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들 기업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며 우려하고 있는 각국 정부나 경쟁업체들 그리고 수십억 명의 고객들은 이러한 모든 움직임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중 한 가지의 우려는 이들 기업의 거대한 고객층과 인공지능(AI)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 풀에 대한 장악력이 그들에게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경쟁업체를 분쇄하기 위해 그런 우위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새로운 분야는 당분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현재 수많은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만든 포트나이트(Fortnite)는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확보하고 있으며, 로블록스(Roblox) 플랫폼에서는 4700만 명의 게이머들이 매달 30억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도 메타버스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긴 했지만, 게임 분야에서 그들의 시장 점유율은 겨우 10~15퍼센트 오르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이를 독점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이들은 테슬라, GM, 폭스바겐과 같은 회사들과 겨루어야 한다. 2021년에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조성한 벤처 자금은 6210억 달러로, 이는 대표 빅테크들이 투자한 금액을 훨씬 넘어선다. 그리고 일부 영역에서는 소셜미디어의 틱톡(TikTok)처럼 새로운 경쟁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렇게 조성된 새로운 지형을 중앙 집권화(centralised)된 플랫폼들이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판명될 수 있다. 현재 AI 분야의 지배적인 형태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래의 AI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사용자들이 소유권을 갖고 운영하는 탈중앙화(decentralised)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막연하게나마 웹3.0(Web3)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터페이스도 투박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름처럼 언제나 탈중앙화된 상태로 있지도 않다. 그러나 적어도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sed finance), 즉 디파이(DeFi)는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여건이 빅테크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닐지라도, 규제 당국은 미리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반독점 사안을 담당하는 최고위 공무원은 리나 칸(Lina Khan)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데, 그녀는 이 자리에 오르기 전인 2020년에 빅테크들이 인접 분야로 확장하는 걸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관련해 2023년이 끝나기 전까지 반독점과 관련한 몇몇 대형 소송들이 법원에 접수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유럽 연합(EU)은 조만간 빅테크를 사전(ex ante) 규제하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반독점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소송을 통해 기업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업들의 행동을 선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코노미스트》 팟캐스트인 〈머니 톡스(Money Talks)〉
[1]에 출연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지만, 좀 더 가벼운 수준의 규제가 최선의 정책이다. 기술 분야의 투자는 생산성 향상과 관련이 있으며, 빅테크들이 재투자하는 현금 흐름(cash flow) 비율은 1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반독점 규제 당국들은 미래의 기술이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환경에서 기업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거래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아직까지 별다른 위험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별로 빅테크들이 몰락했던 원인은 새로운 기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현재의 테크 공룡들이 그러한 운명을 피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막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