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손실
완결

곤충의 급격한 소멸에 얽힌 이야기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200만 종의 생명체를 확인했다. 얼마나 더 많은 종이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그중 수만 종은 우리와 만나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디언 편집 ©Rex, Getty, Alamy
지구에는 터무니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생명이 넘쳐난다. 최초의 미생물이 나타난 뒤로 40억 년이 지나고, 지상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하고 나서 4억 년, 인간이 이 행성에 등장하고 나서 20만 년, 신이 노아에게 지상의 모든 네발짐승을 한 쌍씩 모으라 명하고 난 뒤 약 5000년이 지나고, 우리가 세상의 생물을 체계적으로 범주화하기 시작한 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생물 종이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분류학자들은 이처럼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생물의 풍부함을 기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017년 11월 첫째 주는 분류학자들의 체계적인 세계에서 다를 바 없는 한 주였다. 그 말인즉슨 그 주가 매우 특별했다는 뜻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딱정벌레 95종이 새로이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한 주 사이에 남미 전역에서 미소나방류 7종이 발견됐다. 에콰도르에서는 극소 거미 10종이 발견됐고, 남아프리카 은둔거미도 7종이 나타났다. 이 거미들에게는 모두 독이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동굴에 서식하는 갑각류가 발견됐고, 땅 밑에 서식하는 집게벌레도 7종이 발견됐다. 4종의 중국 바퀴벌레가 새로 관찰됐다. 일본에서는 야행성 해파리가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는 푸른 눈 실잠자리가 발견됐다. 대양 밑바닥에서 발견된 13종의 갯지렁이 중 어떤 것은 둥근 모양이었고, 어떤 것은 털이 수북했고, 하나같이 생김새가 흉측했다. 조지아주에서 로드킬을 당한 새의 깃털에서 북아메리카 진드기 8종류가 채취됐다. 버뮤다에서는 3종류의 긴가지해송이 발견됐다. 새로운 안데스 개구리를 발견한 사람들은 개구리의 밝은 오렌지색 눈에서 잉카의 태양신 인티(Inti)를 떠올렸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식물, 동물, 균류는 대략 200만 종이다.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는 대략 200만 종쯤일 거라고, 또 다른 이들은 1억 종이 넘을 거라고 짚는다. 지구가 품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진정한 규모는 과학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난해한 문제 중 하나다.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나 산출 방법 같은 건 없다. 그저 또 다른 딱정벌레와 또 다른 파리를 차근차근 발견하고 관찰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목표를 향해 하나둘 결과를 쌓아 올릴 뿐이다.
남미에서 발견된 쇠똥구리 옥시테르논 콘스피실라툼 ©Alamy
하지만 매년 수천 종의 생물이 새로 발견되는 반면에 수천 종 이상의 생물 종이 ‘여섯 번째 멸종’이라 알려진 환경 재앙에 휩쓸려 소멸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재앙은 모두 다섯 번 일어났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최근의 재앙은 백악기 말기의 멸종이다.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으로 인해 공룡이 멸종됐다. 최악의 파괴적인 멸종은 백악기 대멸종보다 1억 9000만 년 전인 페름기에 일어났으며, 이 사건은 공룡이 출현할 수 있는 길을 닦아 주었다.

우리가 정말로 여섯 번째 멸종의 한복판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현재 생물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속도와, 인간의 개입이 없을 때 그 종들이 사라지는 속도 둘 다를 설정해야 했다. 후자를 ‘배경 멸종률’이라고 한다. 2015년, 미국과 멕시코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현재 알려진 모든 척추동물의 통계를 활용한 결과 동물 종은 인간의 개입으로 “최대 100배까지” 멸종이 빨리 진행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공룡을 앗아간 것과 똑같은 멸종 속도다.

하지만 저명한 열대 곤충학자 테리 어윈(Terry Erwin)이 내게 이 여섯 번째 멸종에 대한 추정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아주 작은 부분에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척추동물, 즉 괄태충, 게, 벌레, 달팽이, 거미, 문어,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 종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는 곤충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히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 보호론자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는 있죠. 곤충에 대한 데이터는 전혀 없이 말이에요.” 어윈이 말했다.

