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가총액, 단위: 1조 달러
2011년, 팀 쿡 CEO 취임
그러나 이러한 네 가지 트렌드는 점점 더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첫째, 지정학적인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정책들이 전 세계 매출에서 1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매력적인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시진핑의 새로운 슬로건은 기업의 이윤을 줄이려는 열망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셋째, 서방의 독점규제 당국들이 구글과 애플을 포함하여 기술 대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 참고로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했다며 고소했다. 넷째, 올해 OECD가 중재한 협정에 의해 다국적 기업들에게 점차 더욱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쿡의 계획은 정확히 무엇일까? 그의 업적들 중 하나는 애플의 신비주의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애플이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덕분에 투자수익을 거두고는 있지만, 이 회사의 전략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몇 가지는 확실하다.
애플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방법을 찾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세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10억 명이 넘는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구독자 기반으로의 전환을 지속할 것이다. (구독 기반의 서비스는 이미 애플의 전체 매출액에서 2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인과 나무랄 데 없는 제품으로 유명하지만, 그들은 또한 위험하면서도 제멋대로인 디지털 영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많은 수수료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을 보완해서 애플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차세대의 하드웨어를 계속해서 개발하려고 노력할 텐데, 예를 들자면 아이글래스(안경)나 아이카(자동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픈 두 가지의 문제에 대해서 쿡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애플이 고정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2012년에 38퍼센트였던 미국 내 비유동 자산의 비율이 현재는 70퍼센트로 높아지긴 했지만, 칩 제조사인 TSMC를 비롯한 주요 공급업체들은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것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되거나 애플과 베이징 사이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쿡은 중국을 버려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애플의 이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무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반독점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애플이 서비스 부문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한다면, 기술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애플은 올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페이스북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검색이나,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대된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누리던 기술 기업들과의 안락한 공생관계도 결국은 와해될 것이다. CEO로서 팀 쿡의 남은 임기가 지난 10년만큼 화려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이뤄질 그의 결정들은 여전히 매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