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세대
7화

좋은 기억이 가득한 직장

다수의 구성원이 호소하는 번아웃은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신호를 민감하게 살피고 해결해야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체질의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더릭 허즈버그(Frederick Herzberg)는 건강한 조직 문화의 요건을 동기-위생 이론(Motivaion-Hygiene Theory)으로 구조화했다. 동기 부여 요인과 위생 요인이 갖춰졌을 때 조직은 건강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동기 부여 요인이 확실하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며 일할 수 있다. 동기 부여 요인에는 성취감, 성과에 대한 인정, 책임감, 성장과 발전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 위생 요인은 충족되지 않으면 조직 문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위생 요인은 구성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다. 연봉, 적절한 업무 환경과 제도, 조직 내 인간관계와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위생 요인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서로 독립적이다. 동기 부여 요인과 같은 긍정적 요소가 아무리 많아도 위생 요인이 관리되지 않으면 결국 조직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동기 부여 요인과 위생 요인 모두 관리할 필요가 있다.[1] 그에 따라 최근 몇몇 기업은 조직의 부정적인 요인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긍정적 요인을 늘리려 시도한다. 직원 경험 다양화, 인사 제도 점검 등이 그 사례다. 일부는 MZ세대의 니즈에 맞춰 직원 경험을 재설계하고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인사 제도가 하향식(Top-down) 방식이었다면, 직원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인사 제도는 상향식(Bottom-up)이다. 긍정적 직원 경험 설계는 구성원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이직 의도를 낮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MZ세대의 퇴사 원인을 낮은 연봉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원인은 관계적 요인인 경우가 많다. 기업과 구성원이 생각하는 퇴사 원인을 조사한 맥킨지의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은 직원의 퇴사 원인을 연봉, 건강, 조건으로 봤지만 구성원은 소속감, 존중, 발전의 기회를 중요시했다. 퇴사 원인에 대해서도 회사와 구성원 간 관점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2] 결국 회사의 관점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구성원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순간을 긍정적 기억으로


미국의 네트워킹 서비스 기업 ‘시스코(Cisco)’는 서베이와 토론,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생애 주기(Life Cycle)에 따른 주요 순간(Moments of Impact)을 11개로 추렸다. 시스코의 구성원들은 첫 인터뷰 순간, 마지막 출근 날, 생일과 같은 날을 주요 순간으로 꼽았다. 이후 기업은 각 주요 순간마다의 긍정적, 부정적 경험을 정의하고 개선 포인트를 도출했다.

시스코는 연간 성과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주간 성과 체크인 제도를 마련했으며, 구성원 생일 휴가를 신설했다. 이외에도 시스코는 분기별 펄스 서베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느끼는 긍정적, 부정적 경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구성원의 반응을 파악해 긍정 경험을 관리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 회사의 지원이 강화되자 구성원들은 회사의 존중과 배려를 느낀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시스코 구성원의 96퍼센트는 시스코가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3]

아래의 체크 리스트를 통해 직원 경험을 설계할 때 고려할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리스트는 온라인 조사 업체 갤럽과 ‘퀄트릭스(Qualtrics)’[4]의 분석을 재구성한 자료다. 하단의 체크 리스트를 참고한다면, 각 조직의 특성에 맞춘 제도를 새로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유인
  • 지원자에게 직무 역할을 명확히 알려 줘 예상과 다른 일을 맡지 않도록 하는가?

인재 채용
  • 직무와 조직 문화에 적합한 인재(The Right Talent)를 채용하는가?

첫인상
  • 온보딩 과정에서 신입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가?

업무 몰입
  • 구성원들이 매일 업무에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가?
  • 구성원들의 강점을 기반에 두고, 목적의식을 갖고 일하도록 하는가?
  • 번아웃 유발 요소에 대해 구성원으로부터 자주 피드백을 받는가?
  • 원격 근무, 유연 근로제 등을 통해 업무 시간과 공간에 유연성을 제공하는가?

평가・보상
  • 구성원은 성과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인식하는가?
  • 조직은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투명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성장・커리어 개발
  • 고성과자들은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 구성원에게 유연하고, 개인화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가?
  • 커리어 성장과 발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코치하는가?

마지막 인상
  • 인재들이 이직하는 주요 경쟁사는 어디인가?
  •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의 퇴직 프로그램이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를 회사의 비전, 지향과 연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미래학자 제이콥 모건(Jacob Morgan)에 따르면 직원 경험[5]은 “직원이 조직에 바라는 것과 조직에서 직원을 위해 설계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일치할 때” 발생한다.

