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브라이언 크랜스턴(Bryan Cranston)은 결혼 27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아내인 로빈에게 선물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당신 인생에서 최고의 똥을 선사할 거야. 장담할게.” 그가 선물한 것은 스쿼티포티(Squatty Potty)였다. 스쿼티포티는 약 18센티미터 높이의 플라스틱 스툴로, 변기의 아래쪽을 둘러서 감싸게끔 휘어져 있는 모양이다.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 여성과 그녀의 아들이 디자인했으며 최근에 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반쯤 내려간 스쿼트 자세로 볼일을 보면, 몇 세기 동안 익숙해져 있던 좌식 변기는 어느새 바닥의 구덩이처럼 좀 더 원시적인 것으로 변해버린다. 스쿼티포티를 만든 이 가족은 이러한 자세가 (대장의 일부인) 결장(結腸)을 곧게 펴줘서 배설물이 창자에서부터 변기까지 곧장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복부 팽만과 변비, 그리고 치질을 일으키는 압박감을 줄여 준다고 한다. 2016년에 미국의 낮 시간 토크쇼에 나와서 이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던 크랜스턴은 이렇게 말했다. “비움은 사랑입니다.”
2011년에 처음 출시된 후 2018년까지 스쿼티포티의 판매량은 500만 개가 넘는다. 샐리 필드(Sally Field)나 지미 키멜(Jimmy Kimmel)과 같은 유명인들이 스쿼티포티에 대해 열변을 토했으며, 농구계의 슈퍼스타인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는 자택의 모든 화장실에 이걸 하나씩 두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한 방송인 하워드 스턴(Howard Stern)은 2013년에 스쿼티포티를 처음 사용해본 후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러니까, 완전히 없애 버렸어요. 믿을 수 없었어요. 비워냈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마치 이런 기분이었어요. ‘홀리 쉿(holy shit).
[1]’” 스쿼티포티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서 농담의 소재가 됐고, 드랙퀸(drag queen)의 여왕인 루폴(RuPaul)에게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스쿼티포티 유한회사(Squatty Potty LLC)가 연매출 3300만 달러를 달성하자, 미국의 비즈니스 채널인 CNBC는 2018년 1월에 이 제품을 “광신적 괴물(cult juggernaut)”이라고 묘사했다. CNBC는 이전에 리얼리티 창업 프로그램인 〈드래곤스 덴(Dragon’s Den)〉의 미국 버전을 통해 스쿼티포티를 소개하면서 이 제품이 인기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
스쿼티포티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15년 10월에 공개된 ‘이 유니콘이 똥 싸는 방법을 바꿨어요(This Unicorn Changed the Way I Poop)’라는 제목의 온라인
광고가 나름의 기여를 했다. 그 이후로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1억 회가 넘는다.
[2] 이 동영상에는 만화 캐릭터 같은 특이한 유니콘이 스쿼티포티 위에 뒷발을 걸치고 있고, 유니콘의 엉덩이에서는 무지개 빛깔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콘 위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동화 속의 멋진 왕자님이 쪼그려 싸기의 장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아이스크림, 유스크림
[3], 풍덩 풍덩 베이비!” 영상의 마지막이 되면 왕자님이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준다. “어때, 맛있니? 지금까지 먹어 본 아이스크림 중에서 최고지?”
초기에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은 이 발판을 그저 장난스러운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스쿼티포티는 마치 뽀송뽀송한 린넨 침구류나 프렌치 불도그처럼 그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챔버거스(chamburgers)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레딧(Reddit) 이용자는 최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제가 (스쿼티포티를) 하나 갖고 있는데, 여러분께 말해야겠습니다. 이건 여러분의 삶을 망칠 겁니다. 저는 이제 스쿼티포티가 있는 집이 아니면 그 어느 곳에서도 똥을 쌀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직장에서 똥을 싸야 할 때면, 만족스럽지 못한 기분이 남습니다. 마치 축축한 침낭 안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스쿼티포티를 발명한 바비 에드워즈(Bobby Edwards)는 이런 사람들을 ‘전도사’라고 부른다. “그들은 저녁 만찬에서, 그리고 가능한 어느 곳에서든 스쿼티포티 이야기를 합니다. 스쿼티포티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는 거의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쿼티포티의 인기, 그리고 그에 맞서는 많은 유사품의 존재는 지난 10년 동안 서구에서 ‘똥을 완전히 잘못 누고 있다’라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멘즈 헬스(Men’s Health)》, 《제저벨(Jezebel)》, 《클리블랜드 클리닉 의학 저널(Cleveland Clinic Journal of Medicine)》과 같은 매체들은 물론이고, 《본 아페티(Bon Appétit)》와 같은 음식 매거진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을 뽑았다. 이 문제는 인류가 진화하며 물려받은 자연스럽게 쪼그려 앉는 자세를 포기하고 세라믹 왕좌(porcelain throne)
[4]에 정착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장 트러블이라는 질환을 스스로 소환한 것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치질로 고통받는 사람은 수백만에 달하는데, 일부에서는 그 수치를 1억 2500만 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수백만 명이 장염과 같은 관련 질환을 겪고 있다.
질병이 생겨나면 거대한 비즈니스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연고, 수술, 도넛 모양 치질 방석 등 이러한 질환의 치료를 위한 시장의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증상의 주요한 원인은 식단이라는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선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겠지만, 최근에는 배변 자세의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명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현재 스쿼티포티가 만성 변비를 완화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대조시험(RCT)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약 5000만 명인데, 그중 대부분은 여성이며 상당수는 45세 이상이다.
사람들은 배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것이 약간의 문화적 페티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 살짜리 아이를 위해 똥 이모티콘으로
생일 파티를 열기도 하고, 자신의 대변 사진을 왓츠앱으로 친구들에게 전송하기도 하며, 여행 정보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는 쪼그려 싸는 변기를 피하거나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주제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온라인 공간의 파급력에 힘입어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조깅하며 똥 싸는 사람’에 대한 뉴스를 찾아볼 수도 있다. 호주의 브리즈번과 미국 콜로라도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누군가가 남의 집 잔디밭에 똥을 싸지르고 돌아다니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에는 구식 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서 은밀하게 몇 번이고 물을 내리는 영상들만 보여주는 하나의 서브컬처(subculture)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 곳들 가운데 하나인 이
채널[5]의 총 조회수는 1600만 회가 넘는다.) 유명 소설가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Karl Ove Knausgaard)는 자신의 배변 활동을 단계별로 세심하게 설명했다.
[6] 심지어는 옷을 다 벗고 배변하는 즐거움에 대한 칼럼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저 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똥을 누는 방법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보잘것없는 스쿼티포티라고 할 수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바틀렛 건축대학(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의 건축인문학 교수이자 현대식 화장실 전문가인 바버라 페너(Barbara Penner)는 이렇게 말했다. “(스쿼티포티는) 신체의 사용법과 신체의 기능에 대한 마지막 베일을 찢어 놓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이 작고 볼품없는 받침대가 거대한 야망을 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난 2세기 동안 서구에서 정설로 여겨졌던 볼일 보는 방식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