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랩스, NFT 파워하우스
1화

프롤로그 ; 1년 만에 신화가 된 이름

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Yuga Labs)’는 이제 막 설립 1년 차를 맞았다.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의 PFP(Profile Pictures・프로필 사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프로젝트인 ‘BAYC(Bored Ape Yacht Club・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PFP NFT로 만들어냈다. 유가랩스는 현재 BAYC를 넘어 차세대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을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책은 유가랩스의 성장에서 결정적이었던 순간을 분석하고 그들의 미래 계획을 들여다본다.

BAYC는 2022년 초, 가장 값비싼 PFP NFT 컬렉션이 되었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 2022년 7월 3일 기준 BAYC 매물의 최저 가격은 90.5ETH(Ethereum Unit・이더리움 단위)이며, 이는 최근 암호 화폐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1억 3000만 원[1]에 이른다. 야심차게 시작하는 대다수의 프로젝트들이 최저 가격으로 1ETH 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잊힌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같은 날까지 BAYC의 누적 거래량은 62만 6989.57ETH였으며, 이는 8900억 원이다. 이 글을 쓰기 불과 몇 주 전 이더리움 가격이 더 높았을 때를 기준으로 추산한다면 1조 원은 가뿐히 넘길 것이다. 또한 유가랩스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으로 BAYC의 누적 거래량은 오픈씨 전체 누적 거래량의 10퍼센트를 차지했다. 유가랩스는 어떻게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NFT를 만들 수 있었을까? BAYC는 다른 PFP NFT 프로젝트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암호 화폐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유서 깊은 예술품 경매 시장에서도 발견된다. 2021년 9월 9일에는 세계 양대 경매 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Sotheby’s)’가 101개의 BAYC를 경매에 부쳤는데, 총 낙찰 금액은 310억 원이었다. 같은 달 17일에는 다른 하나의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도 네 개의 BAYC를 경매에 부쳤으며, 총 낙찰 금액은 36억 원에 달했다. 고작 원숭이 캐릭터 이미지를 담은, 보다 정확히는 그 이미지 파일이 저장된 주소[2]를 담은 이 NFT들이 개당 평균 낙찰 금액이 3억에서 9억 원에 이를 만큼의 가치를 지닌 예술품일까? 혹시 거품은 아닐까? 2022년 5월 21일 SBS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피카소와 NFT-신화인가 버블인가〉라는 제목으로 NFT 열풍과 그 이면의 문제점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BAYC는 신화인가 버블인가. 아직 이 원숭이 캐릭터 이미지를 본 적이 없다면 이쯤에서 어떤 그림인지 상당히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참아주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BAYC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유가랩스는 매년 세계 최대 NFT 컨퍼런스인 ‘NFT.NYC’ 기간에 맞추어 BAYC 커뮤니티를 위한 이벤트인 ‘APE FES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미국 뉴욕의 관광용 부두인 ‘피어 17(Pier 17)’에서 APE FEST 2022를 개최했다. 그곳은 한 마디로 성인용 테마파크 같았다. 유가랩스는 피어 17을 BAYC 월드로 만들었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NFT 컬렉터(Collector・수집가)들은 디즈니월드에 방문한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어쩌면 PFP NFT 사업의 본질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아닐까? 왜 이들은 BAYC에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걸까?
APE FEST 2022
이 책은 BAYC를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답한다. NFT 및 웹3.0 시장[4]의 특징 중 하나는 적극적인 소통이다. 이 시장에서 각각의 프로젝트들은 트위터나 디스코드 등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운영과 관련한 세부 정보를 커뮤니티에게 공개하고 그들과 교류한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도 이러한 정보에 기반을 둔다. 여기에 필자의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정리한 내용과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더했다.

앞선 SBS의 보도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NFT는 주로 투기 수단으로만 묘사된다. 하지만 모든 NFT 투자자가 투기 목적으로만 NFT를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랩스와 BAYC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 계획을 확인해보면 NFT 컬렉터들이 어떤 이유에서 NFT를 구입하는지 살필 수 있다. 덧붙여 NFT와 같은 신기술의 등장은 기존에 없던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실 NFT 시장을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자료는 앞서 언급했던 각 플레이어의 트위터와 디스코드일 것이다. 그곳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내용이 쌓여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에 입문하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소통 수단에 숙달하는 일조차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유가랩스와 주요 PFP NFT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 책의 분석이 해당 사업의 전체상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자신을 NFT ‘디젠(Degen)’이라 여기는 독자라면 이 책을 여기서 덮기를 추천한다. 자신이 디젠은 아닌 것 같다거나 디젠의 의미를 모른다면 계속 읽기를 권한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살아 숨 쉬는 NFT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사항
  • 일부 독자는 프롤로그부터 생소한 용어가 많아 어려운 책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술할 내용에서 BAYC와 NFT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 한편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내용은 최대한 배제했으므로 부담 갖지 않고 읽어 나가길 바란다.
  • 본문에서 이더리움과 원화 간 전환은 각 시점의 환율을 기준으로 삼았다.
  • 특금법(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비트코인 등에 가상 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암호 화폐를 사용한다.
  • BAY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요트 클럽 앞에서 반려견과 한적하게 낚시를 즐기는 원숭이의 영상과 함께 로파이 힙합(lo-fi hiphop)을 제공한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 이 채널을 켜 두곤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래를 틀어 두고 BAYC 유니버스에 흠뻑 빠져 보길 추천한다.
[1]
2022년 7월 3일 환율 기준 1ETH = 140만 원.
[2]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디지털 아트의 등기 권리증 같은 개념이므로, 경매에 걸린 그림 그 자체보다 그 NFT의 원본이 있는 주소가 더 중요하다.
[3]
웹2.0은 우리에게 친숙한 지금의 웹을 말한다. 웹3.0은 웹2.0의 차세대로서 탈중앙화와 개방성이라는 특성을 지니며 더 큰 유용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웹3.0에서는 플랫폼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작물을 소유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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