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취임 1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지닌 애플은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비록 속도가 느릴 지라도, 사과(애플)는 반드시 떨어진다. 팀 쿡이 10년 전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취임했을 때, 애플의 가장 열성적인 팬들조차도 회사가 쇠퇴할 운명에 처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윌리 웡카(Willy Wonka)[1]가 사라진 디지털 초콜릿 공장은 이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스프레드시트를 살펴보던 로봇 같은 사람이 이끌 예정이었다. 화려한 광채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이 과연 잡스의 표현처럼 “미친 듯이 뛰어난” 제품들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도록 어떻게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쿡은 그럴 수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24일로 애플의 대표 취임 10주년을 맞이한 그를 흘겨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그럴만하다. 그는 후임자들이 창업자의 뒤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즐비한 기술 산업계에서도 단언컨대 가장 뛰어난 후계자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실제로 순수하게 재무적인 측면만 살펴봐도, 그는 고(故) 스티브 잡스에 비해서 훨씬 더 뛰어난 CEO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잡스는 퇴임 후 6주 만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역사상 그 어떤 CEO도 쿡이 이뤄낸 것만큼의 전반적인 주주가치를 창출한 이는 없었다. (표1 참조) 그가 잡스의 뒤를 이어 받았을 때, 회사의 시가총액은 3490억 달러였다. 현재는 2조5000억 달러로 그 어떤 상장회사들보다도 앞서고 있다. (표2 참조) 그의 진두지휘 아래, 연간 매출액은 2011년 1080억 달러에서 지난해 2740억 달러로 급증했다. 순이익은 57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사우디아람코가 석유를 팔아서 버는 수익을 넘어섰으며,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회사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재임하는 동안 애플의 자체적인 연간 매출액에 그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른 모든 기업들이 창출하는 매출까지 더한 “애플 경제(Apple economy)”는 7배나 성장해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성과를 고려했을 때, 쿡은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선 상황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은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신에 그는 현재의 스톡그랜트(stock grant)[2]가 전부 다 지급되는 시점인 2025년까지는 직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3] 그러면서 과연 그가 애플의 고공행진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난 10년보다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순풍이 불면서 애플을 이처럼 아찔한 높이까지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형세가 역전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면, 팀 쿡이 이뤄낸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좋다. 그는 뛰어난 경영인일 뿐만 아니라 2010년대의 기술 산업과 글로벌 경제에 힘을 실어주었던 영향력을 활용하는데 능숙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중 첫 번째는 모바일이 주도하는 일상의 디지털화였다. 모바일 컴퓨팅에 대한 전 세계의 열광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그는 아이폰의 끊임없는 개선을 추진했다. 그가 CEO로 취임한 직후에 공개된 아이폰 4s가 기본적으로 고성능의 휴대전화였다면, 오는 9월에 출시될 아이폰 13은 그보다 거의 50배나 더 빠른 프로세서를 가진 휴대용 슈퍼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취임한 이후에 출시한 주요 신제품인 애플워치와 에어팟 역시 아이폰의 강력함을 더욱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애플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10억 명 이상으로, 지구인 일곱 명 중에 한 명이 사용하는 셈이다.
쿡이 아주 잘 활용한 또 하나의 영향력은 세계화, 특히 중국의 급부상이었다. 잡스로부터 직위를 이어받기 전에도, 그는 애플 기기들의 조립 업무를 중국으로 아웃소싱 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했다. 애플의 최대 하청 제조업체인 폭스콘은 현재 중국에서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애플의 기기들을 조립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부품들의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중국을 생산시설로 활용한 것 외에도, 쿡은 그 나라가 가진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현재 중국은 애플의 매출액에서 19퍼센트를 창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며, 순이익을 따지면 그 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쿡이 이룬 세 번째 업적은 디지털 시장에서 대기업들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네트워크 효과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해서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던 잡스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에 쿡은 디지털 “플라이휠(flywheel)[4]”에 들이는 노력을 배가했다. 즉, 앱스토어가 더욱 많은 앱 제조사를 끌어들이면 더욱 많은 사용자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더욱 많은 개발자들을 불러 모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플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디지털 마켓이 되었다. 애플이 후원한 어느 연구에 의하면,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현재 거의 200만 개의 앱이 출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서 2020년에는 앱 개발자들에게 6430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쿡은 또한 기술 대기업의 대표들 중에서는 최초로, 애플 정도의 규모와 힘을 가진 기업이라면 그들이 더욱 넓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큰 목소리로 자주 의견을 표출했던 인물이다. 잡스 체제에서는, 애플의 기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다는 그것의 디자인이 더욱 중요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국장 출신으로 지금은 팀 쿡 직속의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리사 잭슨(Lisa Jackson)은 현재 제품의 개발 단계부터 함께 관여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2030년까지 자사의 모든 제품에서 탄소중립(carbon-neutral)을 실현하겠다는 어마어마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쿡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한 인권”이라고 선언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광고주들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것의 허용 여부를 반드시 사용자에게 물어보도록 강제했다.
