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조 조정의 시대
완결

가족 구조 조정의 시대

위험한 가족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 급증의 최대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계된다. 언론 보도에서 특히 부각되는 것은 ‘가족 동반 자살’이다.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가장은 어린 자녀들을 남겨 두고 혼자만 세상을 뜨는 것을 극도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위로 여기고 동반 자살을 택한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이 행위가 한국과 일본에서는 ‘가족 동반 자살’로 인식되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타인에 대한 ‘살인’의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산업화·도시화가 포화 상태로 진행된 한국과 일본의 독립된 핵가족 체계하에서는 부모의 위기가 곧 자녀의 위기로 간주된다. 중국의 경우, 부모 외에 친족과 사회의 지원이 어느 정도 작동한다는 현실적인 조건이 반영된 것이다.[1]

한국은 노인 자살률 역시 세계 최고다.[2] 심각한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는 많은 노인들이 자녀에게 부양과 간병의 부담을 주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 혹은 부양과 간병을 거부하는 자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노인 빈곤율과 유병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사회 보장 체계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곤궁으로 발생하는 도덕주의적 자살과 가족 살해의 결정적인 요인은 한국인들의 강력한 가족적 연대다. 한국인들이 역사적으로 헌신적인 가족 부양과 지원을 규범으로 삼아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만든 핵심 원인은 다양한 사회 보장적 수요와 요구를 가족의 의무로만 규정해 온 국가의 ‘가족자유주의(familial liberalism)’ 정책 노선이다. 경제 개발에 집착해 온 개발주의 정부들은 사회 보장 체계를 마련하는 대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상호 보호와 지원을 의무화해 왔다. 사회 정책(social policy)을, 나아가 아예 사회권(social citizenship)을 사적 의무로 재설정해 온 것이다.[3] 심지어 국가가 나서서 시민들이 가족 보호와 부양에 관한 전통적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정치적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4] 시민들 역시 사회 복지에 관해 국가가 문화적으로 설정한 보수주의에 뚜렷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극단적 빈궁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도덕주의적 자살과 가족 살해로 대응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사회 복지에 관한 가족적 의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사생활에서 가족의 편안한 삶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한국 가족들은 삶의 가치와 자원 할당에 있어 개발주의 목표를 우선시한다. 그들을 다스리는 개발 국가(developmental state)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극히 공격적인 가족적 개입과 투자가 교육, 주택, 금융, 생산·경영 활동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부동산 투자, 가족 간 지원과 자금 융통, 재벌, 가족 단위의 자영 서비스업, 가족농 등이 대표적이다.

개별 가족들은 국가가 명시적으로 독려하거나 체계적으로 유도하지 않아도 개발 국가의 선(先)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산업 사회에서 최고 수준인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자녀의 교육 비용 부담과 관련이 있다.[5] 대다수 대학이 고액의 등록금을 요구하는 사립 대학임에도 한국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그 이면에는 노후 생활비를 자녀 교육에 소진한 노부모들의 빈곤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절박한 젊은 부모가 어린 자녀의 목숨을 먼저 끊으려 드는 것은 부모의 지원이 없을 때 자녀의 경제적, 사회적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개발적 지위(developmental status)의 불안에 대한 대응이다.

희망제작소의 ‘2017 시민 희망 지수’ 전국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3.1퍼센트가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을 꼽았다. 전년도의 41.1퍼센트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특히 20~30대의 경우는 해당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나, 이들 세대에 깊이 박혀 있는 무기력과 불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무기력과 불만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기회가 제한된 데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경제력과 인맥이 부족한 부모를 둔 청년의 계층적 좌절감이 뒤얽힌 것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비율은 전체의 31.5퍼센트로, 전년도의 37.7퍼센트보다 낮았다.[6] 이러한 대중적 사고와 행태, 그리고 이를 당연시하거나 심지어 필수화하는 사회적 환경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정책의 성격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한국인들의 물질적·사회적 실생활 세계에서 자유와 책임의 가장 기본적 단위로서 작용해 온 것은 개인보다는 가족이었다.[7] 부양과 보호, 교육, 주택, 금융, 고용, 심지어 생산 및 경영 활동에서도 가족은 제도적 중심을 이룬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인 중심적 자유주의보다는 가족 중심적 자유주의, 즉 가족자유주의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서구의 대다수 자유주의 및 사회민주주의 체제들은 교육, 주거, 부양, 고용, 금융 등을 실현하는 데 있어 공통적으로 국가-시장-개인 사이의 제도적 삼각관계를 중요시한다.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삼각관계에서 시장과 국가 중 무엇을 중요시하느냐다. 서구 민주주의 산업 사회들은 이념적 지형과 현실적 정책 노선에 있어서 빈번한 내부 대립과 변화를 겪었지만, 개인을 제도의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서구 산업 사회에서 정치 체제 및 사회 질서의 가장 본원적인 존재 단위는 개인이다.

