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서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전략이 연상된다. 테슬라는 최악의 경우 장난감처럼 보이고 최선이라고 해봐야 약간 특이한 소형차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섹시한 스포츠카 콘셉트로 시작하여 값비싼 호화 세단을 뒤이어 선보였고, 대중 시장을 겨냥한 기술과 생산 능력을 구축하며 틈새시장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최고급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은 블루날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고흐메(Gourmey)는 오리알에서 얻은 배양세포를 이용해서 높은 가격과 잔인함의 대명사인 푸아그라를 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사카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줄기세포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와규 소고기의 구조를 모방해서 근육과 혈관, 지방 등을 배치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단지 최고급 제품을 만든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단지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른 경쟁사들을 능가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어떠한 배양육 제조사들도 그런 주장을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채소 또는 무기물?
그렇다고는 해도, 이 분야의 기술에는 본연적인 매력이 있다. 배양육은 특성은 건강한 무해함, 자연스러운 비인위성, 순수한 무가공성, 환경친화적인 비유독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인공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배양육을 세포 수준에서 보자면 천연 육류와 구분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동물 생체의 일부였던 적은 없다. 배양육이 덜 잔인하기는 하지만,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그것을 덜 자연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유대교나 이슬람의 계율에도 위반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고기를 얻어야 할 때면 특정한 규칙을 따라서 도살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양육이 특정한 종류의 순결함을 제공할 수 있다.
밀폐되고 살균된 생물반응장치에서 배양된 어류 제품은 자연산 해산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이나 수은 등의 오염물질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주요 세포들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닭고기는 배설물과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위험이 없다. 살아있는 가축을 기르지 않는다는 것은 농장에서든 시장에서든 도살장에서는 주방에서든 식당에서든 동물성 병원균이 인간에게 교차오염될 가능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조직 배양을 넘어서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 편집 분야의 모험에 뛰어든 기업들은 영양학적인 가치나 심지어 풍미의 향상에 이르기까지 더욱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대학의 소고기 연구팀은 맛이나 건강 요건에 따라서 유사 와규의 지방 함량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닭고기에는 해조류를 먹는 어류에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채워질 수 있고, 또는 유익한 식물성 단백질을 소고기에 첨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건져 올리지 않고 실험실에서 곧바로 나온다면, 신선한 물고기는 그야말로 더욱 신선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이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첫 번째는 규제이다. 여기에서는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제일 앞서 나가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에 “식품으로서 판매된 이력이 없는 대체 단백질 제품들”이라 하더라도 전문가 위원회의 안전성 검토를 거치고 적절하게 라벨만 부착한다면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는 반드시 “배양육”이라는 표기를 해서 판매해야 하며,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제품은 “식물성” 또는 “모조”라는 라벨을 붙여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이트저스트(Eat Just)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닭고기에 대한 허가를 취득했다. 이러한 판매 허가를 얻으려면 일반적으로 3개월에서 6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제조업체들에게 있어서 이처럼 신속한 처리는 미국의 규제와 상당히 비교된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에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FDA는 세포의 생장을 모니터링하고, 시판 전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다. 농무부는 생산 면허가 유효한 가축 생산시설과 마찬가지로 대체육 제조시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유럽식품안전기구(EFSA)의 승인 절차는 한 군데에서 주관하지만,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적어도 세 배 이상 소요된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절차를 간소화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공급량의 30퍼센트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배양육은 바로 이런 조건에 잘 부합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치에 배양육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기존의 육류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른 나라에서라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배양육에 대한 반대 로비가 훨씬 더 적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비용 절감이다. 이론적으로 배양육은 세포뿐만이 아니라 조직으로도 배양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민 고기와 비슷한 압축성 덩어리를 만들기가 훨씬 쉬우며, 기업들이 가장 잘 하는 것도 바로 이 분야이다. 이트저스트는 싱가포르에서 치킷 너겟을 제공하고 있으며, 슈퍼미트(SuperMeat)는 텔아비브에서 “바삭한 배양육 순살 닭고기” 제품(튀긴 닭고기로 만든 버거)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갈비뼈는 물론이고 뼈에 붙은 다른 부산물도 없는) 온전한 닭가슴살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식물성 대체육이 점점 더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신생 산업인 배양육 업계가 상당한 이윤을 거두고자 한다면 적어도 식물성 제품의 수준까지는 그 품질을 끌어 올려야 한다.
동시에, 그들은 제조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의 비용을 훨씬 더 낮출 필요가 있다. 농장에 있는 가축들과 마찬가지로 생물반응장치의 배양세포들에게도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배양세포들은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프레더릭 폴과 시릴 M. 콘블러스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공된 해조류를 먹이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인 소태아혈청(FBS)을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사용해왔는데, 많은 배양육 회사들도 이것을 영양공급원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살육과는 무관한 고기를 판매하고자 하는 이들 업계에게는 불행하게도, FBS는 새끼를 밴 암소를 도축한 피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을 훨씬 더 싸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 업계에게는 불행하게도, FBS는 상당히 비싼데다 가격변동이 심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FBS는 각각의 투여분마다 영양 성분이 일정하지 않다.
배양육 회사들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FBS에 대한 인조 대체물을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필수 영양소의 일부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전공학적인 효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효소 자체도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려면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세포를 기반으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축에게 먹여야 할 풀이나 건초, 사료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배양세포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하나의 먹이사슬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기는 중간 과정에서 그것을 기르기 위해 투입된 영양소들을 합친 가격보다 싸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단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 분야로 몰려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만약 생명공학자들이 상당히 영민하며 훨씬 더 절묘한 도구들로 무장하고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그렇게 투자를 했다면, 그들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규모로 생산을 하거나 수익을 내고 있는 배양육 회사는 없다. 업사이드푸드와 블루날루는 초기의 연구소보다 훨씬 더 커다란 생산 시설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한 국가나 지역 전체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1]을 제공하기에는 충분한 규모이다.
그러나 설령 그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장의 크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을 것이다. 식물성 대체육의 장점은 일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명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식물을 먹는다는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불안하지도 않다. 그러나 배양조직으로 길러진 무언가를 먹는다는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며, 상당히 꺼림칙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한 문제들 가운데 얼마큼이 사실로 드러날 것인지의 여부는, 지금처럼 몇몇 거대 도시에서 일부의 선택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질 때에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배양육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묻는 여론조사를 보면, 매우 다양한 반응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배양육을 지지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품종이나 가공법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 육류를 생각보다 자주 먹는다고 말한다. 선진국에서 소비되는 돼지들은 좀 더 날씬한 품종이고, 닭고기는 가슴살을 더욱 풍성하게 살찌우기 위해 사육된다. 육류를 생산하는 장소는 들판이나 농장이 아니라, 지저분하고 다치기 쉬운 시설로 옮겨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양날의 검과 같은 주장이다. 만약 사람들이 오늘날의 잔인한 축산 관행에 무감해질 만큼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방식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육류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잔인성에 대해 적응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 과연 그것을 변화시켜야 할 만한 동기를 느낄 것인가?
업사이드푸드는 사람들이 그러기를 희망하며,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소비자들을 교육하면서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이스트베이에 있는 시설에서 소비자들이 최대한 많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커다랗게 설계하고 있다. 비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그들은 바로 옆에도 비슷한 개방형 건물을 만들어서 도살업체에게 무료로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제안에 응할 업체가 전혀 없으리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