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 난민과 고령화 사회의 관계
전 세계 곳곳에서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어서는 날이 30년 전에 비해 이미 두 배로 늘어났다. 이 정도 열기는 인류에게 치명적이며, 건물이나 도로, 발전소 등에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 전역에서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현실에 인류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위험하고 가난한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리고 모두를 위해 회복력(resilience)이 더욱 뛰어난 지구촌을 건설해야 한다.
대규모의 인구가 이동해야 할 것이다. 단지 가장 가까운 도시로만이 아니라 대륙을 건너가야 할 수도 있다. 북위도에 위치한 나라들처럼 좀 더 괜찮은 여건의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수백만에 달하는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도 기후 위기라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급속하게 얼음이 녹고 있는 극지방 가까이에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은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르는 날들이 연중 몇 달씩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불길이 시베리아, 그린란드, 알래스카를 집어삼키며 북극 지역을 불태우고 있다. 영하 5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1월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빙하권의 이탄(peat)에서는 불길이 타오른다. 이러한 ‘좀비 불(zombie fire)’은 북극권 한계선과 그 주변 지하의 토탄층에서 연중 내내 타오르다 거대한 불길이 되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의 북방 수림대를 덮친다.
2019년에는 어마어마한 불길이 일어나 석 달 동안 타올랐다. 400만 헥타르(ha)가 넘는 시베리아의 타이가(taiga) 수림대를 파괴했고, 여기서 발생한 그을음과 잿더미로 휩싸인 구름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의 면적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여러 기후 모델의 예측에 따르면는 북방 수림대 및 북극권 툰드라(tundra)에서 발생하는 불길이 2100년에는 최대 네 배까지 늘어날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살고 있든, 이민이라는 현상은 당신과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방글라데시엔 물에 잠길 저지대의 해안가에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으며, 그곳은 점점 더 거주하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다. 2050년까지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1300만 명 이상의 방글라데시인이 이 나라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나라뿐만 아니라 부유한 국가들 역시 향후 수십 년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단지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인구 통계학적 구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증가할 예정이며 2060년대가 되면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인구의 대부분은 열대 지역에 있을 텐데, 이곳은 기후 참사로부터 최악의 타격을 받아 수많은 사람이 그곳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런데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적은 노동력이 대규모의 노년층을 지탱해야 하는 상부 과중(top-heavy) 형태의 인구 통계학적 위기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통상적인 은퇴 연령인 65세 이상의 인구가 이미 3억 명 이상이며, 2050년이 되면 이 지역에서는 20~64세의 노동인구 100명이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43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 따라서 독일의 뮌헨에서부터 미국의 버팔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시가 이민자들을 ‘유혹’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인적인 더위와 흉작으로 기존의 터전을 떠나 이민의 행렬에 동참할 것이다. 또한 직장의 이전 때문에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손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원래 지역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중산층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백만 명이 기후 위기로 인해 기존의 터전에서 떠났다. 2018년에는 120만 명의 사람들이 극한의 기후, 화재, 폭풍우, 홍수 등으로 인해 사는 곳을 옮겨야 했고, 2020년이 되자 그 수는 연간 170만 명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현재 평균 18일에 한 번꼴로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다.
[2]
미국 서부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가뭄을 경험하고 있으며 오리건주 클래머스 유역(Klamath Basin)의 농부들은 불법적으로라도 강제로 댐의 수문을 개방해 관개용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해 데스 밸리(Death Valley)에서부터 켄터키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과학자와 언론인이 함께 만든 비영리 단체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의 자료에 의하면, 2050년에는 미국 50만 개의 기존 가구가 매년 최소한 한 차례 이상 범람하는 지대 위에 놓일 것이라고 한다. 루이지애나의 아일 드 진 찰스(Isle de Jean Charles)라는 지역에는 해안선의 침식과 해수면의 상승 때문에 지역 사회 전체를 이주시키기 위한 용도로 이미 4800만 달러에 이르는 연방 세금이 할당돼 있다. 영국 웨일스의 페어본(Fairbourne)이라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면서 2045년에는 마을 전체가 ‘소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큰 바닷가 도시들도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예를 들어서 웨일스의 수도인 카디프(Cardiff)는 2050년이 되면 그중 3분의 2가 물속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UN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환경 문제로 이주하는 사람의 수는 최대 10억 명에 이를 것이며, 더 최근에는 2050년까지 12억 명, 2060년까지 14억 명이 이주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가 더욱 뜨거워지고, 2060년대 중반에 전 세계의 인구가 예측대로 정점에 도달한다면 2050년 이후에는 환경 난민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세계란 어떤 모습일까?’ 인류에게 제기된 질문이다. 우리는 식량 공급과 연료 조달, 그리고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대기 중 탄소를 줄여야 한다. 더 적은 수의 도시에서 더 과밀한 상태로 살아야 하며 전력 부족이나 위생 문제, 과열, 공해, 감염병 등 인구의 밀집과 연관된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특정 대지에 속해 있고, 우리가 그걸 소유하고 있다는 관념을 극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극지 근처의 새로운 도시에 살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다양해진 사회에 동화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한번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약 10억 명의 인구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살아온 지역의 외부로 밀려날 것이다. 다가오는 격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끔찍한 상태가 되기 전에 대처할 시간은 점점 줄고 있다.
이주는 사회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해결책이다. 이와 같은 전 지구적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고 이주 상황에서 인류가 서로를 얼마나 인도적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세기의 격변이 원활하게 흘러갈지 혹은 과격한 충돌과 불필요한 죽음으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다. 올바르게 대처한다면 이 격변은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인류의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주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