그러나 이는 서구 바깥에서는 그다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다. 대중의 사회적 행태 및 국가의 현실적 정책 노선으로서의 가족자유주의는 수많은 비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찰되어 왔다. 또한 대다수 탈사회주의 사회들은 시민들에게 일과 복지를 가족적 자조(自助, self-help)를 통해 관리하고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체제 전환 정책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족자유주의적 성격을 강화한다.[8]

최근에는 탈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서구의 전형적인 개인자유주의 사회에서도 가족자유주의적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미국은 중산층과 빈곤층의 일, 주거, 교육, 부양 및 보호 문제를 가족 간 의존과 지원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9]

가족자유주의는 사회 재생산에, 그리고 사회 재생산과 경제 생산의 관계에 특수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 재생산은 가족, 기업, 사회 공동체, 국가 등이 존속하기 위한 구성원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자유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이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기본 단위이고, 가족은 사회 재생산을 집단적 과업으로 설정하고 수행한다. 반면, 가족자유주의에서는 가족이 경제 생산과 사회 재생산 모두의 기본 단위다.[10] 가족은 아래로는 개인에 대해, 위로는 국가와 시장 경제에 대해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합적 행위체’(corporate actor)로서 존재한다. 개인은 가족을 매개로 국가나 시장 경제와 관계를 맺는다.

한국에서 개인이 아닌 가족이 사회 재생산과 경제 생산의 기본 단위가 되는 현상을 문화적 차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가족자유주의는 반드시 지속적인 문화 전통이나 명시적이고 체계적인 이념에 의해 지탱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상황적으로 발생하거나 유도되어 왔다. 식민 지배, 전쟁, 대중 갈취적 독재 등 사회·정치적 파국, 동아시아에서 실행된 자본(기업) 편중적 경제 개발 전략, 최근 한국과 미국이 경험한 것과 같은 국가적 경제 위기, 러시아 및 동유럽에서와 같은 총체적 경제·사회 체계 교란 등의 만성적인 비상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절박한 생존 노력, 혹은 성공 전략으로 가족 중심적인 삶을 추구한다. 국가나 주류 정치·경제 세력은 가족 중심적 삶을 전제로 위기관리 및 자본 축적에 나선다. 가족자유주의가 일종의 실행적 체제 원리(practical systemic principle)로 기능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물질적·사회적 삶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 규칙과 자원이 사라지고, 차별이 심해지면서 일반 시민들은 눈앞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가족적 관계와 자원에 매달린다. 나아가 그것을 전제로 한 사회 질서와 정책 체계가 생긴다. 효과적으로 구축된 시장 경제나 사회적 책임에 기초한 국가가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 경제적 주체로서 혹은 정치적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지위는 극히 불완전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가족자유주의적 현실이나 체제에 문화적 전통이나 종교 이념이 작동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족자유주의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전통이나 이념은 여러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적응 행위와 국가 정책을 정당화하는 자원으로서 편리하게 활용된 측면이 크다.[11] 이른바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입장이 여러 방식으로 재설정되어 온 한국의 근대화와 개발 과정에서, 문화·종교적 전통으로서의 가족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엘리트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보편적이었다. 가족자유주의의 부담을 전통이나 이념에 기대어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12] 결국 한국에서 가족자유주의는 문화·종교적 유산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아예 형식과 내용을 재발명하여 이념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정부 정책, 국가 법률, 민간 관행을 통해 사회적으로 체계화되어 왔다. 가족자유주의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제도화된 자산이 된다. 서구에서 개인자유주의가 국가 법률, 정부 정책, 시장 규칙, 사적 생활 규범 등을 통해 제도화된 자산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서구의 맥락에서 ‘제도화된 개인주의’(institutionalized individualism)[13]를 지적했다면, 한국 사회에는 ‘제도화된 가족주의’가 작동한다. 가족자유주의는 시스템이 되었다. 모든 경제·사회 영역은 시민들이 가족 중심적 삶을 살도록 체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14]

 

개발 국가가 가족에게 떠넘긴 것


사람들이 생활 능력을 갖추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고, 본인이나 자녀의 사회 참여와 직업 활동 능력을 배양하며, 배우자나 부모를 부양하고 수발하는 일련의 활동은 가족을 매개로 한 사회 재생산 활동이다.[15] 이를 통해 가족, 기업, 사회 공동체, 경제, 국가 등은 구성원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다.[16] 인구의 증감, 노동력의 양적·질적 변화, 공동체 구성원의 충원 등은 이러한 사회 재생산 활동의 집합적인 결과다. 기업이나 국가 경제가 원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재생산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의 사회 체제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은 이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사례다.

