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프레임워크라는 희망
따라서 중국과 그 우방국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21세기의 국제 관계에 있어 무엇이 과연 최악의 난제인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도덕적이며 실질적인 의무이다. 즉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의 변화하는 권력관계 속에서 국제 사회가 지난 75년여간 이루어 낸 평화와 번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의 문제이다. 1945년 이래로 국제 관계를 지탱해 온 규칙에 기반한 국제 사회의 질서를 온전히 유지하면서 강대국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전략적 출구 또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찾아내야 한다.
레닌의 질문을 빌려와서 논의해 보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 단계로서 양측은 상대국이 자국의 행동을 어떻게 읽을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최소한 전략적인 언어, 행동, 외교적 신호가 양측의 정치 문화, 시스템,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될지에 관해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에 관해 전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노력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그다음은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의 공동 전략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매우 힘든 작업이겠지만, 다음의 세 가지 관련 과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
- 레드라인 탐색: 대만 문제와 같이 의도치 않게 넘어설 경우 군사적 긴장 고조를 초래할 수 있는 서로의 전략적 레드라인을 탐색하기 위한 원칙과 절차에 합의함.
- 전략적 경쟁 분야 확인: 전면적인 전략적 경쟁이 뉴 노멀로 받아들여지는 대외 정책, 경제 정책, 기술 개발 분야를 서로 확인함. (반도체 분야 등)
- 협력 분야 정의: 지속적인 전략적 협력이 인정되고 권장되는 분야를 정의함. (기후 위기 문제 등)
물론 이 중 어느 것도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양국 정상이 관계에 관해 전권을 위임한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나 현실 가능할 것이다. 또한 모든 합의가 그렇듯, 악마는 물론 디테일과 집행에 있다. 그러한 프레임워크는 신뢰를 통해 작동하지 않는다. 각국이 이미 준비한 정교한 국가 검증 시스템에 의해 작동할 것이다.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 소련과 정상회담에 임할 때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앞세웠던 소련 속담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핵심은 바로 ‘검증’이다.
이런 유형의 공동 전략 프레임워크로 위기, 갈등 또는 전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가능성은 감소시킬 것이다. 물론 프레임워크를 완전히 위반해서 상대방을 계획적이고 은밀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 다만 공동 프레임워크는 바다나 영공은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 우발적인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것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것을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어떤 합의된 공동 프레임워크라 할지라도 중국과 미국이 상대방에게 대항하여 전략을 세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재앙을 겪을 뻔했던 경험 이후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둘의 순탄치 않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분명히 오늘날 미국과 중국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경쟁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라는 구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 미래를 당연히 환영할 것이다. 크든 작든 각국이 자국의 온전한 영토, 정치적 주권, 번영의 길에 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국제 질서를 반길 것이다. 또한 개별 국가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거대하며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국제 시스템과 그에 따라 국제 사회가 안정을 찾게 되길 바랄 것이다. 미·중 관계의 미래는 이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