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예술 장르는 아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도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수의 애호가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은 대중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뱅크시는 이러한 미술의 폐쇄적 커뮤니케이션을 획기적으로 바꾼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전시회가 아니라 거리와 SNS에 있다. 관객은 전시회에 찾아가지 않아도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메시지는 누구나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큐레이터의 설명이 필요 없다.
뱅크시는 작품의 생산 과정까지 홈페이지와 SNS에 공유한다. 소수의 애호가들이 점유한 예술 시장이 아닌, 모두의 채널인 인터넷에서 뱅크시와 대중은 일상적으로 교류한다.
이제 관객은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닌 주체로서 예술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쉽고 재미있는 그의 작품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다. 뱅크시의 2015년 설치 작품 제목인 ‘Dismaland’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오늘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고 있다.
“누구나 이미지를 찍고 공유하는 현상은 대중적이고 민주적”이라는 저자의 분석은 뱅크시가 추구하는 예술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예술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예술을 논할 수 있다는 것. 뱅크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뱅크시를 가장 예술적인 동시에 가장 대중적인 아티스트로 만들고 있다.
김세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