서구 초기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의 자유주의 정책 기조하에서 노동 계급의 사회 재생산이 사회 정책의 관심 대상이 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쟁이 필요했다. 사회학자 동즐로(Donzelot)는 일종의 ‘사회 재생산 가족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 사회 체계가 이념적으로 자리 잡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점차 체계화되었던 과정을 논의했다.[17]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을 내세운 사회주의 국가들은 사회 재생산을 별도의 정치나 정책 영역으로 보기보다는 생산 체제에 복속시켰다. 인민이 생산에 평등하게 참여하면 사회 재생산이 자동적으로 실현되도록 생산 체제를 조직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북서유럽 복지 국가들은 생산 체제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유지하는 대신, 사회 재생산 영역을 공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에 주력했다. 사회 재생산 전반의 사회적 보장과 관리를 개인별 사회권(social rights)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추진했다. 이런 점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 재생산의 사회화 혹은 탈가족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18] 반면 중유럽 국가들은 사회 보장 체계를 가장의 생산 활동, 즉 노동에 연계시켰다. 이를 통해 가부장적인 가족을 매개로 사회 재생산의 제반 조건들을 안정화시켜 나갔다. 남유럽 국가들은 가족에 의존한 사회 재생산 체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19]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후발 자본주의 사회들은 대체로 제도적으로는 불완전하나마 중유럽의 보수주의 모형을, 실질적으로는 미국식 자유주의 모형을 따라 사회 재생산을 관리해 왔다. 또한 이념적으로는 각자의 토착적 가족 이념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개괄적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 등과 함께 사회 재생산에 있어 일종의 동아시아 모형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 재생산 위기는 특수하다. 가족자유주의가 사회 재생산과 경제 생산의 관계에 매우 특수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개발 자본주의 질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유주의는 한국 등에서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추진하면서 등장한 개발 국가(developmental state)가 사회 정책 영역에서 드러낸 독특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다. 개발 국가는 산업과 기업에 대해서는 개입주의적이었다. 여기에는 권리 주체가 아닌 생산 요소로서의 노동 인구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포함된다. 반면 사회 복지, 보건, 교육, 문화, 환경 등 시민의 생활 여건을 다루는 사회 정책 일반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방임하고, 동원하고 통제하며, 경제에 부속시켜 왔다.

특히 개발자유주의는 사회권을 가족주의적으로 재설정했다. 헌법에도 명기되어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보편주의적인 사회 보장 원칙에 의해 구체화되지 못했다. 개발 국가는 안정적 고용을 통한 소득 확보와 사회 보장이 불가능하거나 실패한 집단들에 대한 부양과 보호 의무를 가족에게 전가했다. 노인, 아동, 청소년, 비혼모, 장애인 등에 대해 핵가족을 넘어 확대(직계) 가족에까지 부양 및 보호 의무를 강제한 것이다. 이처럼 개발 국가는 가족을 통해 정치적 책임과 재정적 부담을 면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 과정에서 특히 서민 가정의 중년 여성들은 임금 노동, 보호 노동, 일상 가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극한적인 생활을 했다.