현재 세계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생태학자들이 무척추동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껴안고 싶은 귀여운 동물”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껴안고 싶은 귀여운 동물’은 척추동물을 가리키는 어윈의 표현이다. 고릴라와 혹등고래의 경이로움에 대해서만 몇 년 내내 듣다 보면 견실한 곤충 연구자들은 아무래도 좀 서운해질 것이다. 어쨌거나, 곤충들은 우리보다 정말, 정말 많다.

 

우리는 곤충의 세계에 산다.


우리는 무척추동물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동물 종 중 척추가 있는 것은 5퍼센트도 안 된다. 약 70퍼센트가 곤충이다. 포유류는 전체 동물 200마리당 1마리에도 못 미치고, 그 안에서도 설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종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포유류는 딱정벌레로 가득 찬 세상에 사는 한 줌의 쥐 떼에 불과하다. 그 딱정벌레의 대다수는 열대 지역에서 자생하는 초식 곤충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의 총체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또 그것들이 사라져가는 속도를 진짜로 알고 싶다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딱정벌레가 온갖 종류의 열대 나무를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생물의 종수를 세기 전에 우선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 줘야 한다. 여기서 바로 분류학자들이 등장한다. 종이라는 개념은 정의하기 어렵기로 생물학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특히나 유기체들은 대체로 연속체상에 존재하므로, 유기체들이 연속체 위에서 서로 가까이 붙어 있을수록 그것들을 구별하기도 점점 힘들어진다. 종에 대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가 내린 것이다. 그는 종을 자기들끼리는 번식하지만 다른 종과는 번식하지 않는, 적어도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는 벌어지지 않는 동물 집단으로 정의했다. 만약 얼룩말과 당나귀를 억지로 교배시켜 ‘얼룩당나귀’를 만든다면 이는 잡종을 창조한 것이겠지만 얼룩말과 당나귀가 서로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논박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자연에서는 보통 그와 같은 교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류학자들은 단지 개별 종의 이름만 짓는 게 아니라 종들이 서로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몇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생물들을 일관성 있는 체계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해 왔지만, 결과가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생명의 형태를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 특히 움직이는 방식에 근거해 분류하고자 했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정주형 동물, 즉 일정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사는 동물이었다. 그는 레스보스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말미잘과 해면동물이 동물인지, 식물인지, 아니면 식물 같은 동물인지 심사숙고했던 듯하다.

분류학의 혁명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일어났다. 그 혁명은 사실상 한 사람, 생물학의 아이작 뉴턴으로 칭송받는 카를 린네(Carl Linnaeus)의 업적이었다. 린네는 그런 지위에 오를 만한 괴짜였으며, 식물의 성적 특성을 달달 외우는 천부적인 재주를 가진 영민하고, 완고하며, 과시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스웨덴 북부 라플란드로 한 번 중요한 원정을 떠난 적이 있긴 했지만, 보통은 다른 이들의 발견에 의존했다. 그에게 영감을 받은 열일곱 명의 ‘사도’들이 린네의 체계를 완성할 수 있는 표본을 찾아 전 세계를 탐험했던 것이다. 그중 일곱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도들이 모아온 표본에 근거하여, 린네는 7700종의 식물과 4400종의 동물을 명명했다.

