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위협은 유럽의 안보를 강화할 기회가 되고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기를 꺼내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된다면, 그것은 보통 좋지 않은 징조이다. 이것은 10만 명의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태세를 갖춘 러시아의 외교관들이 북미와 유럽 외교 당사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자국 스스로 점점 더 서방의 일부라고 여기며, 유럽 안보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역할을 보여줘야 할 무대인 우크라이나의 미래다. 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계산 착오의 위험성 역시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월 10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첫 회담을 시작으로, 이틀 뒤에는 나토(NATO)-러시아 위원회(NRC)의 참석을 위해 브뤼셀로 이동하고, 1월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단지 예전에 소비에트 국가였던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나토의 확장을 거부한다. 미국은 더 이상 전술 핵무기나 중단거리 미사일로 동맹국들을 보호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는 사실상 나토가 동유럽에 병력을 배치하고 훈련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구소련 국가들과의 군사적 협력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너무 과도하며 유럽 안보에 위협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절당할 것을 예상한 최후통첩이자 우크라이나를 또 한 차례 침공할 핑계가 될 수 있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정말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라면, 그는 감행할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외교력을 동원한다면 그를 멈추고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오랜 갈등을 중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설령 대화가 실패하더라도 나토는 그들이 마주하는 위협에 대해서 더욱 강력하고, 더욱 단결하며, 더욱 명확한 세력으로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위기를 초래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실패하기를 원할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번성한다면, 서방의 가치관이 정교회를 따르는 슬라브족의 러시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토의 분열 및 약화를 획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 내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 지원을 받는 적을 만들어 내려 할 것이다. 새해 직전 인권 단체 메모리알(Мемориал)이 ‘외국 대행 기관(foreign agent)’이라는 날조된 혐의를 받아 해산된 것처럼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냉전 이후 러시아가 자유롭게 서명했던 안보 협약을 두고 후회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러시아가 전보다 더 강해진 반면, 미국은 쇠퇴하고 있으며 중국의 도전으로 집중력이 분산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러시아 세력권을 새롭게 강화했다는 자신의 공적을 남기기 위해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여건은 그에게 우호적이다. 공격하는 측이기 때문에 만약 교전이 벌어진다면 그 일정과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여느 나라들보다 그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서방은 그곳을 지켜내기 위해 병력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라크만큼이나 인구가 많다. 러시아 군대가 전투에서 그들을 격퇴해도 드넓은 영토를 점령하려면 어마어마한 대가가 따를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쪽 국경에 접해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의 진압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 탄압에 대한 그의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하는 다소 난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경우에 따라 그는 자신의 야망을 억제하고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도네츠크 주변에 있는 소수 민족 거주지를 점령하거나, 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였지만) 그가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연결되는 육로를 건설하는 데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도 상당히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문제는 그의 공격성이 나토가 결집하는 새로운 명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에 대한 그의 최후통첩은 그가 2021년 유럽의 가스 가격을 급등시켰던 사실과 결합해 크렘린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허를 찔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대규모로 집결한 병력 규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을 더욱 고무시켰다.
서방은 다음 주 회담에서 두 가지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에 심각한 경제 제재의 위협을 가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원조와 방어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서방은 비록 러시아가 나토 가입에 대한 공식 거부권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어느 곳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안심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의 안보를 강화한다는 두 번째의 목표도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장을 낮출 수 있다. 비록 러시아의 요구들 가운데 일부는 유럽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지만, 다른 요구 사항들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사일 전력 배치에 관해 합의하거나, 군사 훈련을 덜 위협적으로 진행한다는 신뢰 구축 조치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북극 문제에서부터 사이버 안보나 새로운 미사일 기술에 이르기까지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들은 얼마든지 있다. 협상이 질질 끌릴 수 있고 양측의 불신도 쉽게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논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유익한 토론의 장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회담이 진짜로 가능할 것인지가 아니다. 그것이 러시아의 관심사인 건 분명하다. 푸틴 대통령이 그것들을 진짜로 원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그는 러시아의 안보가 서방을 좀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일에 달려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서방과의 협상은 세계적인 지도자로서 그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다. 논의를 통해 군사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영역들을 제한하다 보면, 러시아가 서방의 결집된 자원에 맞서기 힘들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진짜 의중에 대해 심각하게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나토는 설령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그들이 회원국들을 방어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지역은 발트해 국가들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나토의 서구 강대국들은 동쪽 국가들에 더욱 많은 병력을 순환 배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러시아의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순환 배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비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 설령 우크라이나가 지금 당장 나토에 가입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러시아는 이미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게끔 자극하고 있다. 나토의 동맹국들은 그들의 가입을 언제든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러시아의 방식에 휘둘려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독자적으로 협상을 체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나라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비해야 하는 쪽은 나토다. 크림반도 침공 이후에도 나토는 동유럽 지역에 상비 전력을 투입하는 일을 망설여왔다. 진짜로 위협하는 쪽은 푸틴 대통령이다. 그가 총구를 겨누며 자신의 요구 사항을 선언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서방은 물론 불굴의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기를 더욱 강화해 그에 맞서 저항하도록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