개발자유주의는 사회 재생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 재생산과 관련한 개발자유주의의 속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관찰된다.[20] 첫째, 개발 국가는 경제 성장을 단기간에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생산에 최대한 투입하려 한다. 시간을 포함해 사회 재생산에 필요한 인간 생활의 모든 요소를 경제적 가치 생산에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담론은 이런 현상에 대한 청년층의 비판이자 대항이다. 둘째, 개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부문에 대해서는 사회 재생산의 필요성을 인지하지조차 않는다. 특정 산업의 성장 극대화에 모든 공적 자원은 물론, 사적 자원의 투입까지 유도하는 것이다.[21] 셋째, 사회 재생산의 책임과 비용을 최대한 노동자 혹은 그 가족에게 전가하고, 대신 필요에 따라 금융적 지원을 한다.[22] 넷째, 주택이나 의료, 교육 부문에서 드러나듯이 사회 재생산에 필수적인 사회 재생산재(social reproduction goods)가 실질적으로 시장 상품이 되는 것을 방조하거나 용인한다.[23] 다섯째, 사회 재생산의 내용이 경제 개발 전략에 부합되도록 인위적으로 유도하거나 조작한다. 교육 부문이 대표적이다.[24] 이러한 특징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개발자유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에 있어 생산 극대화를 위한 재생산의 종속, 희생, 왜곡, 변형을 구조화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재생산에 대한 국가의 소극적인 대처는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족 관계에 심각한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25] 특히, 가족들 사이의 사회·경제적 자원의 격차는 사회 재생산 실현의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경쟁에서의 불평등이 증폭된다. 그러나 가족자유주의자로서의 대다수 한국인들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 수반된 전반적 소득 향상에 힘입어 각자 가족의 책임이 된 사회 재생산에 충실했다. 나아가 국가의 개발주의에 저항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가족 관계와 가정생활을 개발주의적으로 영위함으로써 보수적 정치 경제 질서에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시민들이 개발자유주의 국가에 의한 경제 생산-사회 재생산 관계의 불균형과 왜곡을 오히려 확대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한국 사회의 자녀에 대한 교육 투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녀나 형제의 경제 활동을 위한 금전 지원도 보편화되어 있다(심지어 금융 기관에서조차 연대 보증 제도를 통해 이를 강요했다). 농업과 같은 사양 부문에서는 미련 없이 발을 빼는 대신 자녀나 형제의 교육·훈련에 투자해 새로운 유망 산업 진출을 꾀한다. 주택과 같은 사회 재생산재의 희소성에 편승한 투기 소득 획득에 나서는 행태도 보편화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사회 재생산재에 대한 투기 행위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엘리트층의 편법·탈법 행위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게 된다. 국가의 고위 임명직 등용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수많은 인사들이 낙마하는 사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노후 생활 대비와 같은 사회 재생산의 장기적 안정화에 대해서는 소홀해, 노인 인구의 절대 빈곤이 보편화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개인들은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가족 관계 유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생업이나 학업에 집중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만성적으로 훼손되기도 한다. 개발자유주의 국가와 가족자유주의 시민들이 결과적으로 연합해서 도박성이 농후한 사회 재생산 체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가족이 국가처럼 개발주의 자체에 본원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에 기초한 행위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들은 적어도 그러한 거시적인 체제 질서를 전폭적으로 내면화하고, 기회 구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개별적 삶을 적응시켜 감으로써 결과적으로 개발주의 체제 질서의 기초 단위로 작용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개발 국가에 대응한 ‘개발 가족(developmental family)’의 존재를 한국인들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가와 가족의 이러한 개발주의적 연합은 이미 개발자유주의하에 조성된 산업 생산과 사회 재생산 관계의 종속성·위계성을 가족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26] 이는 경제 위기, 탈산업화,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과 맞물려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의 치명적인 사회 재생산 위기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회 재생산 위기는 초저출산 추세 등에 따른 이른바 ‘인구 절벽’ 가능성으로 회자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농민·노동자 계급의 인적 충원이 불가능해지는 일종의 ‘계급 절벽’ 가능성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계급 절벽은 실제 농업과 여러 영세 산업에서의 고질적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이미 표출되고 있다.[27] 사회 재생산이 개발자유주의에 종속되면서 개발적 지위가 낮은 시민들의 결혼과 출산, 양육, 가족 부양이 어려워진 결과다.

 

가족을 구조 조정하는 사람들


가족이 경제 발전과 사회 근대화의 중심이었던 한국에서, 모든 시민에게 가족 형성은 사회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사안이다. 혼인은 당사자들과 양가 부모를 넘어 국가, 사회, 경제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 계약이다. 교육, 주택, 금융, 고용, 보호와 부양에 있어 가족의 주도적 역할을 전제로 작동한다. 사회 체계의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다양한 활동들의 실현을 위해 가족 관계는 갖가지 사회․정치적 압력을 개인에게 전달하는 도덕화된 통로(moralized conduit)가 된다. 배우자, 부모, 며느리·사위로서 기혼자는 국가, 사회, 시장 경제의 작동을 위해 가족화된 다양한 의무와 기능들을 수행해 나간다.[28] 이를 위해 가족은 강력한 물적 기초와 복잡한 내부 질서를 가진 ‘복합 조직(complex organization)’으로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다수 도시 가족은 장기간 안정적인 직장에 나가는 충실한 남성 생계 부양자(male breadwinner)와 배우자, 자녀, 시부모, 더러는 친정 부모까지 보살피는 평생 서비스를 수행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가계 소득 보충을 위한 일자리도 가져야 하는 헌신적 주부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경제의 위기 대응용 구조 조정은 안정된 장기 일자리들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했고, 결국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남성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금융 위기 동안 해고되거나 대기 상태에 놓였던 노동자들 중 일부가 원래의 직장과 지위로 복귀했지만, 노동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인 청년 대다수는 안정된 산업이나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에 처했다.[29] 반면 교육, 주거, 금융, 고용, 보호․부양상의 가족화된 의무와 기능들은 그대로다.

