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도덕론자인가? 논비건은 비윤리적인가?
비건이든 논비건이든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비건이란 글자를 찾아볼 수 있다. 비건은 고기, 우유, 계란 등의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나아가 비건은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모든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비거니즘은 식생활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다.
익숙한 단어지만 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식탁에 들여 오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명절 식탁은 갈비찜, 산적, 고기가 가득 든 잡채 등으로 채워진다. 함께 하는 명절, 누군가는 식탁 앞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논비건과 추석을 보내는 비건을 만났다. 건강을 위해서,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서, 고통받는 동물을 위해서, 느끼는 모든 생명을 위해서… 저마다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는 달랐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돌고 돌아 ‘같이 사는 삶’에 닿았다. 비건 지향은 식탁 앞에서 부리는 유난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비건과 논비건 모두 행복한 명절은 가능할까? 우리가 ‘같이’라는 가치를 지지한다면, 같이 사는 삶을 지향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만 만나도 굉장히 반갑다. 비건 지향도 같은 거라 생각한다. 여러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끝나고 식사를 할 때가 있다. 채식 위주로 차려진 식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 게 감동이란 걸 깨닫고 한다. _임세미
비거니즘은 다양한 문제와 연결된다. 식탁에 올라온 육류가 어떻게 생산되고 그걸 생산하는 데 물과 곡물은 얼마나 드는지, 동물이 자라는 환경은 어떤지만 취재해도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수입 육류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탄소는 얼마나 나오는지도 알아 볼 수 있다. 축산업 종사자의 트라우마는 또 노동 이슈로 연결된다. 식량은 경제, 안보의 문제기도 하다. 비거니즘은 이 모든 문제를 생각하자는 뜻이다. _워니
멜라니 조이의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를 읽었다. 비건과 논비건이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사람과 사람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철학이나 신념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관계도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인간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사랑으로 대하자. 다 같이 행복하자. _유현정
연기도 가치관도 나의 선택이고 내가 사는 방식이다. 연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은 일로 생각하라지만, 결국 내가 표현하는 모든 건 내 안에서 나온다. 지향하는 가치를 지향하며 살고 싶다. _손수현
누군가를 해하지 않고 사는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모든 소수자성을 얘기할 수 있는 감수성이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가치관 안에 담겨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결국 동물권까지 닿는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연결고리가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사는 동안 최대한 누군가를 해하지 않고 살고 싶다. _신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