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NFT는 어떤 문제일까? 누군가에게 NFT는 투기 수단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거품 낀 신기루다. 누군가는 NFT를 바라보며 새로운 시대의 초입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수식어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NFT는 어쩌면 정의되기 전에 납작해졌다. 끊임없는 증명을 요구받는 NFT 시장에서 당당히 그 가치를 입증한 프로젝트가 있다. PFP NFT의 대표주자 BAYC다. 등장 이후 시장을 장악하기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BAYC의 멤버들은 셀럽과 함께 선상 파티를 즐기며 신기루를 현실화하고 있다.
유가랩스는 NFT를 소유하는 것만이 그 가치의 전부가 아님을, 가상의 것을 믿고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가 존재한다는 걸 드러냈다. BAYC가 만든 것은 원숭이 얼굴의 유저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거대한 유람선이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입장 티켓만 제시한다면 유람선에는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결국 BAYC의 핵심은 하나뿐인 원숭이 프로필이 아니었다.
BAYC가 팔았던 것은 BAYC 커뮤니티에 입장할 수 있는 골든 티켓이었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 꿈의 공간이었던 것과 비슷했다. 셀럽들은 BAYC의 프로필 사진을 사랑했고, 매년 그들을 위한 축제가 열렸다. 구매자들은 원숭이 캐릭터를 이용해 레스토랑을 열고 2차 콘텐츠를 만들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작은 요트를 띄우며 중앙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세계를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유가랩스 신화의 열쇠는 구매자의 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속과 연결을 의미하는 새끼손가락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약속과 믿음으로 유지되는 화폐처럼, BAYC역시 서로의 힘을 믿고 연결을 약속하는 이들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었다. 화폐가 종잇조각에 덧붙은 믿음이라는 점에서 BAYC의 전략은 화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호 화폐는 웹3.0의 시대에서 중앙집권적인 화폐의 믿음을 대체하는, 일종의 대안 믿음이다. 그렇다면 NFT는 중앙집권적인 소유의 의미를 바꿀 대안 개념일 수 있다. 사람들은 항상 대안적인 세계를 원했다. 그 시도는 활자로, 회화로, 영화로, 전 세계의 웹 사이트를 오가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터넷망으로 드러났다. 지금 우리가 마주칠 새로운 세계는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웹3.0이다. 이 시대를 똑똑하게 준비하고,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바둑에서 이미 끝난 판국은 다음 대국을 준비하기에 가장 좋은 참고서다. 어쩌면 유가랩스라는 판국을 복기하는 일이 NFT의 모습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일일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히 새로운 시도는 없다. 과거의 문법을 반복하고, 요소를 덧붙이며 시도는 공식으로, 또 다른 문법으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BAYC가 1년간 이뤄낸 성취는 NFT가 선택할 길에 하나의 나침판이 될 수 있다. NFT의 미래를 준비할 때 BAYC를 하나의 전략 창고이자 한 권의 안내서로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김혜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