후대의 생물학자들은 린네의 분류 체계에서 흠잡을 만한 부분을 여럿 발견했다. 예를 들어 그는 고슴도치와 박쥐를 ‘흉포한 짐승’으로 함께 묶었고, 뾰족뒤쥐와 하마를 ‘짐 나르는 짐승’으로 한데 묶었다. 린네가 성취한 불변의 업적은 동물들을 묶을 수 있는 분류군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견되는 모든 종을 명명할 수 있는 체계를 창안했다는 데 있었다. 그는 모든 생물 종에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정했다. 이를 이명법(二名法)이라 한다. 이름의 첫 번째 부분은 해당 종이 속해 있는 속(屬)을 가리키고, 두 번째 부분은 그 종의 이름이다.
네오팔파 도널드트럼피 나방 ©Vazrick Nazari/ZooKeys
이명법은 명명과 분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뛰어나고 효율적인 체계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가 진화상의 친척인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하빌리스’와 관계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구별된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이 명명법은 분류학자들에게는 재치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부쉬(bushi)’, ‘오바마이(obamai)’, 아주 독특한 머리 모양을 한 나방인 ‘도널드트럼피(donaldtrumpi)’ 같은 이름은 확실히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된다. 그보다는 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종의 학명이 정치 문제나 최근의 사건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하루살이에 ‘트라제디아(tragediae)’라는 종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이는 2015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댐 붕괴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분류학자들은 가끔 말장난을 하거나 운율을 맞추기도 한다. 갯민숭달팽이라고 하는 나새류(裸鰓類) 전문가인 테리 고슬리너(Terry Gosliner)가 한 번은 투룬나 속에 속하는 종에게 ‘카후나’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있다. 그래야 ‘투룬나 카후나’라는 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슬리너가 처음으로 갯민숭달팽이를 발견한 건 고등학교 재학 시절이었다. 그 이후 그는 갯민숭달팽이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40년에 달하는 경력을 쌓는 동안 300종 이상의 갯민숭달팽이에게 학명을 붙였다. 산호초에 서식하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나새류도 해수 온도 상승에 특히 민감하다. 몇몇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해양 산성화로 인해 앞으로 50년에서 100년 사이에 산호초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고슬리너는 그보다는 약간 낙관적으로 본다. 스트레스에서 탄력적으로 회복되는 산호초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산호초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육지에서는 곤충에게 더 큰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곤충학자들이 이제야 겨우 붙들고 씨름하기 시작한,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다.

 

곤충 대멸종의 가능성

 
곤충학자들은 곤충의 대멸종이라는 끔찍한 가능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곤충 다양성의 진정한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에 먼저 맞닥뜨려야 했다. 그들은 지금도 그 문제로 씨름하는 중이다. 하지만 많은 곤충학자에게 이 문제의 돌파구가 생긴 순간은 1982년, 테리 어윈이라는 젊은 딱정벌레 전문가가 한 편의 짧은 논문을 발표했을 때였다.

어윈은 자기가 일하고 있는 파나마 열대 다우림에서 일정 넓이의 토지에 얼마나 많은 곤충 종이 서식하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는 이를 위해 시트 작업을 한 나무에 나뭇잎 청소기구와 비슷하게 생긴 도구로 살충제를 ‘분무’했다. 몇 시간 정도 기다리는 사이 죽은 벌레들이 바닥에 깔아놓은 플라스틱 시트 위로 폭포처럼 후드득 쏟아졌다. 그 벌레들을 모두 세고 분류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어윈의 발견은 놀라웠다. 이 나무 한 그루에만 1200종의 곤충이 서식했던 것이다. 100종 이상의 곤충은 이 특정한 나무 외의 어디에서도 서식하지 않았다. 어윈은 이 결과를 확장하여 열대 다우림 1헥타르당 4만 1000종의 서로 다른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3000만 종의 곤충이 있으리라고 추산했다.

이 추산은 금세 유명해졌지만, 논쟁 또한 불러일으켰다. 어윈은 자기 분야에서 널리 존경받는 인물이다. 47개의 종명, 2개의 속명, 1개의 아과(亞科)명과 아종(亞種)명이 그를 기리며 지어졌다. 곤충학 공동체가 국제동물명명규약(International Code of Zoological Nomenclature)에 따라 종의 이름에 자기 이름을 따서 붙이는 행위를 관행상 금지하고 있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는 해도, 어윈에 대한 존경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곤충학자들이 어윈의 거친 분석에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보다 최근의 연구는 3000만이라는 숫자를 다소간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윈은 여전히 고집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와이어트 어프와 빌리 더 키드 같은 친구들이 나한테 아무렇게나 총을 쏴 대고 있는 꼴입니다. 그들 중에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는 최근에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치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숫자들을 마구 뿌려대고 있을 뿐입니다.” 어윈은 실제 곤충 종의 숫자는 8000만, 어쩌면 심지어는 2억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또한 곤충 종의 상당수가 주목하는 이 하나 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솔로몬 군도에 서식하는 갯민숭달팽이 크로모도리스 쿠니에이 ©Alamy
무척추동물은 기후 변화, 침입종과의 경쟁, 서식지의 감소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심지어 서식지가 그렇게 눈에 띄게 손실을 입지 않은 곳에서조차도 곤충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독일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곤충의 개체수가 1989년 이래 75퍼센트나 감소했다. 이는 곤충이 이전의 다른 연구들이 주장하던 것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암시한다.

