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감염 추세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그것이 여전히 면역이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점차 줄어들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코로나19는 점점 더 희귀해질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결국 엔데믹으로 접어들 것이다. 엔데믹이 어떠한 모습일지, 그리고 어떤 나라들이 엔데믹에 도달하게 될 지는 세 가지 요인에 따라서 달려있다. 첫째는 해당 국가의 인구들 중에서 얼마나 높은 비율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면역력의 효능과 내구성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 둘째는 코로나19를 어떻게 치료하느냐이다. 셋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양상이다.
면역력은 수치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면역체계는 복잡하며 이해하기도 어렵다. 면역력을 형성하는 항체의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하다. 미주리에 있는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면역학자인 알리 엘러베디(Ali Ellebedy)는 이렇게 말한다. “백신접종 이후 최대 6개월 동안은 면역체계가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최적화하고 완벽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처음 두세 달 동안에 만들어진 항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에 대한 결합친화력(binding affinity)이 훨씬 더 강한 항체들로 서서히 교체됩니다. 눈으로 잘 보이는 과정은 아닙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항체의 수량이 적을 수는 있지만 그것의 효능은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항체의 수치가 감염 방지에 있어서 결정적인 지표는 아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전염병학자인 새라 워커(Sarah Walker)는 이렇게 말한다. “항체 수치가 매우 높은 사람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높으니까 감염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집단적인 인구의 측면에서는 병원체가 신체를 감염시키는 일을 막아주는 중화 항체(neutralising antibody)가 아주 많으면 감염 건수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면역이나 집단면역 수준에 대한 아주 뛰어난 통찰력이 없더라도, 커다란 관점에서는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 있다. 바이러스가 집단 내에 퍼지게 되면, 감염되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단련을 하면서 향후에 감염이 발생할 때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준비시킨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주입한 백신은 접종 이후에 몇 달이 지나면 그 효력이 약해지지만, 그 백신이 심각한 증세와 사망을 막기 위해 훈련시킨 면역체계는 튼튼하게 유지된다.
백신은 인류의 3분의 1에게 곧바로 엔데믹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했다. 만약 백신이 없었다면 훨씬 더 처참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약 38억 명의 사람들이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접종을 했고, 28억 명은 백신접종을 모두 마쳤다. 감염되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심각한 증세와 사망의 위험성을 크게 줄여준다. 백신은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보건의료 시스템의 상당부분이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코로나19는 전염의 확산 및 진화와 면역력의 형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기적인 힘겨루기에 있어서 거대한 규모로 그 싸움의 기간을 아주 짧게 단축시킨 최초의 판데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덜 위험한 방법으로 면역력을 획득한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유한 나라들에 살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대다수가 여전히 감염의 확산 속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백신접종률은 올해 상반기에 급증하면서 6월 말 기준으로 매일 4300만 명이 접종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지만, 9월말 현재에는 하루 30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러한 하락세의 상당부분은 중국에서의 접종 속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보다 백신접종 속도가 더욱 빨랐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오직 부유한 나라들에서만 그러한 현상이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전 세계적의 집단면역 형성 정도는 다른 엔데믹 상황의 호흡기 질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다른 오래된 엔데믹 질병들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거치며, 특히 어린 시절에 반복해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새롭게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엘러베디 박사는 코로나19가 다른 엔데믹과 비슷한 수준의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몇 년의 특징이라면 주기적인 등락을 거치며 하락세가 천천히 이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즉, 감염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면역력의 확대와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의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모든 것에는 각자의 계절이 있는 법이다
일단 면역력이 충분히 널리 퍼지면, 코로나19 발병 건수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돌아다니고 있는 다른 엔데믹 호흡기 질병들과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보일 것이다. 바이러스들이 환경적인 조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린스턴대학교의 레이첼 베이커(Rachel Baker)는 앞으로 5-6년 이면 코로나19의 감염 패턴이 면역학적 순결성에 의해 주도되기 보다는 다른 엔데믹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계절성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코로나19가 거의 확실히 우리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백신만이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는 치료법 덕분이기도 하다.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코로나19의 초기 단계에 투여될 경우에 고위험군 환자들의 입원률을 87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는 시설을 제대로 갖춘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통해서 투여해야 한다. 또 다른 종류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항체요법도 매우 효과적이지만,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투여해야 한다.
미국에서 규제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항체치료제인 AZD7442는 진료실과 같은 공간에서도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쌀 것으로 보여서 널리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 이후에 면역력이 약화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보호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항체치료제가 널리 퍼진다면, (의료노동자들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암이나 당뇨병 환자들, 또는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고령의 환자 등 기저질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심각한 증세가 발병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예방수단으로 아주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저렴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역시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은 물론이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들에게 부과하는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유망한 것은 제약회사인 머크(Merck)와 리지백(Ridgeback)이 만든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이다. 이 약을 증상이 시작된 지 5일 이내에 복용하면,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약 50퍼센트 줄여준다.
머크는 2021년 말까지 1000만 회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구촌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가격도 저렴할 것이다. 화이자(Pfizer), 로슈(Roche), 아테아파마슈티컬스(Atea Pharmaceuticals)에서 나온 약품들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이들 역시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무기고에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코로나19를 치료하지 못한다. 그러나 훨씬 덜 위험하게 만든다. 그래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화해서 특정한 항체요법에 대한 내성을 갖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신종전염병을 가르치는 피터 호비(Peter Horby) 교수는 아예 처음부터 항바이러스제를 여러 개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HIV 항바이러스제의 사례를 보면 단일한 치료법에 대해서는 그 내성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약품들은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걸 좀 더 쉽게 해줄 수 있겠지만, 각국 정부 및 공중보건 당국은 어떠한 질병이 발병해서 보건의료 체계를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여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유행하는 독감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런 질병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이번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합당할 수도 있다. 부유한 세계에서는 특히 겨울철이 되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억지로라도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년 독감 백신과 촉진제를 접종한다면, 취약한 사람들이 병원 신세를 지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