확실히,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정책은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과도 어울린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는 다르게 그들은 수집한 데이터로 타깃 광고를 판매해서 돈을 벌지 않는다. 그리고 애플의 탄소발자국이 비교적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 친화적인 목표 역시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며, 대체로 부유한 애플 사용자들의 감성에도 잘 맞는다. 덕분에 규제당국이 애플을 괴롭히지 않게 되었으며, 어느 추정에 의하면 애플이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라고 하는데, 그런 독보적인 지위에 오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쿡(Cook)킹 강좌
애플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애널리스트인 호레이스 데디우(Horace Dediu)는 쿡 체제로 10년을 거쳐 오면서 애플은 더욱 커지고 더욱 훌륭해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성장세, 지정학, 경쟁이라는 세 가지의 도전과제가 놓여 있다.
겉으로 보기에 성장세는 충분히 건강한 것 같다. 오래 전부터 아이폰의 하락세를 예상했던 애널리스트들이라면 놀라겠지만, 아이폰은 지금도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전 세계 판매량은 2015년에 2억 31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에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약간에 불과하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2억 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도 결국엔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애플 역시 대기업이라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빠르게 성장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 말이다.
애플에 대한 모든 것을 분석하는 웹사이트인 어보브 아발론(Above Avalon)을 운영하는 닐 사이버트(Neil Cybart)는 팀 쿡이 다른 수익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앱스토어와 애플뮤직을 포함해서 서비스 비즈니스의 매출액은 2011년의 80억 달러에서 직전의 네 분기에는 650억 달러로 급증했다. (표4 참조) 애플워치나 에어팟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아이폰에 비하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난 6월까지 세 달 동안 9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에어팟은 2억 개 이상, 애플워치는 3400만 개 이상 판매되었는데, 이는 각각 전 세계의 고급 이어폰 판매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그리고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모든 시계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량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애플은 아이폰과 같은 또 하나의 중대한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안경을 쓰면 물리적인 현실에 디지털 계층이 추가되는 “아이글래스”나 심지어 “아이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회사는 이런 소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이 두 가지에 대해서 몇 년 동안 연구를 해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출된 정보에 의하면 증강현실 안경은 앞으로 1-2년 내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하며, 애플은 2024년에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원래 계획했던 일정들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애플이 현재 보유한 소비재 제품들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자동차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내연엔진과 기어박스가 없는 차량이라면 스마트폰보다도 만들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애플이 가진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자체적인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 그들이 가진 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서 만든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오락가락 했던 것으로 보인다.