곤충의 감소에 대한 전 세계 곤충학자들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소속의 곤충학자이며 개미 전문가인 브라이언 피셔(Brian Fisher)가 1993년 마다가스카르에 발을 디뎠을 때, 그는 몇 가지 새로운 종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피셔는 자신이 거기서 발견하게 될 엄청난 규모의 풍요로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1930년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피셔는 그렇게 말했다. 그 시기에 그는 1000종 이상의 새로운 개미 종을 확인했는데, 그중에는 성체가 같은 종 유충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것도 있었다. 피셔는 이 개미 군에 ‘드라큘라 개미’라는 별명을 붙였다.

개미 1000종이 많은 수이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1만 6000종의 개미를 확인했다.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기본적으로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떤 것들은 갈색이고, 어떤 것들은 검은색이며, 어떤 것들은 시나몬 색이다. 그 정도를 제외하면 이 개미들은 비가 올 때마다 캘리포니아의 내 집 부엌에 떼 지어 출몰하는 침입종인 아르헨티나 개미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피셔 같은 전문가에게 개미들은 새잡이가 울새를 식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다 다르게 보인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각각의 개미는 편모, 분할된 더듬이, 그리고 무엇보다 악마의 전지가위처럼 보이는 아래턱 등 확실히 구분이 가능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피셔가 마다가스카르 원정을 개시한 뒤로 수십 년간 삼림 벌채가 가속화되어 왔다. 오늘날 온전히 남아 있는 원시림은 겨우 10퍼센트에 불과하다. 피셔는 “50년 뒤에 마다가스카르에 숲이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듭니다.”라고 말한다. 애리조나 대학의 곤충학 교수이자 개미집 딱정벌레 전문 연구자인 웬디 무어(Wendy Moore)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 분야 연구자들 모두 그렇게 느끼죠.”라고 강조한다. 많은 곤충이 단일한 식물 종에 서식하며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삼림 벌채로 인해 벌어지는 참혹한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이 크다. “특정 형태의 숲이 사라지면 수천, 수만, 어쩌면 수십만 종이 사라지게 돼요.” 어윈이 말했다. “삼림 벌채는 알려지지 않은 수백만 종의 생물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종 차원에서 곤충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여전히 정확히 모르고 있다. 하지만 개체 수의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는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긴 하지만, 곤충의 전반적인 개체 수는 무자비하게 줄어들고 있다. 독일에서 지난 35년간 다수의 장소에서 포획된 날아다니는 곤충의 수를 추적해 새로이 얻어낸 데이터는 수많은 경고의 징후 중에서도 특히 우려스럽다. 파리의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 소속 학자인 클레어 레니에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에게 알려진 13만 종의 무척추동물이 지난 4세기를 거치는 동안 이미 사라졌을지 모른다고 한다.

다양한 일화들이 이러한 관측을 지지하는 증거가 되고 있다. 환경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매카시(Michael McCarthy)는 ‘앞 유리 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의 글에 따르면 예전에는, 특히 여름에는 “오랫동안 자동차로 여행을 하면 차 앞 유리에 곤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곤 했다.” 최근 몇 년간 이 현상은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바이올린 딱정벌레 모르몰리스 필로이스 ©Alamy
살충제가 유럽에서의 곤충 수 감소 원인으로 비난을 받아오긴 했지만, 어윈은 이 사태의 진정한 범인이 기후 변화라고 생각한다. 에콰도르에서 그가 관찰을 수행해 왔던 장소는 오염되지 않은 채 보존된 원시림이다. “거기선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죠.”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가 거기에 있는 동안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숲의 균형을 점진적으로 바꿔 놓았다. 데이터를 연구해 본 결과, 어윈과 공동 연구자들은 지난 35년에 걸쳐 아마존 열대우림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이 숲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윈은 말한다. “여기 사는 모든 것들이 영향을 받을 겁니다.”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고 계속된다면 그로 인한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곤충은 인간보다 1000배 오래 더 지구에서 살아왔다. 여러 면에서 곤충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창조한 존재다. 곤충의 도움으로 현화식물의 우주가 탄생할 수 있었다. 곤충과 지상의 먹이사슬이 맺는 관계는 플랑크톤과 바다의 먹이사슬이 맺는 관계와 같다. 하버드대학의 저명 곤충학자이며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곤충을 비롯한 육지 절지동물이 없다면 인류는 겨우 몇 달을 존속하리라 추정한다. 그 뒤에는 대부분의 양서류, 파충류, 조류와 포유류가 현화식물과 더불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이 행성은 부패하지 않는 시체와 죽은 나무들로 뒤덮인 거대한 퇴비 더미로 변할 것이다. 수많은 균류가 한동안 번성할 것이나 그것들도 이내 소멸할 것이다. 지구는 4억 4000만 년 전 생명이 이제 막 토양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던 시절인 실루리아기와 비슷한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고 이끼와 우산이끼로 가득 찬 상태의 토양이 최초의 용감한 새우가 지상에서 자기의 운을 시험해 보기를 기다리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생태계의 보고 ‘안티오크 듄스’ 야생 보호구역