오히려 주요 산업들의 정규직 고용 규모가 감소하면서 가족의 의무와 기능은 더욱 필요해졌다. 한국이 따라간 독일 등의 보수적 사회 보장 체계는 정규직 고용에 제도적으로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용 위기가 곧 사회 보장의 교란으로 이어지고, 가족의 자기 복지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30] 기혼 여성들에게는 보완적·대체적 소득을 획득해야 하는 책임이 급속도로 커졌다.[31] 취업한 기혼 여성이 가정에서도 가사 노동이라는 ‘2차 근무(second shift)’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되었음에도, 한국 남편들의 가사에 대한 만성적 비협조에는 어떤 유의미한 변화도 없었다.[32] 갈수록 많은 미혼 여성에게 결혼은 모순적인 결합을 의미하게 되었다. 불안정하게 고용되었으면서도 가사 참여에 소극적인 남편, 본인이 만들 가족뿐 아니라 국가, 사회, 경제를 위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헌신을 요구하는 가족화된 의무와 기능들, 그리고 세계 최고 강도를 자랑하는 한국적 직장 생활의 결합이다.

한국인들에게 가족 관계는 가족자유주의 정치 경제와 사회 정책 체계에서 야기되는 사회적 위험들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다. 딜레마에 직면한 한국인들은 가족 관계의 유효한 범위, 강도, 기간을 조심스럽게, 더러는 절박하게 조절하고 관리함으로써 대응해 왔다. 인구 통계는 이혼과 별거, 결혼 연기나 기피, 출산 축소나 포기 등의 추세가 모두 유례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33]

억압적이었지만 사회 포섭적이기도 했던 개발 국가(socially inclusionary developmental state), 남성 중심적 산업 조직뿐 아니라 가족 및 사회에서도 종속적인 지위를 감내해 왔던 여성들도 지금까지의 사회적 특성들을 버려 나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남성들 못지않게 교육 수준이 높고, 성 중립적인 부모의 지원하에 민주적으로 사회화되었으며, 점차 세계화되고 서비스화되는 경제에 적합한 주체가 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갈수록 동년배 여성들이 가족자유주의 체계하에서 보완적 성격의 동반자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경쟁자가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34]

결혼 기피, 초저출산 등의 인구 붕괴 조짐은 가족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한국인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족 관계의 유효한 범위, 강도, 기간을 실용적으로 재편하려는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노력이다. 가족자유주의적인 개인과 가족들이 사회 재생산에 관해 일종의 구조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피로 사회


초저출산을 비롯한 사회 재생산 체계의 위기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의 모든 동아시아 산업국들도 비슷한 인구 현상에 직면해 있고, 이를 위기로 받아들인다. 비슷한 수준의 저출산 추세를 보이는 국가들이 더 있는데, 남유럽 자본주의국들과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기의 러시아 및 동유럽 국가들이다. 해당 나라들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특성에 관한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들과 동아시아 산업국들은 정치 경제와 사회 정책 측면에서 세 유형의 가족자유주의 국가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세 지역의 초저출산은 비록 서로 상이한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체제적, 상황적 조건에 의해 초래되었다.[35]

한국과 동아시아 자본주의 산업국들은 정치적, 경제적, 인구적으로 유사한 점을 지닌다. 복지, 교육, 주거, 금융, 고용 등에 있어 가족이 현실적으로, 제도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공통된 문화 전통을 공유해서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각 사회에서 개발 국가, 국가에 의해 지원되는 산업들, 그리고 개발주의를 내면화한 가족들이 벌여 온 복잡한 상호 작용이 상황적으로 유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된 출산 위기는 각 사회가 경제 위기나 탈개발적(postdevelopmental), 탈산업적(postindustrial transition) 전환을 겪는 과정에서 국가, 자본제 산업, 사적 가족과 개인들이 서로 비슷한 가족자유주의적 상호 작용을 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36]

