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의 G7 정상회의에서 말했다시피, 그는 미국을 “독재자들과의 대결”에서 서방의 지도자로 내세우고 있다. 미 행정부의 어느 고위 관료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향후 10-15년을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중요한 기술을 지배하고 국제 질서의 규칙을 다시 작성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할 것이며, 세계를 독재국가들에게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위협을 가하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새삼스런 비밀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국제 질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야심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서방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는 중국 공산당의 시각을 얼핏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인터뷰했던 미 행정부의 관계자는 서방 세계의 사람들이 “공존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지배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 국가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겨우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입장을 정해야 하는 시간은 지금이라는 것이다.
구축한 다음에는 무력화
전혀 상반된 가치를 가진 두 개의 적대자들 중에서 한 곳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은 마치 냉전 시절의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과거의 냉전과는 중대한 차이가 있는데, 지금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만큼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합된 중요한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에 소비에트 연방에게 했던 것처럼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대신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자체적인 영향력을 키움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전략은, 비록 여전히 변화무쌍하긴 하지만, 러시 도시가 “약화와 구축”을 위한 처방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 중에서도 구축이 우선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대중국 전략을 논의할 때면 언제나 수십 년 동안 쇠락한 미국의 위대함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앞서 인터뷰했던 미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 같은 초강대국 중에서 이렇게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비극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미국이 이 모든 것으로부터 회복해야 하며 국내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래야 미국이 강대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6월 초에 상원을 통과한 미국의 혁신 경쟁법(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에는 미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출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법안에서는 미국에서의 반도체 연구 및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분야에 520억 달러, 그리고 첨단 소재,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등을 비롯한 기술 분야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응용과학 기금을 위한 자금으로 290억 달러를 승인하고 있다. 그리고 달에 가기 위한 추가 지원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저렇게 세세하게 지출안을 계획하지 않아도 정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통과된 바이든 행정부의 판데믹 회복 정책안을 보면, 1.9조 달러의 거액을 투입하는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하드” 인프라와 “소프트”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지출안에서 그게 내세운 조건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각을 겨냥한 재건 정책의 일환으로 읽히는 동시에, 사치스러운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이것을 야심 차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정도의 수치로는 중국이 인프라와 산업 정책에 들이는 금액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예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핵심 인프라에 대한 애초의 계획은 공화당 의원들과의 협상을 거친 후에 60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넘겨준 것에 대해 가지는 공화당의 불쾌한 감정은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능가한다. (참고로 민주당은 또 다른 지원책으로 3.5조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고 싶어 한다.) 자칭 중국에 대한 매파라고 하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Ted Cruz),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조쉬 하울리(Josh Hawley)와 같은 인물들도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동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책에 대한 당의 반대에 맞서는 소신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령 미국이 이러한 노력으로 단결한다 하더라도, 현재 중국의 성장세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재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심각한 차질을 격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10-15년 내에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공산당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국경을 넘어서는 “강력한 중력장”을 내뿜을 것이다. 군사력에도 더욱 많은 비용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연구 및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는 그들의 기술력을 더욱 가공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대 정책에서 러시 도시가 말하는 “불균형적 약화(asymmetric blunting)”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서 그리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힘을 빼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군사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중국의 수역이라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범위를 넘어서는 지역에서는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라는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대만처럼) 중국이 스스로에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수역이나 섬들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최첨단 무기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약화 전략에는 수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중국이 중요 기술 개발에 연료를 공급해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불구로 만들고 중국 최대의 칩 제조사인 SMIC에게 지장을 주기 위해서 사용했던 방식이다. 정치적인 약화 방안에는 국제연합(UN)을 비롯한 다자 기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갈고 닦기
이런 전략에는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동조자들을 배양하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서도 핵심 신조이다. 그는 다른 나라 정부의 환심을 사고 오래된 불만들을 해결해왔다. 그는 프랑스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에 대한 보조금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EU)과 17년 동안 이어온 분쟁에서 관세 부과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주도하는 노르트 스트림 2(Nord Stream 2)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한 제제를 보유했는데, 천연가스를 수송하게 될 이 파이프라인의 건설로 가장 많은 가스를 공급받는 국가는 독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독일에 대한 호의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서 그는 미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는 것보다도 중국에 대해서 동맹국들과 잠재적으로 공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3월,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에 대한 새로운 비용 분담 협정에 동의했다.
이러한 노력은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캐나다, EU는 미국과 손을 잡고 신장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관리들과 단체들에 제재를 부과했는데, 미국 이외의 다른 정부들이 그렇게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5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후 이어진 공동 성명에서 대만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는데 동의했다. 6월에 있었던 G7 회담과 며칠 후에 개최된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는 모두 중국이 가하는 위협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심각하게 약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공동 성명이나 (주로 상징적인 것에 불과한) 제재를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보도할 만한 내용이 없다. G7 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한 대응으로 ‘더 나은 세상의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를 위한 새로운 제도적 틀이나 자금조성 계획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내세우는 조건부의 강압적인 백신 외교정책에 맞서서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인도와 함께 만든 군사동맹인 쿼드(Quad) 및 G7과 함께 협업을 해왔다. 그는 소득 중위권 국가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서 중국으로부터 돈과 비즈니스 기회를 빼앗겠다는 광범위한 비전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별다른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고 있다. 만약 그러고 싶다고 하더라도 아마 의회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리드하지 않는 한, 동맹국들이 스스로 자진해서 참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중국은 EU의 신장 지역 관련 제재에 대응해서 보복 조치를 단행했는데, 지난 5월 유럽연합 의회는 다시 그에 맞서서 투자협정의 비준을 동결했다. 그러나 많은 정부들은 여전히 그러한 투자협정을 원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지난 7월 1일, 영국의 리시 수낙(Rishi Sunak) 재무부 장관은 런던의 금융 서비스를 세계 2위의 국내 시장을 가진 중국에 판매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중국과의 “성숙하고 균형 잡힌 관계”를 요청했다. 7월 7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반 중국 정서” 때문에 투자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아르민 라셰트(Armin Laschet)는 중국에 맞서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국가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의 교역 규모보다 중국과의 무역량이 더 많은 국가의 수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표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