 
개별 곤충 종을 조금씩 보호하기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대부분의 포유동물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우선 숫자가 말도 안 되게 많고, 곤충과 다른 무척추동물이 같은 특징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극곰과 혹등고래는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물이다. 중국 윈난성 가오리공 산맥에서 나뭇잎을 먹고 사는 말랑말랑한 몸뚱이의 딱정벌레는 포유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다.

얼마 전 나는 ‘안티오크 듄스 국립 야생 보호구역’에 다녀왔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북동쪽으로 한 시간가량 차를 몰고 가면 도착한다. 이곳은 멸종 위기에 놓인 곤충을 보호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최초의 야생 보호구역이다. 보호구역은 넓이 55에이커에 불과한 작은 땅이다. 삼면이 철책선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나머지 한 면은 샌와킨강을 면하고 있다. 사실 듄스 보호구역은 사람의 눈을 그다지 끌지 않는다. 이곳의 지형은 불확실한 미래에 개발될 예정인 매력 없고 볼품없는 토지를 닮았다. 내가 보호구역을 찾은 날에는 독수리 세 마리가 고양이 사체를 둘러싼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맞은편 강둑에서는 풍력 기지의 터빈이 느릿느릿 돌고 있었다.

하지만 한때 이 모래언덕은 사하라 사막의 축소판으로, 다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였다. 생물학자들은 수십 년이 지나 보존할 시기를 놓치기 직전에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백인 정착민들이 캘리포니아에 나타났을 때 모래언덕은 그저 원자재의 보고로 보였을 뿐이었다. 이곳의 모래는 벽돌을 제조하기에 놀랄 만큼 적합했고,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 지진과 전후에 일어난 주택 사업 붐 동안 모래 대부분이 파헤쳐져 건물을 짓는 데 쓰였다. 모래언덕이 사라지고 나자 그 자리에는 건물들이 들어섰다.

1960년대에 이르자 생물학자들은 안티오크 듄스가 얼마나 특별한 장소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쯤에는 겨우 세 종의 토착종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식물은 콘트라 코스타 해바라기와 안티오크 듄스 달맞이꽃 두 종, 곤충은 랑게 메탈마크 나비 한 종이었다. 랑게 나비는 날개 길이가 엄지손톱만 한 작은 나비다. 예쁜 오렌지색과 갈색 위에 하얀 점이 점점이 찍힌 작고 연약한 날벌레로, 매년 8월마다 일주일에서 9일 동안 번데기 상태로 머물다 우화(羽化)하며, 최대 400미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고동털개미 라시우스 니게르 ©Alamy
1980년에 듄스 보호구역이 생겨난 뒤 랑게 나비는 잠시나마 재기의 날갯짓을 만끽했다. 오늘날은 상황이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개체 수를 세었을 때 보호구역에는 고작 67마리뿐이었다. 랑게 나비는 딱 한 종의 식물, 벌거벗은 줄기 메밀에만 알을 낳는데 현재 이 메밀은 잡초에 밀려나면서 겨우 연명하는 처지다. 다른 랑게 나비 개체들은 캘리포니아 시미 밸리에 위치한 무어 파크 대학의 포획 번식 프로그램에서 사육 중이다. 혹시나 이 나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는 랑게 나비의 멸종을 뜻하게 될 것이다.

