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은 자연환경과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생태계의 일정한 리듬 가운데에서 어느 하나라도 갑자기 요동치는 순간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아주 민감하게 감지한다. 특히 봄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빨리 찾아오면서 곤충들의 자연스러운 생태 주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에서는 나방과 나비들이 고치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10년 전에 비해 평균 6일 빨라졌으며,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곤충들의 활동을 촉발하는 봄 날씨 조건이 70년 전에 비해 20일이나 빨리 찾아온다. 대부분의 동식물은 봄이 찾아오며 조금씩 따뜻해지는 기온에 맞추어서 꽃을 피우고 번식을 하며, 곤충들의 알도 거기에 맞춰 부화한다. 그러나 봄의 시작 시기가 혼란스러워지면 섬세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호작용의 균형이 깨질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철새들이 따뜻해진 기온에 맞춰 이동 시기를 앞당겨도, 도착한 곳에는 아직 그들의 먹이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지난 반세기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살펴본 과학자들은 이제 진딧물들이 상승한 기온 때문에 예전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새들은 일주일 일찍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봄이 길어졌다고 해서 진딧물의 개체 수가 반드시 더 많아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더 일찍 나타나고 있다는 건 진딧물들이 더 어리고 더욱 연약한 식물들을 공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벌 전문가인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의 사이먼 포츠(Simon Potts)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이 더 일찍 따뜻해진다는 증거가 영국에 많습니다. 그래서 근래 모든 벌이 세상에 더 일찍 나오고 있죠. 하지만 꽃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낮의 길이까지 바뀌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꽃가루받이 곤충들과 식물들 사이에 이러한 어긋남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매우 민감하고 섬세한 먹이 사슬 전체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떤 곤충들에게는 따뜻해지는 영국의 날씨가 반가운 변화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보라색호박벌(violet carpenter bee)이나 꼽등이(camel cricket)와 같은 곤충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와 스스로 서식지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조흰뱀눈나비(marbled white)와 같은 영국의 일부 토종 나비들은 기후 변화 때문에 좀 더 서늘한 기후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개체 수 감소라는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야생 난초 같은 식물들도 북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기후 붕괴가 식물들의 특성 자체를 왜곡하면서 곤충들이 찾을 수 있는 먹이를 감소시킨다면, 이러한 적응 기술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식물들의 영양학적 가치가 감소하여 곤충들이 아연이나 나트륨과 같은 필수 영양소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먹이를 먹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캔자스의 대초원에 마련된 연구 부지에서는 메뚜기들의 개체 수가 매년 약 2퍼센트씩 줄고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살충제의 사용이나 서식지 유실과 같은 요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원인을 파악했다. 이러한 감소세의 원인은 바로 메뚜기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거치면서 겪는 굶주림이었다.
기후 붕괴가 단지 곤충들의 영양실조만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 붕괴는 식물들의 향기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먹이를 찾아 나선 꽃가루받이 곤충들은 꽃들의 색깔과 숫자는 물론이고 향기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벌들은 식물의 향기를 기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 식물이 무엇인지, 안에 꿀이 들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의 관목지에 있는 로즈마리가 풍기는 냄새 분자를 조사했는데, 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종류의 냄새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로즈마리에는 양봉(養蜂)[1]들이 접근하지 않았다. 기후 위기로 인해 더 많은 식물들이 가뭄과 치솟는 열기에 시달리게 되면, 곤충들은 단지 맛없는 먹이를 먹게 되는 것을 떠나 심지어 그런 식물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식물들이 겪는 이러한 변화는, 적어도 곤충들에게 있어서는 기후 붕괴의 가장 광범위한 증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