남유럽 국가들은 복지 제도상으로는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에 제도적으로 동화되어 왔지만[37], 현실적으로는 동아시아 국가와 대체로 비슷한 가족자유주의적 체제로 남아 있다. 고질적인 경제 침체와 계급 차별적인 복지 구조는 일반 시민들이 일과 생활을 위해 가족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다. 제한적인 범위에서 부실하게 진행된 산업화는 수많은 시민들을 전통적인 가족 중심적 생산·생계 체계에 머무르게 했다. 한편으로는 진보적 노동 계급 정당과 함께 포괄적 복지 체계에 필요한 사회·정치적 기초를 확립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더욱이 최근 유럽 연합(EU)을 통한 서유럽과의 경제 통합은 이 지역 여러 국가들의 금융·재정적 취약성을 오히려 악화시켰고, 가족 단위 경제적 자조의 부담을 심화시켰다.[38]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는 경제 생산을 급진적으로 사회화시켰지만, 복지, 건강, 교육, 주택 등의 사회 재생산을 경제 생산에 부속된 요소로 설정하려고 노력했다. 역으로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은 사회주의적 경제 생산을 제도적으로 폐지해 왔는데, 이는 사회 재생산 장치들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탈사회주의화 과정의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반 시민들은 가족에 매달려야 했다. 심지어 국가도 가족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기에 이르렀다.[39]