이 나비를 구하기 위해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은 최근 보호구역 대부분을 모래로 덮어 서식지를 복원하려는 대담한 실험을 시작했다. 서식지에 1미터 깊이의 모래를 두루 뿌려 쌓으면 침입성 식물이 질식하면서 원래 모래언덕에서 진화해왔던 종들이 잃어버린 땅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환경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비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보호구역 관리자인 돈 브루베이커가 내게 말했다. 내가 방문한 날 그와 같이 일하고 있는 보호구역 전문가인 루이스 테라자스가 희망적인 징조를 관측했다. 토착종 달맞이꽃이 모래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이번 계절의 첫 싹을 틔웠던 것이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머지 생명체도 다시 되살아날지 모른다.

랑게 나비를 위한 수고로운 노력이 이 모든 난관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브루베이커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왜 종을 보호하냐고요? 안 그럴 이유가 뭐죠? 이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이 행성을 계속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랑게 메탈마크 나비처럼 작은 규모의 무척추동물은 보호하기에 완벽한 대상이다. 사리나 젭슨은 오레곤 주 포틀랜드를 기점으로 하는 비영리 무척추동물 보호 단체인 서세스 협회에서 멸종위기종과 해양 보호 업무를 관장한다. 젭슨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곤충의 경우 약간의 땅만 있어도 종종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이를테면 늑대나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땅의 규모와는 다르다. “이 곤충 종들에게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수백 수천 에이커까지는 딱히 필요가 없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심지어 단 한 종의 생물을 구하는 데 드는 일의 양이 가끔은 정말 압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연구실에서 종 하나를 구해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 종이 얽힌 환경 전체를, 수천 년 이상 축적되어 온 식물, 동물, 토양과 기후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산물 모두를 구해내야 한다.

특정한 순간에 이르게 되면 멸종이라는 문제를 개별적인 종과 관련하여 생각하는 것이 규모의 측면에서 오류를 저지른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곤충학자들이 예상하는 가장 끔찍한 상황이 정말로 실현된다면 다음 세기까지 멸종하는 종의 수는 수천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만에 이를 것이다. 곤충 종들을 하나씩 구하는 건 모래주머니로 해일을 막으려는 것과 같다.

 

분류학이라는 종의 위기


그들이 연구하는 많은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분류학자들 또한 현재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교직원 채용, 박물관 취업, 정부 지원금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소수의 학생만이 이 분야로 들어온다. 분류학은 한물갔고 지적으로도 힘들지 않은, 과학적 우표 수집과 다를 바 없는 학문이라고 치부된다. DNA, 단백질, 개별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을 다루는 분자생물학이 교과 과정을 장악하고 연구지원금을 쓸어 담는다. “대학 수업이 죄다 그쪽으로 쏠리고 있어요. 자금 지원도 그렇고.” 테리 어윈의 말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발견되는 새로운 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만 해도 분류학계의 양대 저널인 《주키스(ZooKeys)》, 《주탁사(Zootaxa)》에서는 남아메리카에서 호박벌을, 티베트 고원에서 물땡땡이를 발견했다고 공표했다. 태극나방과 안데스 풍뎅이가 발견됐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갑각류가 발견됐으며, 기생벌이 속 단위로 발견됐다는 사실도 공표됐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물밀듯 밀려드는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나와 이야기를 나눈 많은 분류학자는 이것이 다루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브라이언 피셔는 많은 분류학자들이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참으로 광대하다는 사실”에 어느 순간 경외심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20년 동안 한 가지 아과의 딱정벌레를 연구해 온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키플링 윌(Kipling Will)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날아온 샘플 상자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설명되지 않은 자료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 이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만도 수십 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어떤 종을 연구하건 간에 제대로 해부를 하고, DNA를 검사하고, 근친종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정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매년 새로운 무척추동물이 너무나 많이 발견되다 보니, 분류학자들이 연구 출간 기념 파티를 몇 년, 혹은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건 흔한 일이다.
긴 다리 거미 게 마크로포디아 로스트라타 ©Alamy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할까? 무척추동물에게 닥친 불길한 운명을 걱정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척추동물은 생태계의 중추로서 우리 행성의 심장, 폐, 소화 기관처럼 기능한다. 내부에 독특한 생화학적 조성을 지닌 무척추동물을 이용하여 상당수의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최근 나새류에서 채취한 화학 물질이 항암제 용도로 미국에서 임상 시험을 거친 바 있다. 어떤 무척추동물은 살충제의 자연적 대체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척추동물이 다른 용도에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 의의를 갖게 될지는 분명치 않다. 그에 대한 대답은 에드워드 윌슨이 “생물에 대한 사랑(biophilia)”이라 일컬은 자질, 다시 말해 생명 세계에 갖는 심미적 태도 또는 열렬한 애정과 더 많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무척추동물 분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왜 자기 인생을 달팽이나 조개 같은 특정 형태의 곤충에 바치는지 물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아름다워서’이다. 그들의 눈은 자기들이 고른 속과 아강(亞綱) 앞에서 반짝거린다. 외골격에 무지갯빛이 은은히 도는 검정 딱정벌레로 가득 찬 상자 속 거주자들은 “다소 크지만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고 기술될 것이다. 물론 이 딱정벌레들은 새끼손가락 끝마디 정도의 덩치다. ‘크다’는 표현은 상대적이다. 분류학자들은 작은 갯민숭달팽이가 꽉 차 있는 유리병에 둘러싸이면 달팽이들의 아름다움과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색깔, 형태, 행동 양식 등에 대해 쉴 새 없이 칭찬을 늘어놓을 것이다. 뉴욕시립대학의 열대환경학 교수로 재직하며 나무를 파먹는 우드보어링 딱정벌레에 대해 연구하는 에이미 베르코프는 미술을 전공하다 곤충학으로 넘어와 연구하고 있는데, 그런 선택을 한 이유로 “곤충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은 없거든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콧대 높기로 유명한 개미 전문가조차도 오랜 친구를 위해 아껴둔 애정을 희귀 개미의 라틴어 학명과 바꿀 것이다.

