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4)
좀 더 균형 잡힌 식단
애플의 각 부문별 매출액, 단위: 10억 달러
(네이비) 아이폰
(민트) 웨어러블 기기 및 기타
(초콜릿) 맥
(버건디) 아이패드
(회색) 서비스
반기별 실적
출처: 블룸버그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애플은 아이폰과 같은 또 하나의 중대한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안경을 쓰면 물리적인 현실에 디지털 계층이 추가되는 “아이글래스”나 심지어 “아이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회사는 이런 소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이 두 가지에 대해서 몇 년 동안 연구를 해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출된 정보에 의하면 증강현실 안경은 앞으로 1-2년 내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하며, 애플은 2024년에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원래 계획했던 일정들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애플이 현재 보유한 소비재 제품들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자동차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내연엔진과 기어박스가 없는 차량이라면 스마트폰보다도 만들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애플이 가진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자체적인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 그들이 가진 전자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서 만든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오락가락 했던 것으로 보인다.
쿡의 두 번째 거대한 도전과제는 지정학적인 문제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서방과 중국 사이에 고조되는 갈등을 잘 모면해 왔다. 중국은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조립하는 곳이며,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쿡은 중국의 사용자 정보를 현지의 사법집행기관이 액세스 할 수 있도록 그곳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는 것에서부터 중국어 버전의 앱스토어에서 일부 앱들을 내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 대해서 베이징의 관계 당국에게 양보를 해왔다. 쿡의 모토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지역에서는 현지의 법률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자국의 기술 대기업들을 대하는 강경한 태도는 실리콘밸리의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의 미래지향적인 본사에 있는 일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인도와 베트남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생산 능력을 강화해오고 있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물량을 조립할 수 있는 중국을 대체할 만한 나라가 현재로서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향후에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최신형 아이폰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준비된 노동자의 군대가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애플의 최신 공급업체 목록으로 판단하건데, 그들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오히려 더욱 높여왔다. 상위 200개의 공급업체들 가운데 51개가 중국에 있는데, 이는 2018년의 42개에서 늘어난 수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한창 벌이고 있던 2019년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경우 중국이 보복을 한다면 애플의 수익이 30퍼센트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추정했었다.
사과 잼
만약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가 중국에서 금지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서방은 중국에 대해서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애플은 NBA에서부터 자라(Zara)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브랜드들에게 타격을 입힌 민족주의적인 불매운동이나 베이징발 노여움의 타킷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중국 경제에 있어서 애플이 가지는 중요성이 계속해서 보호막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서방의 정부들과 소비자들을 분노케 할 수도 있다. 인권단체들에 의하면, 애플의 공급업체들 중 일부는 신장 지역의 탄압받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강제 노역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애플이 베이징 정부에게는 중국의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를 허용하면서 자국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내세우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윌리 쉬(Willy Shih)는 “어느 순간이 되면 충성도를 시험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자사의 공급망 내에서 어떠한 강제노동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자사의 소셜네트워크들을 통해서 중국의 광고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저커버그 역시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말싸움이 애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그들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애플이 최근에 아이폰에서 아동 성학대 사진을 찾기 위해 사용자들의 사진을 스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연관시켜서 저커버그가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팀 쿡이 마주하고 있는 세 번째 도전과제인 경쟁에 대해서도 암시를 주고 있다. 애플과 같은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경쟁자가 없는 것도 그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일부에서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로의 핵심적인 비즈니스를 침해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 한 일종의 카르텔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애플은 소셜미디어 업계의 강자가 되려고 노력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페이스북은 대안의 앱스토어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없었다. 애플은 자체적인 검색엔진을 만드는 대신에, 구글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만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한 특혜에 대하여 연간 80-120억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애플이 거둔 순이익의 14-21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그러한 안락함이 이제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1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들 기술 대기업들은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때로는 서로의 영역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것이 정말로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이 아이폰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서 애플이 자체적인 광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애플이 자체적인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애플의 주력 분야인 하드웨어 비즈니스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폰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업체인 카날리스(Canalys)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스마트폰 일곱 대 중 한 대 꼴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초, 중국의 샤오미는 물량 기준으로 애플을 추월해서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었다.
반대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애플의 도전은 극심한 경쟁에 시달릴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인 애플의 홈팟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마존이나 구글을 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플의 혼합현실 안경이 실제로 빛을 보게 된다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비롯하여 다른 멋진 기기들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카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테슬라는 물론이고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제공하는 주차장 한 면의 가치와도 결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규제당국 역시 디지털 시장의 경쟁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불법적으로 보호한다며 고소를 했는데, 이 소송에서는 애플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말에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법정에서는 애플이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반독점 당국들은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지키기 위하여 앱스토어에서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부위원장 겸 반독점 분야의 책임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현재 상정되어 있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7월 애플에게 경고한 바 있다. 앱스토어의 규정을 완화하고 수수료율을 낮춘다면(현재는 대부분의 앱 구매에 대하여 최대 30퍼센트), 수익성이 뛰어난 애플의 서비스 비즈니스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팀 쿡은 경영자로서의 위상과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역풍을 잘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에도 쿡이 직접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는 이미 60세이며, 스스로도 10년을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따라서 과연 누가 그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직 임원 한 명은 급진적인 제안을 했다. 애플이 사치품 판매상 역할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이 지난 분기에 거둔 40퍼센트가 넘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매출총이익이 그들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은 개발자들과 공급업체들을 쥐어짜고 있다. 대신에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30억이 넘는 사람들을 위한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리사가 너무 많은가?
이는 성장과 관련한 애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애플이 거두는 이윤을 사랑하는 주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쿡의 후계자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인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는 현 상태로부터 급진적인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내부 관계자들은 윌리엄스를 두고 “또 한 명의 팀 쿡”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키가 크고, 군살이 없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하다는 이유로) 외모가 비슷한 도플갱어일 뿐만 아니라, 사고와 경험적인 면에서도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는 2010년부터 쿡의 예전 업무였던 애플의 공급망과 운영을 관리해오고 있다. 그러한 업무를 통해서 기른 역량은 지난 10년 동안 애플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애플이 그러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다음의 최고경영자에게는 다른 역량들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