 

직원을 고객처럼


숙박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 ‘에어비앤비(Airbnb)’는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인 직원에게도 “어디에서든 함께하라(Belong Anywhere)”는 회사의 지향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성원이 회사의 지향과 목적에 공감해야만 비로소 고객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에어비앤비는 직원의 업무 환경에 소속감과 편안함을 부여했다. 구성원은 언제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고, 업무 공간은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에어비앤비의 업무 공간에는 카페, 식당, 거실, 요가실이 마련돼 있다. 직원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모여 소속감을 느끼고 각자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었다. 구성원의 90퍼센트는 에어비앤비를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추천했다.[6]

에어비앤비는 통상적인 HR 부서가 아닌 ‘EX(Employee Experience·직원 경험) 팀’을 구성해 직원에게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팀(One-Team)으로 구성된 EX팀은 인재 채용, 인재 개발, 보상, 조직 문화, 시설 관리, 홍보, CSR까지 직원 경험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세분화된 부서를 직원 경험으로 통합하면서 부서가 각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일로(Silo) 현상’을 줄일 수도 있었다. 전(前) 에어비앤비 직원 경험 글로벌 책임자 마크 레비(Mark Levy)는 “직원들이 성공하도록 만들고,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모든 것이 직원 경험”이라고 말했다. 기존 HR 부서의 지원 기능에서 더 나아가 직원 경험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면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기 쉬울 수 있다.

또한 구성원이 직접 제도 개선에 참여하는 것도 긍정적 직원 경험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구성원이 직접 직원 경험을 설계한다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작다. IBM은 성과 관리 제도를 개선하던 초반, 회사 블로그를 통해 개선안과 관련한 몇 가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포스팅에는 하룻밤 만에 무려 1만 8000개의 댓글이 달리며 구성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표했다. 그렇게 새로운 성과 관리 제도인 ‘체크포인트(Checkpoint)’가 만들어졌다.[7]

또한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에도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토론 포럼 자리에서는 구성원이 현재의 제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다수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제도는 꾸준히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세심하고 꾸준하게 설계하기


긍정적 직원 경험을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해야 한다. 숙고 없이 시작했다가는 구성원이 제도의 정비를 실감하지 못하거나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직원 경험을 설계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살펴보자.

접근 방법에 있어서는 직원을 내부 고객으로 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관점에서는 직원이 불편함을 느끼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사소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원에서 직원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구성원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제도는 구성원을 위한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인 관점과 접근 방식부터 고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직원 경험 설계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직원의 경험은 입사 이전부터 퇴사 이후까지 회사와 개인이 엮인 모든 순간을 의미하는 방대한 개념이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직원의 경험을 한꺼번에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순간들, 중요한 타깃 인재군을 우선순위에 두고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서베이를 통해 구성원이 가장 크게 생각하는 부정적 경험 개선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재정비할 수 있다. 주요 순간과 경험은 조직마다, 구성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모두의 요구와 필요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지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이 경험하는 조직과 기업은 언제나 변화하고 새로워진다. 직원 경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영진은 이에 대해 책임감과 의지를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IBM의 사례와 같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구성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함께하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것이다. 조직이 바뀌어야 개인이 바뀐다.
[1]
Jennifer Moss, 〈Burnout is about your workplace, not your people〉, 《Harvard Business Review》, 2019. 12. 11.
[2]
Aaron De Smet et al., 〈‘Great Attrition’ or ‘Great Attraction’? The choice is yours〉,《McKinsey Quarterly》, 2021. 9. 8.
[3]
사이트 ‘일하기 좋은 곳(Great Place To Work)’이 구성한 리스트 〈World’s Best Workplaces 2020〉 참고.
[4]
갤럽의 〈How to Improve the Employee Experience〉와 퀄트릭스의 〈The ultimate guide to employee burnout〉 를 토대로 구성했다.
[5]
제이콥 모건(도상오 譯), 《직원경험》, 이담북스, 2021, 32-33쪽.
[6]
Jeanne Meister, 〈The Future Of Work: Airbnb CHRO Becomes Chief Employee Experience Officer〉, 《Forbes》, 2015. 7. 21.
[7]
Lisa Burrell, 〈Co-creating the employee experience〉, 《Harvard Business Review》 , 2018. 3. 1.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