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를 예로 들면, 중증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과자 생산 판매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수익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다. 레인보우의 과자는 과자로서 시장에서 판매될 뿐, 장애인이 만든 과자이기 때문에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고용이 사업 이익의 원천이 아닌 것이다. 결국 레인보우의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서 복제(replicable), 확장(scalable), 지속(sustainable) 가능한 형태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회 서비스형 기업은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발전할 토양이 되기도 한다. 사회 서비스가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발전한 전통적 사례가 나이팅게일(Nightingale)의 간호 혁명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돌봐야 했던 영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나이팅게일의 간호 혁명으로 현대의 전문직 간호사가 되었다. 혁신을 통해 간호학이라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이팅게일이 세운 현대적 간호 학교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복제되고 확장되었고 여전히 지속 가능하다.
사회 서비스형에 혁신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로 프랑스의 그룹(Groupe) SOS를 들 수 있다. 그룹 SOS는 사회 서비스와 혁신이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소셜 엔터프라이즈의 성공 모델을 보여 준다. 198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에 걸쳐 보건, 주택, 실업, 아동 권익과 교육부터 지속 가능 발전 및 공정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왔다. 그룹 SOS의 사업은 청소년, 고용, 보건, 사회 연대, 노인 복지의 다섯 부문으로 나뉜다. 현재 1만 명이 넘는 종업원, 100만 명 이상의 수혜자, 7억 5000만 달러(8445억 원)의 연 매출, 44개의 계열사, 국내외 300개의 시설을 보유한 소셜 엔터프라이즈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룹 SOS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 구조를 찾아내고 절감해 부(wealth)를 창출하고, 이를 다시 사회적 투자로 전환하는 혁신적 방법을 개발해 왔다. 급여 격차의 통제, 주주 이익의 배제, 이익의 재투자라는 새로운 사업체 경영 방식으로 강력한 사회적 임팩트를 일으키는 동시에 영속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한 견실한 사회적 기관을 만들어 냈다.
그룹 SOS에는 그룹에 속한 청년 또는 사회 소외 계층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 통합형 소셜 엔터프라이즈(Work Integaration Social Enterprise), 와이즈(WISE)가 있다. 이벤트 홀을 운영하는 뤼진(L’Usine), 공정 무역 식자재를 사용하는 사회적 케이터링 업체인 테 트레퇴르 에티크(Té Traiteur Ethique), 그리고 공정 무역 상품 매장인 알테르문디(Altermundi) 등이다.
사회 서비스형 또는 하이브리드형 소셜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투자는 재무적 수익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지지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투자를 임팩트 우선(impact first) 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사회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는 사회 변화를 위해 시장의 힘을 활용한다. 창업 단계의 사회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를 소셜 벤처라고 부른다. 취약 계층을 고용하는 형태의 사회 서비스형 소셜 엔터프라이즈가 생선 잡는 법을 알려 주는 식이라면, 소셜 벤처는 생선 잡는 방법의 교습을 넘어 수산업 전체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회 문제의 뿌리를 제거해서 사회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박사가 창업한 그라민 은행의 무담보 소액 대출 사업은 금융 분야의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다. 이 사업에서는 재무적 수익을 일으키는 소액 대출 사업과 사회적 수익인 여성의 빈곤 탈출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라민 은행의 소액 대출 사업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복제되고 확장되었다. 그라민 은행은 비영리 기구로 출발했지만 각국으로 확산된 소액 대출 사업 대부분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형태로 지속 가능하게 발전했다.
현대적인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의 특징은 사회적 수익인 임팩트와 더불어 재무적 이익도 유기적으로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소액 대출 소셜 벤처인 콤파타모스(Compartamos)는 2007년 기업 공개(IPO) 당시 시가 총액이 15억 달러(1조 6890억 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13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었다. 1990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초기 10년간은 비영리 단체였는데, 이때 투자한 기관들은 투자 원금의 250배가 넘는 매매 차익을 올렸다.
아프리카 수단의 모바일 전화 서비스 소셜 벤처인 셀텔 아프리카(Celtel Africa)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생활과 사업 방식을 바꿔 놓았다. 1998년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고향 수단으로 돌아온 모하메드 이브라힘(Mohammed Ibrahim)은 아무도 모바일 전화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에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목표로 모바일 통신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 대부분이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을 외면했지만, 런던의 벤처 캐피털 CDC는 2250만 달러(253억 원)를 투자했다. 셀텔 아프리카는 연 매출 10억 달러(1조 1260억 원) 이상의 사업체로 성장했고, 2005년 쿠웨이트의 모바일 기업 MTC에 34억 달러(3조 8284억 원)에 매각됐다. CDC는 보유하고 있던 지분 0.3퍼센트를 3억 달러(3378억 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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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파타모스와 셀텔의 성공을 두고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두 기업이 멕시코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주민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었고 생활 개선이라는 큰 규모의 사회적 수익, 즉 임팩트를 창출해 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기업 공개 이후의 콤파타모스와 매각 이후의 셀텔이 창업 당시의 사회적 미션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이익이 통합되어 있어 주민 생활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한다면 수익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미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는 대부분 사회적 미션과 재무적 이익이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 있다.
혁신형 소셜 엔터프라이즈 또는 소셜 벤처에 대한 투자는 특정한 사회적 미션에 대한 투자로서, 재무적으로는 경쟁적 시장 수익률을 추구한다. 이러한 임팩트 투자를 테마 투자(thematic investing)로 분류한다.
사업과 사회의 올바른 관계