가족자유주의에는 가족 간 계급적 차등화, 가족 내 성별·세대별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거시 체계의 실패나 조정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위험들이 가족화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가족 자원과 희생에 의존해 겨우겨우 일과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벌어진 무모할 정도로 성급한 경제 자유화 및 주요 산업의 과두적 사유·사영화, 남유럽에서 사회·지역적으로 계층화되고 만성적 침체에 놓인 산업자본주의와 시민 대중의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소외, 경제 위기 후 동아시아 경제의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과 세계화에 따른 국내 노동 인구의 급작스런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모두 그렇다. 위험을 가족화해 왔고, 이로 인해 일종의 ‘가족 피로(family fatigue)’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즉 탈사회주의, 분절적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개발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경제적 위험들이 사적으로 재설정되어 가족 관계가 위험으로 포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 사회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혼인율 급감, 이혼율 급증, 출산율 급락, 자살률 급증 등 가족적 사회 재생산을 회피하려는 추세는 갈수록 악화되는 가족자유주의의 고통에 대한 처절한 정치·경제적 적응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광범위한 결혼 연기나 기피, 만연한 이혼과 별거, 심지어 역병처럼 번지는 자살은 모두 초저출산과 같은 뿌리의 원인을 갖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절박하게 바라는 인구 회복을 위해서는 가족자유주의적인 정치 경제와 사회 정책 체계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출산율 회복에 성공해 한국의 정책 관료들 및 전문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프랑스, 스웨덴 등의 사례는 한국의 현실과 매우 체계적으로 비교되어야만 유의미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사회 재생산 체계로서의 가족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이의 거리 및 차이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1]
이현정, 〈부모-자녀 ‘동반자살’을 통해 살펴본 동아시아 지역의 가족 관념: 한국, 중국, 일본 사회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 《한국학연구》 40, 2012, 187-227쪽.
[2]
OECD, 《Preventing Ageing Unequally》, OECD Publishing, 2017.
[3]
Kyung-Sup Chang, 〈Predicaments of Neoliberalism in the Post-Developmental Liberal Context〉, Chang Kyung-Sup, Ben Fine, and Linda Weiss (eds), 《Developmental Politics in Transition: The Neoliberal Era and Beyond》, Palgrave Macmillan, 2012, pp.70-91.
[4]
Kyung-Sup Chang, 〈The Neo-Confucian Right and Family Politics in South Korea: The Nuclear Family as an Ideological Construct〉, 《Economy and Society》 26(1), 1997, pp.22-42.
[5]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노후 생활비를 자녀 교육비로 사용하는 정도가 강해져 자녀 교육 지원의 노후 빈곤은 빈곤층일수록 가중된다는 분석이 있다.
박미연·차경욱, 〈자녀 학령기 가계의 노후 준비 자금과 사교육비 지출에 관한 연구〉, 《Financial Planning Review》 1(1), 2008, 131-156쪽.
[6]
인은숙,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2017 시민 희망 지수: 시민 희망 인식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희망이슈》 40, 2017.
[7]
장경섭, 《가족․생애․정치 경제: 압축적 근대성의 미시적 기초》, 창비, 2009.
Kyung-Sup Chang, 《South Korea under Compressed Modernity: Familial Political Economy in Transition》, Routledge, 2010.
[8]
Kyung-Sup Chang, 〈A Theoretical Account of the Individual-Family-Population Nexus in Post-Socialist Transitions〉 Zsombor Rajkai (ed), 《Family and Social Change in Socialist and Post-Socialist Societies》, Brill, 2014, pp.19-35.
[9]
2008년 금융 위기 후 미국에서 대학 졸업생들의 집단적 취업 실패 및 부채 누적으로 중산층 부모들이 전례 없는 부담을 지고 있다.
Beth Akers, 〈Assessing the Plight of Recent College Grads〉, 《Brookings Report》, 2013. 10. 30.
[10]
장경섭, 《가족․생애․정치 경제: 압축적 근대성의 미시적 기초》, 창비, 2009.
[11]
이러한 관계는 탈콧 파슨스(Talcott Parsons)가 제시한 기능적 적합성(functional fit)으로 이해할 수 있다.
[12]
Kyung-Sup Chang, 《South Korea under Compressed Modernity: Familial Political Economy in Transition》, Routledge, 2010.
[13]
Ulrich Beck and Elisabeth Beck-Gernsheim, 《Individualism: Institutionalized Individualism and Its Social and Political Consequences》, Sage, 2002.
[14]
한국의 사회․경제적 맥락에서의 제도적 가족주의(institutionalized familialism)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라.
장경섭 외, 〈한국 사회 제도적 가족주의의 진단과 함의: 소득 보장, 교육, 돌봄 영역을 중심으로〉, 2015.
[15]
Barbara Laslett and Johanna Brenner. 〈Gender and Social Reproduction: Historical Perspective〉, 《Annual Review of Sociology》 15, 1989, pp.381-404.
칼 마르크스는 (사회) 재생산을 생산과 함께 ‘인류 역사의 두 동인’(two moments of human history)이라고 지적했다. 아쉽게도 마르크스는 사회 재생산에 대해 풍부하고 체계적인 논의를 전개하지는 못했다.
Karl Marx and Frederick Engels, 《The German Ideology》, International Publishers, 1970.
[16]
미국과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회 재생산 활동의 ‘사회적’ 성격과 기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주로 인구학적, 생물학적 의미의 재생산, 즉 출산만을 ‘reproduction’으로 개념화한다.
[17]
Jacques Donzelot, 《The Policing of Families》, Pantheon Books, 1979.
[18]
법적 혼인의 급감, 혼외 출산의 급증 등이 복지 국가의 가족 해체 증후군이라고 지적되기도 하는데, 이는 가족주의 사회 재생산을 고집하는 자유주의적 입장의 자기 옹호적 비판일 수 있다.
[19]
Kyung-Sup Chang, 〈A Theoretical Account of the Individual-Family-Population Nexus in Post-Socialist Transitions〉 Zsombor Rajkai (ed), 《Family and Social Change in Socialist and Post-Socialist Societies》, Brill, 2014, pp.19-35.