쿡의 두 번째 거대한 도전과제는 지정학적인 문제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서방과 중국 사이에 고조되는 갈등을 잘 모면해 왔다. 중국은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조립하는 곳이며,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쿡은 중국의 사용자 정보를 현지의 사법집행기관이 액세스 할 수 있도록 그곳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는 것에서부터 중국어 버전의 앱스토어에서 일부 앱들을 내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 대해서 베이징의 관계 당국에게 양보를 해왔다. 쿡의 모토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지역에서는 현지의 법률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자국의 기술 대기업들을 대하는 강경한 태도는 실리콘밸리의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의 미래지향적인 본사에 있는 일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인도와 베트남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생산 능력을 강화해오고 있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물량을 조립할 수 있는 중국을 대체할 만한 나라가 현재로서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향후에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최신형 아이폰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준비된 노동자의 군대가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애플의 최신 공급업체 목록으로 판단하건데, 그들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오히려 더욱 높여왔다. 상위 200개의 공급업체들 가운데 51개가 중국에 있는데, 이는 2018년의 42개에서 늘어난 수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한창 벌이고 있던 2019년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경우 중국이 보복을 한다면 애플의 수익이 30퍼센트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추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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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가 중국에서 금지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서방은 중국에 대해서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애플은 NBA에서부터 자라(Zara)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브랜드들에게 타격을 입힌 민족주의적인 불매운동이나 베이징발 노여움의 타킷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중국 경제에 있어서 애플이 가지는 중요성이 계속해서 보호막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서방의 정부들과 소비자들을 분노케 할 수도 있다. 인권단체들에 의하면, 애플의 공급업체들 중 일부는 신장 지역의 탄압받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강제 노역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애플이 베이징 정부에게는 중국의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를 허용하면서 자국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내세우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윌리 쉬(Willy Shih)는 “어느 순간이 되면 충성도를 시험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자사의 공급망 내에서 어떠한 강제노동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자사의 소셜네트워크들을 통해서 중국의 광고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저커버그 역시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말싸움이 애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그들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애플이 최근에 아이폰에서 아동 성학대 사진을 찾기 위해 사용자들의 사진을 스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연관시켜서 저커버그가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팀 쿡이 마주하고 있는 세 번째 도전과제인 경쟁에 대해서도 암시를 주고 있다. 애플과 같은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경쟁자가 없는 것도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일부에서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로의 핵심적인 비즈니스를 침해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 한 일종의 카르텔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애플은 소셜미디어 업계의 강자가 되려고 노력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페이스북은 대안의 앱스토어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없었다. 애플은 자체적인 검색엔진을 만드는 대신에, 구글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만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한 특혜에 대하여 연간 80-120억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애플이 거둔 순이익의 14-21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그러한 안락함이 이제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1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들 기술 대기업들은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때로는 서로의 영역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것이 정말로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이 아이폰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애플이 자체적인 광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애플이 자체적인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애플의 주력 분야인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폰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업체인 카날리스(Canalys)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스마트폰 일곱 대 중 한 대 꼴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초, 중국의 샤오미는 물량 기준으로 애플을 추월해서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었다.
반대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애플의 도전은 극심한 경쟁에 시달릴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인 애플의 홈팟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마존이나 구글을 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플의 혼합현실 안경이 실제로 빛을 보게 된다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비롯하여 다른 멋진 기기들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카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테슬라는 물론이고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제공하는 주차장 한 면의 가치와도 결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규제당국 역시 디지털 시장의 경쟁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불법적으로 보호한다며 고소를 했는데, 이 소송에서는 애플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말에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법정에서는 애플이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반독점 당국들은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지키기 위하여 앱스토어에서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부위원장 겸 반독점 분야의 책임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현재 상정되어 있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7월 애플에게 경고한 바 있다. 앱스토어의 규정을 완화하고 수수료율을 낮춘다면(현재는 대부분의 앱 구매에 대하여 최대 30퍼센트), 수익성이 뛰어난 애플의 서비스 비즈니스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팀 쿡은 경영자로서의 위상과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역풍을 잘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에도 쿡이 직접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는 이미 60세이며, 스스로도 10년을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따라서 과연 누가 그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직 임원 한 명은 급진적인 제안을 했다. 애플이 사치품 판매상 역할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이 지난 분기에 거둔 40퍼센트가 넘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매출총이익이 그들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은 개발자들과 공급업체들을 쥐어짜고 있다. 대신에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30억이 넘는 사람들을 위한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리사가 너무 많은가?
이는 성장과 관련한 애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애플이 거두는 이윤을 사랑하는 주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쿡의 후계자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인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는 현 상태로부터 급진적인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내부 관계자들은 윌리엄스를 두고 “또 한 명의 팀 쿡”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키가 크고, 군살이 없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하다는 이유로) 외모가 비슷한 도플갱어일 뿐만 아니라, 사고와 경험적인 면에서도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는 2010년부터 쿡의 예전 업무였던 애플의 공급망과 운영을 관리해오고 있다. 그러한 업무를 통해서 기른 역량은 지난 10년 동안 애플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애플이 그러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다음의 최고경영자에게는 다른 역량들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