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 속에서도 뉴스는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뉴스가 읽히는 시대다. 다만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받아 보거나, 정해진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방송을 보는 사람이 줄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열어 놓은 새로운 환경에서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접하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뉴스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독자들의 선택 기준은 각자의 필요와 흥미다. 속보나 단독 기사라는 기준은 의미를 잃고 있다. 결국 뉴스의 경쟁자는 뉴스가 아니다. 미디엄과 스팀잇같은 콘텐츠 플랫폼에 실린 글일 수도,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이미지일 수도 있다.
언론사가 새로운 경쟁자들에 맞서려면 저널리즘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뉴스를 발행하는 것만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의 광고 수익은 이제 언론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소프트웨어를 파는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변신한 이유, 버즈피드가 장난감과 립글로스를 합친 희한한 제품을 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저널리즘 혁신을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파격적인 시도보다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중 매체 신화 속 대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이제 다양하게 분화된 개인을 상대해야 한다. 나아가 개인의 경험과 사회의 구조를 바꿔 놓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놓쳐선 안 된다. 수용자에 대한 이해 없이 저널리즘, 비즈니스, 기술의 결합은 불가능하다.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나온 지 20년이 되어 간다. 나이키는 2000년대 성장률 둔화의 원인을 닌텐도, 소니 같은 IT 기업의 약진에서 찾았다. 주 고객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청소년층이 스포츠 대신 게임에 몰두하면서 스포츠용품 구매가 감소했다는 분석이었다. 사용자 경험이 변하면 업의 본질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면서 서비스 간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의 융합이 촉발되기도 한다.
저널리즘은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독자의 경험과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틀을 깨는 상상을 할 수 있을 때, 저널리즘은 생존할 수 있다.
한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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