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자원봉사 단체를 운영하려면 인원의 지속적 충원이 필요할 터다. 인력 충원에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마케팅에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span)’라는 개념이 있다. 고객이 제공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헌도의 합계를 말한다. 자원봉사자의 생애 가치는 봉사자 개개인이 짊어지는 의무와 반비례하여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개개인에게 지워지는 의무가 늘면 늘수록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젠가 게임처럼 의무를 분산해야 한다. 블록 하나가 빠지더라도 무너지지 않게 말이다.
국제적인 헌혈 네트워크를 향해
전시 상황에서 블러드 에이전트가 더욱 집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전시 상황에서는 사람들에게 헌혈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에 함께하고 싶어하고, 헌혈은 그중 하나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는 우크라이나 군대를 위해 지혈제 등 전술 의료 장비를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헌혈만큼이나 지혈 역시 중요한 과제겠다. 전술 의료 장비는 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피를 막는 지혈제부터 기도를 확보하는 튜브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토니켓(tourniquet)이라고도 부르는 지혈대, 특수 붕대, 창상피복재 등이다. 창상피복재는 상처에 붙여 오염을 방지하고 체액 손실을 막는 의약품이다. 쉽게 말하면 습윤밴드(드레싱)다. 이런 의약품은 중요한 만큼 값이 나간다. 이러한 응급 처치 의료 도구를 지원하기 위해 ‘스톱 블리딩(Stop Bleeding)’이란 서브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급한 의료 도구는 우크라이나와 주변 유럽 국가에서는 거의 구할 수가 없다. 미국이나 거리가 먼 유럽 국가와 교류를 해야 했다. 전쟁 때문에 물류·배송에 있어 꽤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스톱 블리딩 프로젝트 덕분에 우크라이나 군대와 의료진에게 다양한 의약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 토니켓 – 1994개
- 창상피복재 – 1472개
- 지혈제 – 1043개
- 이스라엘산 특수 붕대 – 1828개
- 구급상자 – 24개
- 비인두기도기[1] – 79개
- 반창고, 가위 등 다양한 의료 도구 – 287개
전쟁이 길어지고 소강과 격화를 반복하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은 전쟁 초와 비교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당연하겠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우크라이나인들의 수입이 적어졌다. 또 대부분의 지원이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 군대에 닿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한 민간 자원봉사 단체는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전술 의료 도구들을 구매할 예산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지원은 늘 충분하지 않다. 혈액 기증자 외에 후원자들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혈 네트워크를 우크라이나 전 지역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이런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눈앞에 있는 전쟁이다. 지금의 과제를 먼저 해결한 후에 우크라이나를 넘어 국제적으로 헌혈 네트워크의 확장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