게 관리되었다”고 밝혔다.
2019년 말, 소프트뱅크는 논란의 여지가 적은 다른 경로를 택하는 것으로 보였다. 소프트뱅크의 주식은 자사가 소유한 회사 주식 가치의 약 70~75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었다. 뉴욕의 행동주의 헤지 펀드(activist hedge fund)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는 기회를 감지했다. 소프트뱅크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며, 주주들에게 돈을 되돌려주는 정책이 이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 폭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의 검증을 거친 방식이었다. 판데믹 초기의 불안감 덕분에 손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매각한 410억 달러의 자산에는 소프트뱅크가 아직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통신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암(Arm)을 더욱 큰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에게 매각했다(이 계약은 현재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그룹이 좀 더 간소해졌다. 그러나 이로써 그들은 활기찬 통신 업체에서 복잡한 투자 지주 회사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게 되었다.
엘리엇의 자극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여성을 지명하고 사외이사의 수를 늘리는 등 기업 지배 구조에 있어서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슈에서의 개선을 부채질했다. 2021년 6월 현재, 9명의 이사들 중에서 4명이 사외 이사인데, 이는 2019년 1월 당시 12명 중에서 3명이던 것에 비해서 늘어난 비율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모든 잠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난해 초 이후로, 소프트뱅크는 법무 및 규제 준수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고위직 임원들이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중 일부와 가까운 어느 인사의 말에 의하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소프트뱅크의 문화였다. 이 회사는 이해의 상충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또 다른 우려사항이었다.
가장 최근에 사임을 선언한 이는 소프트뱅크 최초의 여성 이사이며 기업 지배 구조 분야의 존경받은 전문가인 가와모토 유코(川本裕子)이다. 그녀는 불과 1년 만에 일본 인사원(人事院)의 위원직을 맡으며 떠났는데, 그녀는 내부의 지배권을 두고 손 회장과 의견을 달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1일 그녀는 소프트뱅크의 지배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공개하면서, 내부의 견제와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녀는 소프트뱅크 전반에 걸쳐서 “저항의 의무(obligation to dissent)”나 필요하다면 반대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더욱 널리 퍼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는 “건설적인 논의는 이사회가 효율적이라는 신호”라며, 가와모토 전 이사도 그녀가 제안한 최고위기관리자(Chief Risk Officer)의 지명을 포함해서 지배 구조의 변화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그녀가 떠난 이유는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지배 구조 체제에서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계열사의 전환 사채 거래를 촉진하는 대가로 와이어카드와 SBIA는 독일의 금융업자인 크리스티안 앙어마이어(Christian Angermayer)에게 수백만 달러의 성공 보수를 지급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지난해 여름 소프트뱅크의 최고운영책임자인 마르셀로 클라우레(Marcelo Claure)가 T-모바일(T-Mobile)의 주식 500만 주를 약 5억 달러에 매입한 것이 있다. 이 주식 매입은 소프트뱅크가 대출금을 지원했다. 이후 T-모바일의 주가는 올랐고, 그 상승분은 클라우레가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주가가 하락한다면,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임원에게서 수억 달러의 자금을 회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의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다. “T-모바일 주식의 취득에 대한 대출은 소프트뱅크 주주들의 이익과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더욱 일치시키는 것이다. 양사의 인수 합병 계약에 의하면, 만약 T-모바일이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주가가 150달러에 달하게 되면, 소프트뱅크의 주주들은 T-모바일 주식으로 70억 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비전 펀드를 잘 아는 한 사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임원이 개인적으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이후에 소프트뱅크가 그곳에 지원해서 가치 평가액이 크게 증가한 사례가 최소한 한 건 이상이라고 한다. SBIA의 선임 경영 파트너(senior managing partner)인 디프 니샤르(Deep Nishar)는 2016년에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페튬(Petuum)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는데, 이는 2017년에 비전 펀드가 9300만 달러를 투자하기 전이었다. 소프트뱅크의 규정에 의하면 니샤르는 개인적인 투자분을 유지할 수 있는데, 당시 이 사실은 비전 펀드의 출자자(LP)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이에 대해서 소프트뱅크는 “페튬에 대한 투자는 공개되었고, 당사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며, 성장 단계의 투자에서는 비교적 흔한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VC 기업들은 그러한 관행이 드물다고 하며,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임원이 회사에 해당 주식을 원가에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배 구조 전문가들이 씨름해 온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소프트뱅크의 이익은 어디까지이고 손 회장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 경계는 겉보기에는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 이 회사의 활동 중에서 일부는 소프트뱅크의 다른 주주들에 비해서 손 회장에게 수익의 더 많은 부분이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노스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이 설립되었을 때, 투자액의 3분의 1은 손 회장의 것이었다. 따라서 이 펀드가 버는 수익의 3분의 1은 그에게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노스스타는, 그리고 손 회장 개인적으로도,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약 70퍼센트인 소프트뱅크로부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노스스타의 영업 내용은 소프트뱅크의 대차 대조표에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반영이 되어 있다.
CEO가 자기 회사의 특정한 부문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의 잠재적이지만 명백한 문제는 그 대표가 자본을 중립적으로 배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스스타의 경우에는, 만약 그쪽으로 현금의 흐름을 돌리면 노스스타의 수익은 급증할 수 있고, 손 회장에게도 그 일부가 흘러갈 수 있다. 손 회장이 개인 지분을 넣는 것을 포함해서 이러한 노스스타의 구조는 소프트뱅크의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인데, 이 문제는 손 회장과는 별도로 논의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