[20]
장경섭, 〈개발 국가, 복지 국가, 위험 가족: 한국의 개발자유주의와 사회 재생산 위기〉, 《한국사회정책》 18(3), 2011, 63-90쪽.
[21]
Kyung-Sup Chang, 〈The Second Modern Condition? Compressed Modernity as Internalized Reflexive Cosmopolitization〉,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61(3), 2010, pp. 444-464.
[22]
Kyung-Sup Chang, 〈Financialization of Poverty: Proletarianizing the Financial Crisis in Post-Developmental Korea〉, 《Research in Political Economy》 31, pp.109-134.
[23]
이에 연동해, 관련된 구매력 유지를 위해 주택(주택 담보 대출), 교육(학자금 대출) 등과 일종의 ‘사회재생산 대출’ 제도가 시행되어 왔고,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다.
Taekyoon Kim, 〈The Social Construction of Welfare Control: A Sociological Review on State-Voluntary Sector Links in Korea〉, 《International Sociology》 23(6), 2008, pp.819-844.
Kyung-Sup Chang, 〈Financialization of Poverty: Proletarianizing the Financial Crisis in Post-Developmental Korea〉, 《Research in Political Economy》 31, pp.109-134.
[24]
Kyung-Sup Chang, 〈Predicaments of Neoliberalism in the Post-Developmental Liberal Context〉, Chang Kyung-Sup, Ben Fine, and Linda Weiss (eds), 《Developmental Politics in Transition: The Neoliberal Era and Beyond》, Palgrave Macmillan, 2012, pp.70-91.
[25]
이는 미국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도 체제의 공정성 유지 차원에서 지양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된다. 초․중․고 교육의 무상 제공, 대학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장학 제도 마련 등을 통해 가족 배경에 따른 교육 기회 격차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증폭되는 것을 예방하는 노력이 전개되어 왔다. 한국에서도 초․중․고 교육의 평준화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6]
산업 생산과 사회 재생산 관계의 종속․위계성 및 이에 관한 가족의 입장과 역할에 대해서는 장경섭, 〈개발 국가, 복지 국가, 위험 가족: 한국의 개발자유주의와 사회 재생산 위기〉, 2011 참조.
[27]
설동훈,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사회》, 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28]
장경섭·진미정·성미애·이재림, 〈한국 사회 제도적 가족주의의 진단과 함의: 소득보장, 교육, 돌봄 영역을 중심으로〉, 《가족과 문화》 27(3), 2015, 1-38쪽.
[29]
이승윤·김승섭,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미끄럼틀 한국 사회〉, 《한국사회정책》 22(4), 2015, 73-96쪽.
이승윤·백승호·김미경·김윤영, 〈한국 청년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 분석〉, 《비판사회정책》 54, 2017, 487-521쪽.
[30]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에스핑 안데르센(Esping-Andersen)의 복지 국가 분류에 의하면 독일 등 중유럽 국가들은 보수적 복지 국가(conservative welfare state)에 속한다. 이 분류에 의거할 때, 한국은 제도적으로는 보수적, 실제 복지 수준으로는 자유주의적(liberal) 복지 국가로 평가될 수 있지만, 국가가 공격적인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을 통해 주로 경제 개발에 치중해 온 개발 국가(developmental state)의 전형이었다는 점에서 복지 국가 개념 자체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논란거리이다.
Gosta Esping-Andersen, 《The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0.
Alice Amsden, 《Asia's Next Giant: South Korea and Late Industrializ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31]
이러한 추세에 대해 마산․창원 지역을 대상으로 한 중요한 연구로 아래의 글을 참조하라.
허은, 〈노동 계급 가구와 지역 노동 시장: 마산․창원 지역 구조 조정과 여성 노동 유연화〉, 2016.
[32]
미국 사회의 ‘2차 근무’에 대해 아래의 글을 참조하라.
Arlie Russell Hochschild, Anne Machung, 〈The Second Shift: Working Parents and the Revolution at Home〉, 1989.
[33]
Kyung-Sup Chang and Min-Young Song, 2010. 〈The Stranded Individualizer under Compressed Modernity: South Korean Women in Individualization without Individualism〉,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61(3), 2016, pp.540-565.
[34]
최유진 외, 《2016년 양성평등 실태 조사 분석 연구》, 여성가족부 연구 용역 보고서, 2016.
[35]
Kyung-Sup Chang, 〈A Theoretical Account of the Individual-Family-Population Nexus in Post-Socialist Transitions〉 Zsombor Rajkai (ed), 《Family and Social Change in Socialist and Post-Socialist Societies》, Brill, 2014, pp.19-35.
[36]
Kyung-Sup Chang and Min-Young Song, 〈The Stranded Individualizer under Compressed Modernity: South Korean Women in Individualization without Individualism〉,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61(3), 2016, pp.540-565.
Emiko Ochiai, 〈Unsustainable Societies: The Failure of Familialism in East Asia’s Compressed Modernity〉, 《Historical Social Research》 36(2),  2011, pp.219-245.
지은숙, 〈비혼(非婚)을 통해 본 현대 일본의 가족 관계와 젠더 질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 학위 논문, 2016.
[37]
Peter Abrahamson, 〈European Welfare States: Neoliberal Retrenchment, Developmental Reinforcement, or Plural Evolutions〉, Chang Kyung-Sup, Ben Fine, and Linda Weiss (eds), 《Developmental Politics in Transition: The Neoliberal Era and Beyond》, Palgrave Macmillan, 2012, pp.92-115.
[38]
Francesco Billari and Hans-Peter Kohler, 〈Patterns of Low and Lowest-Low Fertility in Europe〉, 《Population Studies》 58(2), 2004, pp.161-176.
[39]
이와 관련한 여러 동유럽 및 동아시아 사회들의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 경험에 대해 아래의 글을 참조하라.
Zsombor Rajkai (ed.), 《Family and Social Change in Socialist and Post-Socialist Societies》, Brill, 2016.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