껴안고 싶은 귀여운 동물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쉽다. 조만간 우리는 최후의 마운틴고릴라가 사라진 세상에, 마지막 장수거북이 소멸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호랑이나 북극곰이 없는 지구는 참으로 슬픈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도래하고 있는 무척추동물의 멸종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손실을 직면하는 것과 같다. 수많은 종이 우리가 미처 그런 동물이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심지어 그런 사실이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멸한다. 종은 그저 이름도 아니고, 진화 계보의 한 점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추상적인 DNA 배열도 아니다. 종은 식물과 동물, 토양과 공기 사이에 수천 년간 셀 수 없이 벌어진 복잡한 상호작용을 암호화한다. 각각의 종은 그 안에 우리가 이제야 목도하기 시작한 행동 양식을, 실로 긴 세대에 걸쳐 연마된 화학적 비법을, 모방과 폭력, 모성과 폭발적 육욕으로 이루어진 세계 전체를 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멸하리라는 사실을 안다는 건 불타는 도서관을 바라보며 거기서 책 한 권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과 같다. 이러한 파괴 속에서 우리가 맡은 역할은 일종의 반달리즘이다. 종의 역사에 대해서도, 또한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비늘개미의 일종인 스트루미제니스 렐리퀴아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개미는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참으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 논의된 개미 중 하나다. 스트루미제니스는 포식자이고, 관목에서 자생하며, 무척 진기한 종이다. 이 개미를 발견한 사람은 1986년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소속의 필 워드(Phil Ward)다. 그가 이 희귀한 개미 종을 발견한 장소는 그의 사무실에서 몇 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2헥타르 넓이의 작은 숲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었다. 워드는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캘리포니아의 강들은 한때 홍수에 잘 견디는 강건한 상록 떡갈나무가 우거진 커다란 숲과 접하고 있었다. 지리학자들은 이 강기슭 숲이 최소 2000만 년 동안 이곳 지형의 특징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초기 정착민과 탐험가들이 남긴 자세한 기술을 통해 당시 지형의 모양이 어떠했을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들이 쓴 글에는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거위 떼, 강물을 가득 메운 연어, 떡갈나무 아래 백 마리 혹은 그 이상으로 모여 도토리를 먹고 있는 그리즐리 곰 이야기가 나온다.

오늘날, 이 숲들은 사라지고 없다. 워드가 욜로 카운티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작은 숲이 몇 군데 뜨문뜨문 흩어져 있을 따름이다. 나무들은 오래전에 베어 넘겨져 장작으로 쓰였고, 나무가 잘린 땅은 경작되어 토마토 농장과 아몬드 과수원이 들어서는 터로 바뀌었다. 연어, 거위, 그리즐리 곰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개미뿐이다. 오로지 개미만이 옛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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